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럽’ 경제위기 앞에서 뿌리채 흔들

‘하나의 유럽’ 경제위기 앞에서 뿌리채 흔들

기사승인 2009-06-10 16:56:02
[쿠키 지구촌] ‘하나의 유럽’ 기치가 경제위기 앞에서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영국에서 발칸에 이르는 27개국 5억 인구를 묶는 지구상 최대 경제블록 유럽연합(EU)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균열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 딴목소리를 내고,
일자리 정책에는 보호주의를 내세우는 등 불황 탈출을 위한 공동 전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통합의 견인차였던 프랑스와 독일도 관계가 서먹해지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마르켈 독일 총리가 각종 현안에서 자국 우선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한 목소리로 강한 유럽을 외쳤던 두 사람이었으나 사르코지 대통령은 금리인하를 통한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부양책을 지지하는 반면 메르켈 총리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며 반대입장에 서있다.

그런가하면 남북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동서 연대도 느슨해지고 있다. 재정상태가 좋은 독일 등 유럽 북부지역 국가들은
스페인, 그리스 등 남부지역 국가에 대한 지원을 꺼리고 있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 16개국은 통화 가치를 불안하게 한다는 이유로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유럽 동부의 비유로존 국가에 대한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업난으로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깊어지면서 ‘국경없는 유럽’ 구호도 무색해졌다. 스페인에서 일자리를 잃고 8년만에 루마니아로 돌아간 크리스티나 린추(32)는 “그곳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꺼리는 저임의 허드렛일만 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스페인 사람들이 빼앗아갔다”고 한숨쉬었다.


유럽통합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프랑스 칼라이스에서 오펠의 타이어 부품사에서 일하는 대니 발케(53)는 “유럽통합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면서 “특히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위기를 막기 위해 제대로 노력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단일 국가인 미국이 글로벌 경제침체에 더 순발력있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유럽 단일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선출하는 리스본 조약이 서둘러 발효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손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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