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킨슨병 환자가 흔히 겪는 통증을 한의 약침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약침은 한약에서 추출한 성분을 경혈에 주입해 약물 효과와 침 자극 효과를 함께 이용하는 한의 치료법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 김노수 박사팀은 충남대 약대 박상민 교수팀과 공동으로 파킨슨병 통증 동물모델에서 SU어혈 약침의 진통 효과와 작용 기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약침이 척수의 통증 신호를 줄이고 손상된 도파민 신경과 신경 보호 관련 지표를 회복시키는 과정을 규명, 새로운 통증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파킨슨병은 행동장애와 더불어 통증, 수면장애, 우울감, 변비 등을 일으키며, 통증은 환자의 40~85%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는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운동기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통증은 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물리치료 등을 이용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고 장기간 치료에 따른 부담도 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해결할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파킨슨병 생쥐 모델을 만들고 종아리 바깥쪽 경혈인 양릉천(GB34)에 SU어혈 약침을 주사했다.
실험 결과 파킨슨병 모델 생쥐는 약한 자극에도 쉽게 통증을 느끼는 과민 반응을 보였지만, 양릉천에 약침을 투여한 생쥐는 통증을 느끼기까지 필요한 자극의 강도가 대조군보다 최대 2배 높아졌다.
반면 동일한 약침을 경혈이 아닌 다른 부위에 주사했을 때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약침 성분뿐 아니라 경혈 자극이 함께 작용해야 진통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통증이 줄어든 이유를 조직분석으로 확인했다.
척수에서 통증 신호를 전달할 때 증가하는 c-fos 발현이 감소했고, 신경 염증과 관련된 미세아교세포 활성과 p38 MAPK 활성도 함께 줄었다.
이는 약침이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 경로와 염증 반응을 동시에 억제했음을 의미한다.
또 파킨슨병으로 감소했던 도파민 신경세포의 지표인 티로신 수산화효소(TH) 발현이 회복됐고, 신경세포의 생존과 회복을 돕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발현도 증가했다.
연구팀은 약침이 통증 완화뿐 아니라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데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약침이 어떤 과정을 통해 효과를 내는지 분석했다.
컴퓨터 기반 네트워크 약리학 분석으로 후보 표적을 찾아 실험을 진행한 결과, CB1 수용체와 PPARγ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B1은 신경계에서 통증 신호 전달을 조절하는 수용체이며, PPARγ는 염증 반응과 세포 보호를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두 경로를 차단하는 약물을 함께 투여하자 약침으로 회복됐던 통증 반응과 도파민 신경 보호 효과가 다시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약침의 진통 효과가 CB1과 PPARγ 신호 전달 체계를 통해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중뇌와 척수 조직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한 결과, 약침은 도파민 신경 발생과 신경 보호에 관여하는 유전자 활성을 높였고 신경 염증과 신경퇴행에 관련된 유전자 네트워크는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약침 효과를 단순 행동 변화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와 분자 수준의 작용 원리까지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파킨슨병 연구가 운동 증상 중심에서 비운동 증상인 통증 관리까지 확대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약침이 파킨슨병 통증과 관련된 신경 신호와 염증 반응을 함께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통증 치료의 작용 원리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의학연 김정임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고,연구결과는 지난 5월 국제학술지 ‘Pain Research and Management’에 게재됐다.
(논문명: SU-Eohyeol Pharmacopuncture Ameliorates Parkinson‘s Disease–Associated Pain via the CB1 and PPARγ Pathways in an MPTP-Induced Mouse Model)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