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천만번 사랑해’ 김청 “연기인생 30년 만에 가장 짧은 폭탄머리”

[쿠키人터뷰] ‘천만번 사랑해’ 김청 “연기인생 30년 만에 가장 짧은 폭탄머리”

기사승인 2009-08-27 16:03:00

"김청 “쿠키는 딸, 김치는 나의 평생 동반자”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8월에는 ‘창업에 성공한 연예인’을 만나 사업 노하우와 성공 과정을 듣는다. 전국 240여 개의 체인점을 둔 ‘벌집 삼겹살’ 대표로 성공한 개그맨 이승환(33), 온라인 의류쇼핑몰 ‘뽀람’으로 연매출 20억 원을 올리는 방송인 백보람(29), 올 들어서만 총 거래액 500원 억을 올린 ㈜아이웨딩네트웍스 대표 김태욱(40)을 만났다. 이번 주에는 흑마늘 김치 사업가로 변신한 배우 김청(47)을 인터뷰했다.

그림 같은 자택

한낮의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 김청을 만났다. 인터뷰는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진행됐다. 13년 전 김청이 직접 인터리어에 참여한 집이라고 하니 한 번 더 눈길이 갔다. 자택 외벽에는 하나하나 손 그림을 그린 것처럼 섬세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사교성이 좋은 김청의 성격을 반영하듯 정원에 마련된 파라솔 식탁은 지인들과 저녁 식사 파티를 즐겨도 좋을 만큼 널찍했다. 정원 곳곳에는 소나무, 감나무, 매실나무 등 각종 나무가 어우러져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의 유별난 동물 사랑을 고려한 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동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높은 담벼락 대신 작은 나무문을 달아놓았다. 매일 저녁 김청의 집에서 밥을 먹고 가는 도둑고양이들을 위한 배려다. 또 7년 전부터 딸처럼 아끼는 말라뮤트 ‘쿠키’(쿠키의 쿠키엄마 인터뷰, 딸 이름과 같아 기분 좋다며 쿠키뉴스·TV팀을 반갑게 맞았다^^)를 비롯해 다양한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 자연과 동물이 한데 어우러진 그림 같은 집이다.



웰빙 생활에 푹 빠진 김청

김청은 정원 구석에 텃밭을 가꿔 호박을 비롯해 야채를 키운다. “햇살과 비를 맞고 자란 유기농 채소를 좋아한다”며 활짝 웃는, 요리할 때는 조미료를 거의 넣지 않으며 야채는 볶지 않고 날것을 주로 먹는다는 그를 보노라니 김치사업에 뛰어든 것이 그저 생활 반경을 조금 넓힌 것처럼 자연스러워보였다.

“젊은 시절부터 웰빙을 생활화하고 있는 모습을 방송에서 공개하고 나니 많은 분들이 ‘웰빙’ ‘요리’하면 저를 떠올리시더라고요. 연예인이 사업에 뛰어드는 건 쉽지 않지만 김치 사업만큼은 자신 있었거든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김치 만드는 비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요. 정직한 김치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또 일부 사람들이 제 이름 김청과 김치가 어감이 비슷해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호호.”

차별화 된 맛으로 승부

‘김치’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하고 나니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김치 시장은 포화상태일 정도로 수많은 사업체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먹어본 듯 비슷비슷한 김치와는 차원이 달라야했다. 그래서 개발한 게 흑마늘 첨가와 락토소스(사과, 귤, 오렌지, 배, 토마토를 60일 이상 배양시켜 유산균과 신선도를 높인 천연 소스)다. 현재의 맛을 내기 위해 연구 기간만 3년이 넘게 걸렸다.

“전 국민의 입맛을 맞추려고 하니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치다보니 ‘고품격 맛’을 개발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조미료 대신 천연 소스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맛을 내려고 했어요. 배추의 신 냄새를 없애는데 2년이 걸렸고요. 물론 지난 3년 동안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어요. 지금처럼 드라마 출연하면서 쉬엄쉬엄 지내도 되는데 괜한 일을 벌인 건 아닌가 후회도 됐고요.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믿었습니다.”

