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3일 (1)
낙선 후에도 월세는 남았다…스무 살 후보의 744만원 선거

낙선 후에도 월세는 남았다…스무 살 후보의 744만원 선거

청년 정치인의 첫 출마, 자금 부족에 선거운동 선택지 줄어
공보는 한 장으로 줄이고 유세차·전문 인력은 포기
기탁금 감면만으로는 부족…선거비용, 결국 후보 개인 몫

승인 2026-07-13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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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의 한 공유오피스. 변재민씨는 지난 6·3 지방선거 때 개혁신당 후보로 인천 연수구 다선거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선거는 끝났지만 남은 공보는 버리지 못했다. 사진=이은서 기자
인천 연수구의 한 공유오피스. 변재민씨는 지난 6·3 지방선거 때 개혁신당 후보로 인천 연수구 다선거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선거는 끝났지만 남은 공보는 버리지 못했다. 사진=이은서 기자
변재민(20)씨가 인천 연수구의 한 공유오피스 문을 열었다. 변씨가 운영하는 영상 제작 사업체의 사무실이다.

작은 방에는 지난 6·3 지방선거 때 쓴 공보와 선거 운동복이 쌓여 있었다. 변씨는 바닥에 놓인 쇼핑백을 뒤져 자신의 얼굴이 인쇄된 공보를 꺼냈다. 한동안 들여다보던 그가 말했다.

“지겹네요.”

변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소속으로 인천 연수구 다선거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스무 살에 치른 첫 선거였다. 선거에 쓴 돈은 모두 744만8475원으로, 애초 예상한 200만원의 세 배를 넘었다.

후보가 되는 과정부터 돈이 들었다. 변씨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활동하며 당비 28만5000원과 경선비 88만775원을 냈다. 경선에서 탈락한 뒤 개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당비와 경선비 명목으로 99만원을 추가 부담했다.

변재민씨의 한장짜리 선거 공보. 지면 제약으로 공보에 공약을 모두 담을 수 없었다. 공약 없이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손 편지를 쓰게 됐다. 사진=이은서 기자
변재민씨의 한장짜리 선거 공보. 지면 제약으로 공보에 공약을 모두 담을 수 없었다. 공약 없이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손 편지를 쓰게 됐다. 사진=이은서 기자
돈이 없는 청년 후보에게 선거운동은 계획을 실행하는 일이 아니었다.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지 결정하는 과정이었다.

변씨는 원도심 청소년들이 비용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구립 스터디카페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준비했다. 청년 창업자에게 상가 임대료를 지원해 지역의 빈 점포를 줄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준비한 내용을 유권자에게 모두 설명하려면 여러 쪽짜리 공보가 필요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보낼 공보를 제작하는 데만 220만원이 들었다. 장수가 늘어날수록 비용도 커졌다.

변씨는 한 장짜리 공보를 택했다. 한쪽에는 유권자에게 보내는 손 편지와 사진을 넣었다. 지면에 담지 못한 세부 공약은 별도 문서로 만든 뒤 QR코드로 연결했다.

“예산이 있었다면 공약을 훨씬 자세히 담았을 거예요.”

유세차도 마련하지 못했다. 선거업체가 제시한 가장 낮은 차량 대여료는 2주에 1000만원이었다. 운전기사 비용은 별도였다. 변씨가 선거 전체에 쓴 돈보다 유세차 한 대를 빌리는 비용이 더 컸다.

그는 같은 당 정승연 후보의 유세차에 두세 차례 함께 올랐다. 당 대표가 지역을 방문하거나 합동 유세를 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직접 마이크를 잡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정 후보가 “개혁신당 4번 후보들을 뽑아 달라”고 말할 때 잠시 소개되는 정도였다.

“같이 탈 수 있어서 감사했죠. 하지만 직접 발언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인천 연수구 옥련시장 입구에 있는 핫도그 가게. 변재민씨가 계란빵을 사며 상인에게 안부를 묻고 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동네 상인들에게 인사를 다닌다. 사진=이은서 기자
인천 연수구 옥련시장 입구에 있는 핫도그 가게. 변재민씨가 계란빵을 사며 상인에게 안부를 묻고 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동네 상인들에게 인사를 다닌다. 사진=이은서 기자
유세차를 마련하지 못한 변씨는 두 다리로 골목을 돌았다. 지난 3월부터 옥련동 일대 상가를 찾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일부 주민은 후보라고 소개하는 변씨를 선거운동원으로 잘못 알아들었다. “본인이 출마한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오랫동안 변씨를 봐온 상인들은 등을 두드리며 잘해보라고 했다.

