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 대통령 국민장] “국민장이 경찰장이냐”…시민 오열하며 마지막 인사

[노무현 前 대통령 국민장] “국민장이 경찰장이냐”…시민 오열하며 마지막 인사

기사승인 2009-05-30 01:31:01


[쿠키 사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과 노제가 진행된 서울 도심에서 경찰과 시민들 간의 국지적 충돌은 잇따랐지만 우려했던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시민들은 노제가 끝난 뒤 오후 7시쯤부터 서울광장과 대한문 일대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고인을 추모했다.

◇다시 등장한 촛불=29일 노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서울광장 일대에 모인 시민들 중 1만여명(경찰 추산)은 노제가 끝난 뒤에도 행사장에 남아 고인을 추모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시민들은 촛불과 함께 '민주적 권리수호' 'MB OUT' 등의 글귀가 적힌 종이를 흔들며 정부를 향해 격해진 '추모 민심'을 토해냈다. 촛불문화제는 30일 새벽까지 대한문∼광화문네거리 차도를 점거한 채 진행됐으나 경찰과 큰 충돌을 빚지는 않았다.

앞서 오후 3시30분쯤 노제가 끝나고 운구 행렬이 서울역 방향으로 빠진 뒤 경찰버스가 서울광장으로 이동할 때 행사장에 남아있던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서울광장에 있던 시민 1만여명 중 1000여명이 순식간에 운집, 경찰이 서울광장을 다시 봉쇄하려 한다고 항의하고 얼린 물통 등을 던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시민들을 향해 폭력 행위자 검거용으로 사용하는 휴대용 색소 분사기를 쏘기도 했다.

김영봉(21)씨는 "오늘 만큼은 애도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염경은(21·여)씨도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날 이런 충돌이 있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복궁 앞뜰에서 진행된 영결식을 대형 전광판으로 보기 위해 아침부터 광화문 일대에 모인 시민들 역시 경찰을 향해 불만을 터뜨리긴 마찬가지였다. 이용구(64)씨는 "경찰버스 차벽 때문에 전광판으로도 영결식 모습을 볼 수가 없다"며 "차라리 국민장이 아니라 '경찰장'이라고 이름 붙여라"고 비판했다.

◇운구차 막으며 오열=서울역 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추모객들은 망연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 70대 할머니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보낼 수 없다"고 울부짖으며 차량 앞을 가로막았다. 시민 3만5000여명은 이곳에서부터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까지 운구 차량을 따라가며 아쉬워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행사에 참석했다는 윤진숙(26·여)씨는 "이렇게 인사라도 하니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서 생겼던 미안함도 어느 정도 사라지는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전웅빈 양진영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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