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사각지대 ‘여전’…교육 인프라 확대돼야

특수교육 사각지대 ‘여전’…교육 인프라 확대돼야

기사승인 2009-04-07 17:29:01


[쿠키 사회] 경남 마산시 진동면에 살고 있는 송예진(9·지적장애 1급)양은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다. 배가 고파도 배가 고프다는 말을 할 줄 모르고, 밥그릇에 밥을 담아줘도 숟가락 드는 법을 몰라 밥을 떠먹지 못한다. 예진이를 돌봐줘야 할 어머니와 아버지 역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다. 마산에 특수학교가 있지만 집에서 20㎞나 떨어진 곳에 있어 통학이 불가능하다.

예진이를 돌보는 건 마산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장애아 돌보미’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유정숙(45·여)씨의 몫이다. 유씨는 2006년 5월부터 예진이의 실질적인 부모 노릇을 해오고 있다. 매일 아침 예진이네로 가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것이 유씨의 일과다. 그는 “예진이가 너무 예뻐서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다”면서 “언제까지 봐줄 수가 없는 만큼 이제는 특수학교라도 보내야하는데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과부 “장애아동 20% 특수교육 못받아”…전문가들 “그보다 훨씬 많을 것”=교육과학기술부와 국립특수교육원이 최근 발표한 2008년 특수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 학생의 숫자는 전체 학령인구 940만8624명 중 0.95%인 8만9051명이다. 이들 중 특수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아는 5명 중 1명 꼴인 1만7567명(19.7%)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특수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아들의 비율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소현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선진국들은 통상 특수교육 대상자 출현율이 2%가 넘는데 우리의 경우 수치가 너무 낮게 나왔다”며 “(같은 학과) 교수들끼리도 조사가 잘못된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김기룡 장애인교육권연대 사무국장 역시 의문을 제기했다. 김 사무국장은 “국립특수교육원이 2001년에 실시한 조사와 비교해봐도 특수교육 대상자 출현율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립특수교육원이 만 6∼11세 아동 14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동의 비율은 전체의 2.71%였다.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0.95%)보다 1.76%포인트나 높았던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의 숫자가 축소돼 발표된 것 같다”며 “이렇게 실제보다 축소된 수치가 발표되면 장애인 교육 문제 역시도 덜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특수교육을 못받고 있는 장애아 비율이 20%보다는 훨씬 많을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이에 대해 국립특수교육원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특수교육 대상자에 들어가는, 글을 못 읽는 비문해(非文解) 학생이 많지만 우리의 경우 글을 못 읽는 어린이가 거의 없지 않냐”면서 “2001년보다 수치가 낮아진 것은 의학기술의 발전이나 특수교육의 질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수교육 인프라 확대돼야”=전문가들은 특수교육의 인프라 확대가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최윤희 광운대 교육대학원 교수는“일선 학교나 유치원에 장애아 교육 전문가인 특수교사가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특수교사 확보에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 법안은 장애학생 4명 당 한 명 꼴로 특수교사를 배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전국의 특수교사 숫자는 1만3165명으로 5.4대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장애학생 대 특수교사 비율이 각각 2.2대 1, 룩셈부르크는 2.8대 1 수준이다.

신현기 단국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특수교육을 받기가 힘든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현재 특수학급이 설치돼 있는 초등학교 수는 3282곳에 이르지만 중학교는 1071곳, 고등학교는 453곳에 불과하다.

그는 “현재 서울에 위치한 사립계 고등학교 중 특수학급이 개설돼 있는 곳은 명지고와 동명여고 2군데 밖에 없다”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소외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장애아들의 현실”이라며 씁쓸해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뭔데 그래◀조혜련 '기미가요' 박수…무개념인가,무지인가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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