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붕어빵’ 스타의 자녀를 팝니다…아이 이용한 자극적 폭로전 이대로 좋은가

SBS ‘붕어빵’ 스타의 자녀를 팝니다…아이 이용한 자극적 폭로전 이대로 좋은가

기사승인 2009-09-04 14:11: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9월에는 스타의 자녀, 스타 부부의 사생활 등을 리얼 버라이어티, 토크쇼, 오락 프로그램으로 상품화하는 경향에 대해 짚어본다. 이번 주에는 스타와 그의 자녀가 함께 출연하는 SBS 토크쇼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하 ‘붕어빵’)을 살펴봤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 SBS ‘패밀리가 떴다’ MBC ‘무한도전’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안방극장의 흥행 코드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됐다. 이에 각 방송사들은 일정 시청률을 보장받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려고 하지만 버라이어티 시장은 포화 상태다.

방송사들은 ‘리얼’의 의미를 조금 다른 데서 찾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준 가짜 가족이 아닌 진짜 가족을 활용, 스타들의 사생활을 방송 전면에 드러내는 것에서 재미의 ‘금맥’을 찾았다. 종영 프로그램인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의 ‘수퍼맘’을 비롯해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SBS ‘자기야’ 등이 스타의 사생활을 프로그램 주요 소재로 삼았다.

진땀 흘리는 스타 VS 해맑은 자녀

SBS ‘붕어빵’이 그 중 하나다. 스타주니어가 스타 및 가족의 비밀을 폭로하면서 웃음을 유발시킨다. 자녀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진땀을 흘리는 스타와 해맑은 자녀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장내는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된다.

예를 들면 배우 유혜정의 딸 이규원 양은 엄마의 성형 사실을 폭로하기도 하고 초보자들과의 화투 내기에서 처음에는 판돈을 작게 시작했다가 점차 크게 키워 돈을 따는 이야기, 해외에서 영어 한마디를 못해 난처했던 일화 등을 털어놓는 식이다.

배우 이광기의 딸 연지 양도 ‘엄마와 아빠 사이가 어색한 것 같다’면서 이광기가 소녀시대 태연․유리와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을 공개, 아빠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스타와 대중의 요구가 만나 탄생한 ‘붕어빵’

‘붕어빵’은 당초 설 특집으로 임시 방송됐으나, 어린이의 눈을 통해 스타를 재조명한다는 콘셉트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스타들은 아침 프로그램에서 집안 내부를 속속들이 공개하며 요란하게 가족사를 밝히는 것보다 자녀와 출연해 자연스럽게 가족의 분위기를 노출할 수 있는 ‘붕어빵’을 선호한다. 감춰왔던 소박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푸근한 이미지를 심게 되는 것도 스타에겐 득이다.

한편 대중의 입장에서도 ‘붕어빵’은 반가운 프로그램이다. 스타들은 가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는지, 자녀는 누굴 닮아 어떻게 생겼는지 등 사소한 부분까지 알고 싶어 하는 대중의 호기심을 채워준다.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진 ‘붕어빵’은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질문이 독해지고 있다

‘붕어빵’은 전국 어린이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어린이가 바라본 어른의 세상을 알아보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제작진은 “스타와 그의 자녀가 대화를 나누면서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고,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사생활을 폭로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질문도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 엄마, 아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휴가지에서 사고를 가장 많이 쳤을 것 같은 어린이’ ‘옆에 가면 냄새가 날 것 같은 부모님’ ‘집에서 외톨이일 것 같은 부모님’ 등 가족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질문들이 자주 등장한다.

또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에게 경쟁의식을 조장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내 아들 딸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어린이’ ‘공주병, 왕자병이 심할 것 같은 어린이’ 등이 그렇다. 물론 흔히 말해 ‘방송용 설정’이라는 가정 하에 질문을 던지지만 판단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방송 횟수가 거듭될수록 독해지는 질문의 수위, 도를 넘은 가족사 공개나 폭로전 양상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불황엔 패밀리 코드가 제격이지만…”

‘붕어빵’은 독특한 포맷인데다 자녀를 통해 스타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웃음을 주기 위한 설정이라고 해도 어린 아이가 성형, 술 문화, 경제력 등 개인적 비밀을 터뜨리는 모습은 그리 좋아만 보이지 않는다.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된 것들이 결국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패밀리 코드는 경제 불황과 맞물리면서 더 많이 양산되고 있다”며 “힘든 현실을 잊고 건강한 웃음을 얻을 수 있는 코드로 패밀리가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패밀리 코드가 시청률과 만나면 자극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밀리 코드는 긍정적으로 가족 내 소통 효과를 가져다주지만, 시청률과 연관될 경우 당초 의도했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흘러가기 쉽다”며 “가족의 따뜻한 모습은 다큐멘터리에서나 통하는 이야기다. 시청률이 생명인 오락 프로그램은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나 독한 대답에 따라 인기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스타의 민감한 사생활을 파헤치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타 사생활 상품화, 진행·편집자 손에 달렸다

정 평론가는 ‘붕어빵’이 스타의 사생활이나 그의 자녀를 상품화하는 경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진행자와 제작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진행자에 대해서는 “스타의 사생활을 건드리는 노골적이고 자극적 질문보다는 순화된 것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중간 중간 던지는 상황극도 강렬한 답변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제작진에 관해서는 ‘편집권’의 신중한 행사를 촉구했다. “제작진은 출연진이 밝힌 이야기를 어디부터 어디까지 편집해야 하는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출연진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는 편집은 출연자와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입니다. 교묘한 편집으로 출연진을 벼랑 끝으로 몰고 시청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은 근절되어야 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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