‘돈’보다는 ‘맛’

김청표 흑마늘 김치에는 전남 해남 배추와 제주산 무, 경북 안동 고추 등 국내산 재료가 들어간다. 화학조미료 대신 멸치액젓과 새우젓으로 짠맛을 냈다. 배추 세척부터 양념에 들어가는 물은 사계절 외부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하 암반수를 이용한다.

그런데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다보니 매출 총이익이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김청은 일단 ‘돈’이 아닌 ‘맛’이 우선이었기에 매출 총이익을 과감히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고투자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라 광고를 내기 어려웠고 홈쇼핑에도 판매를 의뢰할 수 없었다.

김청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지인들에게 김치를 선전하는 것뿐이었다. 믿을 거라고는 입소문 전략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입에서 입으로 소문난 제품이야말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게 될 거라고 믿었다.

“제 성격상 무슨 일이 있어도 겉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데 우리 김치만큼은 먼저 자랑하고 다녔을 정도로 자신 있었어요.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한 명 두 명씩 우리 김치를 인정해주신다면 순식간에 퍼져 나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로지 맛으로 승부하자’는 김청의 신념은 적중했다. 지난 9월 런칭해 1년도 채 안 됐으나 30억 매출을 돌파했다. 현재 오픈마켓에서 홍진경의 ‘더 김치’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 중이다. 흑마늘 김치 홈페이지에는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당초 포기김치, 총각김치, 백김치 세 종류만 판매했으나 호응도가 높아 갓김치, 파김치, 열무김치를 추가 출시할 계획이다.

성공 비결에 대해 묻자 “아직 성공을 운운하기엔 이르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뭐니 뭐니 해도 ‘개운한 맛이 좋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단맛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를 위해 천연 소스로 상큼한 맛을 살렸고, 개운한 맛을 선호하는 중장년 소비자를 위해 젓갈을 사용했다.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어요”

현재 김치 사업에 뛰어든 여자 연예인들로는 ‘더 김치’의 홍진경을 비롯해, 배우 김혜자의 ‘정성 김치’, 김수미의 ‘더맛 김치’, 엄앵란의 ‘싱싱 김치’ 등이 있다. 김청은 이들을 경쟁자로 생각하는 대신, 보고 배워야 할 대상자로 여겼다.

“판매자마다 고유의 비법이 있고 고객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회사 김치 맛이 월등하다고 말할 순 없어요. 따라서 타사의 매출 현황이나 비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다는 우리 제품에 대해 연구하고 개발하는 게 더 발전적이라고 생각해요.”

김청은 김치 사업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적은 수량이지만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을 위해 김치를 기부하고 있다.

“김치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것은 누구에게 선물해도 환영받는 음식이라는 점이에요. 사업 규모가 확장 되는대로 더 많은 이웃에게 나눠드려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SBS 새 주말극 ‘천만번 사랑해’서 파격 변신

김청은 인터뷰 말미에 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주말극 ‘천만번 사랑해’에서의 파격 변신을 예고했다. 극중에서 아기를 갖지 못하는 이선영(고은미)의 엄마이자 드라마 작가 김청자로 등장한다. 솔직하고 뒤끝이 없으나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덕스러운 성격이다. 폭탄을 맞은 듯 헝클어진 머리에 뿔테 안경으로 도도함을 살렸다.

“연기를 시작한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머리카락을 가장 짧게 자른 것 같아요. 여기에 폭탄 파마를 해서 더 강렬해 보이죠(웃음).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얄미운 캐릭터라 그동안 보여드렸던 모습과는 다르게 느끼실 거예요.”

사업가의 길을 걸으며 인생 2막을 연 김청. 그는 연기와 김치 사업은 ‘평생 함께 갈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30년 동안 코믹, 청순, 요염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성장해 온 것처럼 김치 사업도 제 연기 인생처럼 희로애락을 겪겠죠. 하지만 ‘맛은 정직하다’는 신념을 잊지 않는다면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연기자 김청도 사업가 김청도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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