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6일 (4)
‘뜨거운 감자’ 형소법 개정안, 여성폭력 피해자 권리에 귀 기울일까

‘뜨거운 감자’ 형소법 개정안, 여성폭력 피해자 권리에 귀 기울일까

승인 2026-07-16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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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라인 선 ‘여고생 흉기 살인’ 장윤기. 연합뉴스
포토라인 선 ‘여고생 흉기 살인’ 장윤기. 연합뉴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피해자에 대한 권리 보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에서는 일부 사건에 한해 검찰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절충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지만, 피해자 보호 장치를 보다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발의된 법안 가운데 ‘보완수사권’ 키워드가 포함된 법안은 총 6건이다. 세부적으로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1건 △보완수사권 일부 부여 1건 △보완수사권 부여 1건 △보완수사 요구권 부여 1건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유예 2건이다.

관련 법안이 다양한 형태로 발의된 배경에는 여야의 검찰개혁에 대한 시각차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내부 기류 변화가 맞물려 있다. 검찰개혁 자체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거나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당초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장윤기 여고생 살인사건에서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에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등 수사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성범죄를 비롯해 아동·노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 사건에서 수사 지연과 피해 구제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다.

이 같은 우려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들의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장애여성공감·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는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에 따른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 과정에서 피해자 권리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수사정보 접근권과 의견진술권, 사건기록 열람권, 전문수사 체계 등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불송치와 수사 지연, 반복 진술, 성인지 감수성 부족 등으로 피해자 권리구제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는 피해자 권리 보장을 중심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민주당 내에서는 보완수사권을 일부 인정하는 절충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기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개시권은 폐지하되 성폭력·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와 스토킹, 가정폭력, 장애인·노인 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보이스피싱 등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도록 했다. 또 해당 범죄는 경찰이 혐의 유무와 관계없이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하고,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기록 열람·등사 청구권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여성계는 개정안이 피해자 권리 보완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전다운 민변 변호사는 “성폭력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제한적 보완수사와 전건 송치, 사건기록 열람·등사권 확대는 피해자 권리 보완 측면에서 의미 있다”면서도 “수사 단계뿐 아니라 공판 단계에서도 피해자가 절차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공판 참가인 지위와 의견 개진권, 증거 확인권 등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하는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피해자 권리를 검찰 권한과 별개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제언도 나왔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심사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손솔 진보당 의원은 “피해자 보호가 검사의 수사권을 유지하기 위한 논거로만 소비돼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직접 행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권리로 형사소송법에 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수사 진행상황 통지권과 사건기록 열람·등사권, 이의제기권, 면담권, 의견진술권, 피해자변호사 제도, 공판 참가권 등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16일까지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다음 주 핵심 쟁점에 대한 본격적인 조율에 들어갈 전망이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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