현대차그룹, 美 투자 260억달러로 확대...‘정의선 승부수’ 철강·車·로봇 허브 세운다

현대차그룹, 美 투자 260억달러로 확대...‘정의선 승부수’ 철강·車·로봇 허브 세운다

제철·자동차·로봇 등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

기사승인 2025-08-26 11:04:53 업데이트 2025-08-26 11:46:38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미국 투자 규모를 260억달러(한화 약 36조1800억원)로 확대한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3월 210억달러(약 29조원)를 투입하기로 한 데서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한 것이다. 

이번 투자는 제철, 자동차, 로봇 등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미국 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경제 협력 확대에도 기여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저탄소 고품질 강판을 현지에서 생산해 자동차 등 미국 전략산업에 공급하면서 철강부터 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생산능력도 대폭 확대한다. 지난해 70만대였던 미국 내 생산 규모를 크게 늘리고, 전기차·하이브리드·내연기관차 등 다양한 차종을 현지에서 생산해 소비자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부품과 물류 계열사들도 설비를 확충해 현지화율을 높일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7일 한국투자증권 김창호 연구원은 “HMGMA 공장은 초기 단계라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겠지만, 전기밴과 하이브리드차 생산이 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개선이 기대된다”며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현지 생산은 한국산 물량을 대체해 관세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대기 중인 전기차. 연합뉴스. 

로봇 분야에서는 연 3만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신설한다. 현대차그룹은 해당 시설을 미국 내 로봇 생산의 허브로 삼고 향후 확대될 로봇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할 구상이다. 로봇 외에도 자율주행·AI·SDV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 모셔널 등 그룹 산하 현지 법인의 사업화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국내 대규모 투자도 집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4조3천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 △전략 투자 △신규 EV 전용공장 건설에 나선다. 기아 화성 EVO 플랜트에서는 맞춤형 PBV 전기차가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하며,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은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초대형 SUV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신차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미국 시장 내 경쟁 구도도 현대차그룹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19일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닛산·스텔란티스·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대응 지연과 영업이익률 추락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며 “BYD(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 역시 내수 판매 부진과 공장 가동률 저하로 가격 경쟁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경쟁사 부진 속에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입지를 한층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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