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독립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간 ‘지주 중심’으로 굳어졌던 인사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장들은 일제히 올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주요 은행장들의 연임 명분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많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3조86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탈환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각각 3조7000억원대 순이익을 내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통상 2년 임기 후 1년을 연임하는 ‘2+1년’ 관행을 감안하면 경영 연속성 측면에서도 연임이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우리·농협은행의 경우 연임 전망이 엇갈린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잇따른 대형 금융사고를 수습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이 뒷걸음질치면서 실적 측면에서는 부담을 안고 있다. 최근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수익성 회복을 노리고 있어, 올해 성적표가 연임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전통적으로 행장 임기를 2년 안팎으로 운용하며 연임 사례가 많지 않은 데다, 범농협 차원의 인적 쇄신 기조가 이어지면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적은 ‘연임 청신호’…변수는 지배구조 개선안
가장 큰 변수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안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 골자는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절차의 투명성 제고 △사외이사 책임·독립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및 내부통제 책임 명확화 등이다. 당국은 현재 세부 조항 문구와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두고 막판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은행장은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사실상 그룹 내 ‘2인자’로 여겨진다. 과거 일부 금융지주는 부회장직을 통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관리해왔다. 다만 부회장직은 상시적 2인자라기보다 승계 국면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성격이 강했다. 최근 부회장직이 축소되는 추세 속에서, 은행장의 연임 여부는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통상 은행장 인선은 금융지주 내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그룹별 명칭 상이)가 후보를 추천하고, 이후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심사와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사실상 지주 회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은행 임추위가 독자적으로 후보를 발굴하기보다 지주가 추천한 후보의 자격요건과 적합성을 사후 검증하는 절차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당국 ‘속도조절론’도… 발표 시기는 막판 변수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금융지주 회장뿐 아니라 은행장 선임 절차까지 지배구조 개선 과제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7월부터 상임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입법 절차가 본격 진행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 지주 회장 선임뿐만 아니라 은행장 선임 절차도 다수 예정돼 있는 만큼 모범규준 발표와 법률 개정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장들 역시 지배구조 모범관행과 향후 법 개정 방향을 반영한 강화된 기준에 따라 연임 여부를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금융권의 ‘참호 구축’ 문제를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현 은행장 선임 방식을 지주 회장의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판단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은행장 선임 절차는 물론 연임이나 교체 흐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 은행장 인사가 더 이상 ‘회장의 의중’만으로 좌우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실제 제도 개선안 발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속도조절론’도 제기된다. 당장 처리해야 할 다른 현안들에 밀려 지배구조 개선안의 구체적인 윤곽은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이 일단락된 뒤에야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일정은 정해진 바 없다”며 “지금은 대통령 업무보고 등 더 우선순위가 높은 현안들이 많아, 지배구조 개선안이 즉각 처리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