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6일 (4)
‘청년 대출’ 격론…“주거사다리” vs “빚만 쌓인다” [부동산 금융정책 경청 토론회]

‘청년 대출’ 격론…“주거사다리” vs “빚만 쌓인다” [부동산 금융정책 경청 토론회]

‘주거 사다리 복원’ 대출 문턱 인하 요구 속 집값·부채 자극 신중론 대립
“무주택자=실수요 낡은 분류법 재검토해야”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서 새 종합대책 확정

승인 2026-07-15 18: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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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학계·전문가, 금융/주택·건설업계, 일반 국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부동산정책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 제공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학계·전문가, 금융/주택·건설업계, 일반 국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부동산정책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 제공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와 정책대출 확대를 놓고 전문가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자산 축적이 부족한 청년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 한도만 증액할 경우 집값·부채 상승을 자극할 뿐이라는 신중론이 충돌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를 열고 청년층 실수요자 지원, 전세대출 관리, 재개발·재건축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여부 등 주택 금융 시장의 핵심 쟁점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을 비롯해 학계 전문가, 금융·건설업계 관계자, 일반 시민들이 참여했다.

청년 대출 확대…“주거 사다리 복원” vs “소금물 마시는 격”

가장 활발한 토론이 벌어진 분야는 청년층 실수요자 금융 지원이었다. 이대열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은 “청년층은 현재 축적된 자산이 부족하지만 향후 소득 증가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계층”이라며 “현재의 소득과 자산만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면 안정적인 직업과 상환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집을 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지원이 없으면 결국 부모의 자산 유무에 따라 청년층 내부의 자산 격차가 더 확대될 것”이라며 정책대출 확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반면 금융 지원 확대가 청년층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고위험 가구 중 2030 청년층 비중이 2020년 22%에서 2025년 34%로 급증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청년 고위험 가구인 셈”이라며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금융 지원을 늘리면 청년들이 사야 할 집값만 올리고 늘어난 대출 한도의 이득은 고스란히 매도자와 개발업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출 규제 완화를 “목마르다고 소금물을 마시는 것”에 빗대며 “특별공급이나 공공임대 확대 같은 공급·재정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학계·전문가, 금융주택·건설업계, 일반 국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부동산정책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 제공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학계·전문가, 금융주택·건설업계, 일반 국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부동산정책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 제공
청년 무주택자를 일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실수요자’로 규정하는 지원 방식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무주택자는 무조건 실수요자, 다주택자는 투기 수요라는 낡은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청년층 내부에서도 구조적인 소득·자산 양극화가 심해 부모의 자산 지원 여부에 따라 구매력이 극명히 갈린다”고 짚었다. 실제로 고가 주택을 매수하는 2030세대의 자금조달 계획 중 70%가 부모나 조부모의 자산으로 채워진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서 상무는 “차등 없는 일률적인 지원은 또 다른 집값 급등과 양극화를 낳을 뿐”이라며 실수요자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원장 삼프로TV 기자 역시 “최근 서울 주택 매수자 중 30대 비중이 40% 안팎에 달할 만큼 시장 주도층이 되었지만, 이들을 하나의 계층으로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기자는 “상속·증여나 고소득을 바탕으로 강남권에 진입하는 청년층과, 서울 외곽 및 수도권 저가 지역에서 대출을 받아 어렵게 내 집을 마련하는 다수 청년층을 정교하게 구분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세밀한 정책 설계를 주문했다.

전세대출 규제와 이주비 완화...엇갈린 의견

서민 주거의 핵심인 전세대출과 공급 활성화를 위한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놓고도 해법이 갈렸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공적 보증 전세대출이 특정 지역의 전셋값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크다”며 “단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전세대출 보증은 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재정비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원장 기자는 “갭투자로 번질 우려가 없는 서민들이 조금 더 나은 전셋집을 구하려는 실수요 전세대출까지 묶거나 축소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을 두고 이대열 본부장은 “이주비는 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비 성격이 짙은 만큼 대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주택 공급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재개발 구역 조합원 중 실제 거주하는 비율은 20~30%에 불과하다”며 “혜택이 서울의 일부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만 집중될 수 있는데, 정부의 부동산-금융 절연 원칙을 깨면서까지 특혜를 줘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패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패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시장 규제 완화와 현실적인 기준 조정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캐피탈사에서 일한다고 밝힌 시민은 “수도권 주택 공급 니즈가 있다면 PF 대출, 브릿지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게 공급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며 공급자 대상의 금융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설정된 고가 주택의 기준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동산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시민은 “동작구를 서울 3급지로 평가하는데 공급가가 이미 30억이 넘었고,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더 성장하면 100억 원 단위로 뛸 것”이라며 “대출 규제의 선과 세금 기준을 조금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날 나온 다양한 제언을 바탕으로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오늘 토론회는 복잡한 실타래를 좁혀서 어떤 것이 사실의 영역이고 선택의 영역인지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질문에 정해진 답을 주기보다 의견을 조금씩 정리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오늘 제기되는 의견을 빠짐없이 듣고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국민의 다양한 삶과 현실이 담긴 ‘모두의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16일 세제 토론회를 거친 뒤,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에서 논의된 의견들을 종합해 최종적인 새 부동산 종합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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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금융당국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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