변씨는 방 한쪽에 놓인 회계 자료를 펼쳤다. 명함과 사진 인쇄비, 선거 운동복과 피켓 제작비, 전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비가 항목별로 적혀 있었다.

인천 연수구의 한 공유오피스. 변재민씨가 6·3 지방선거 때 선거사무소로 사용했던 공간이다. 변재민씨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상가를 임대하지 않고 공유오피스에 선거사무소를 마련했다. 사진=이은서 기자
인천 연수구의 한 공유오피스. 변재민씨가 6·3 지방선거 때 선거사무소로 사용했던 공간이다. 변재민씨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상가를 임대하지 않고 공유오피스에 선거사무소를 마련했다. 사진=이은서 기자
선거사무소도 따로 마련해야 했다. 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영상 제작 사업체 사무실 옆방을 6개월 계약으로 빌렸다. 장기 계약을 하면 월세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월세는 40만원이었다.

전문 인력을 고용할 여유도 없었다. 친구들이 선거운동을 돕고 회계 책임자를 맡았다. 보도자료를 써본 사람이 없어 시청과 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를 참고해 문체를 익혔다. 회계 책임자인 친구는 영수증과 지출 내역을 정리하느라 밤을 새웠다.

변씨는 선거를 치르는 일이 작은 회사를 꾸리는 것과 비슷했다고 했다. 사무실을 구하고 사람을 모으고 홍보물을 만드는 데 모두 돈이 들었다.

“구조는 회사랑 같아요. 수익만 없죠.”

변씨가 출마한 인천 연수구 다선거구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4949만6024원이었다. 선거 관련 지출은 제한액에 포함되는 ‘선거비용’과 포함되지 않는 ‘선거비용 외 지출’로 나뉜다. 변씨가 신고한 선거비용은 295만3700원으로 제한액의 약 6%였다.

같은 선거구에서 당선된 두 후보는 평균 4100만1926원을 썼다. 제한액의 약 83%다. 제한액을 모두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차이는 공보와 유세차, 선거 인력 등 선거운동 수단의 차이로 이어졌다.

변재민씨의 선거비용 지출 내역. 당비 및 경선비, 선거 공보 인쇄비 등이 나갔다. 총 지출은 744만8475원이다. 변재민씨는 다른 후보에 비하면 쓴 비용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은서 기자
변재민씨의 선거비용 지출 내역. 당비 및 경선비, 선거 공보 인쇄비 등이 나갔다. 총 지출은 744만8475원이다. 변재민씨는 다른 후보에 비하면 쓴 비용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은서 기자
변씨가 선거에 쓴 744만8475원은 고등학생 때부터 마련해 온 돈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영상 제작 사업체를 운영하며 300만~400만원을 모았다. 공직선거관리규칙상 재산신고 대상인 현금 합계액 1000만원 이상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지난 1월 출마를 결심한 뒤에도 일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영상 제작 사업체를 운영하며 매달 50만원가량을 저축했다. 선거를 석 달 앞두고는 영상 제작 일을 추가로 구했다.

낮에는 선거운동을 다녔고 저녁에는 영상 작업을 했다. 매달 100만원가량 모았지만, 돈은 버는 속도보다 빠르게 줄었다.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생길 때마다 통장 잔액을 확인했다.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만 했는데도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큰돈이 한꺼번에 나가니까 무서웠어요. 돈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어요.”

통장 잔고는 선거가 끝나기 전에 0원을 가리켰다. 석 달 만의 일이었다.

변씨는 대학 진학과 군 복무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지방선거에도 출마하겠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 4년 동안 돈과 정치 기반을 다시 마련할 계획이다.

선거에 쓴 돈을 메우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새 일자리도 구했다. 평일에는 중소기업에서 영상 제작 업무를 하고, 주말에는 자신의 영상 제작 사업체를 운영한다.

인천 연수구의 한 공유오피스. 변재민씨가 10장이 넘는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 내용을 헤아리고 있다. 사진=이은서 기자
인천 연수구의 한 공유오피스. 변재민씨가 10장이 넘는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 내용을 헤아리고 있다. 사진=이은서 기자
변씨는 정치권이 청년 정치인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실제 출마에 필요한 비용과 준비는 개인에게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 29세 이하 후보의 기탁금을 감면하는 제도는 있지만, 선거운동 전반의 비용 부담은 여전히 후보 개인의 몫이다.

“청년들에게 정치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나오기는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변씨는 공보를 다시 쇼핑백에 넣었다. 그의 첫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사무소 계약은 오는 9월까지 남았다.

이은서 기자 euntto0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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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야당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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