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24시’ 엿보기…형식은 진실다큐, 내용도?

‘스타 24시’ 엿보기…형식은 진실다큐, 내용도?

기사승인 2009-09-25 19:46:00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9월에는 스타의 부부나 자녀의 사생활을 상품화하는 오락 프로그램의 경향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주까지 SBS 토크쇼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과 ‘스타 부부쇼 자기야’,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분석했다. 금주에는 근래 종영했거나 재방송으로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지상파TV…간접적으로 스타의 사생활 포장

일단 지상파TV 프로그램에서는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스친소’)를 꼽을 수 있다. ‘스친소’는 타이틀 명 그대로 스타의 친구가 등장해, 상대팀 스타의 친구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일종의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과거 일반인 대 일반인 내지는, 스타 대 일반인이 짝을 지었던 프로그램과 달리, 스타가 친구의 들러리를 자청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또 스타의 ‘재발견’ 측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간접적으로나마 스타의 인맥이나 친구와 함께 있을 때의 모습이 드러나는 재미도 있었다. 연출 여부를 떠나, 일반인 친구의 입을 빌려 매체에서 한 번도 노출되지 않았던 스타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도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지상파TV는 스타 친구를 짝지어주는 ‘스친소’를 비롯해 스타의 사생활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취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 부부생활이라는 콘셉트를 이용해 스타의 연애상을 엿봤고,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은 자녀의 입을 통해 스타의 사생활을 폭로하게 만들었다. ‘스타 부부쇼 자기야’는 스타 부부에게 대담한 질문을 던져 농도 짙은 답변을 끌어내고 있다.

케이블, 스타의 일상을 파고들다

지상파TV가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사생활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때, 케이블 채널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지상파TV보다 직접적으로 ‘진짜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유망주 내지는 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24시간을 동행 취재하는 ‘스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만족스러운 시청률 성적표를 받았다.

대표적 케이블 채널은 Mnet과 MTV이다. Mnet과 MTV는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대형기획사 소속 뮤지션들의 성장기를 담아내 마니아 팬들을 주 시청자로 탈바꿈시켰다.

올해 데뷔해 ‘파이어’(Fire), ‘아이 돈 케어’(I don''t care) 등으로 가요계를 평정한 여성 4인조 그룹 2NE1(YG 엔터테인먼트 소속)도 스타 다큐멘터리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7월2일 첫 방송돼 2개월 동안 전파를 탄 Mnet ‘2NE1 TV’를 통해서다. 빅뱅의 소속사인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리얼다큐 빅뱅’은 2006년 인터넷 사이트 곰TV를 통해 ‘빅뱅 더 비기닝’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몇몇 케이블 방송사에서 하루 5시간 이상 파격편성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스타의 24시간은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는 팬들의 시선을 잡아두기에 충분했다. 시청률도 기대 이상이다. ‘2NE1 TV ’ ‘빅뱅 더 비기닝’ ‘웰컴 투 원더랜드’ ‘2PM의 와일드 바니’ 등은 케이블 채널에서 ‘황금 시청률’로 불리는 1%를 거뜬히 넘어 2~3%까지 치솟았다.

그렇다면 ‘스친소’ ‘2NE1 TV’ ‘빅뱅 더 비기닝’처럼 스타의 사생활을 다룬 프로그램들은 문제의식 없이 관람해도 무방할 만큼 ‘웰 메이드’ 방송이었을까. 이들 프로그램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용두사미 ‘스친소’…스타 등용문으로 전락

‘스친소’의 초반 기세라면 지금도 방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8월8일 첫 방송을 시작해 채 1년도 안 돼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존폐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시청률’이 말썽이었다. 전국 시청률 10%를 넘나들며, 다양한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던 전반과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인기가 바닥을 쳤다.

불안의 조짐은 ‘과유불급’에 있었다. 1~2회라는 짧은 출연만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어야 하니 얼굴, 몸매, 실력 등을 갖춘 친구들이 선별될 수밖에 없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섭외 어려움에 시달리게 되자 ‘스타의 친구를 가장한’ 연예인 지망생들의 출연이 잦아졌다. 한솥밥을 먹는 소속사 친구도 광의의 ‘친구’ 범위에 들어가겠지만, 시청자들의 눈초리는 매서웠다. 스타의 친구가 능수능란한 장기를 선보이면, 시청자는 ‘너도 뜨려고 나왔냐’ 식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스친소’가 스타 지망생들의 ‘오디션 장’으로 전락해버렸다는 사실은 출연자의 이후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남성 팬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유이도 ‘스친소’에서 원더걸스 유빈의 친구로 출연했다. 이후 여성그룹 애프터스쿨 멤버 합류, MBC 드라마 ‘선덕여왕’ 미실의 아역,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의 박재정 아내, SBS 수목극 ‘미남이시네요’ 주인공 유헤이로 발탁, 각종 CF 출연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스친소’가 ‘스타 등용문’으로서 그 구실을 충실히 해낸 셈이다.

스타 지망생들의 잔치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시즌2에서는 방향을 바꿨다. 스타 대 일반인의 짝짓기로 단장했다. 하지만 시청률 결과는 참담했다. 스타 대 일반인의 만남이라는 콘셉트는 이미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등의 프로그램에서 숱하게 봐왔던 것이라 신선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고, 아이돌 가수 위주의 출연진은 팬클럽을 넘어 모든 시청자 층을 파고들 위력을 갖지 못했다. ‘진실성’이라는 초심을 잃고 스타성에만 의존했던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렇게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케이블의 유혹 ‘스타 24시’…출발부터 의도된 기획?

날이 갈수록 ‘스타의 사생활’을 철저히 봉쇄하려는 대형 매니지먼트와 ‘스타 소유욕’에 불타는 열성 팬의 충돌이 격해지고 있다. 극명하게 갈렸던 이들은 스타 24시 동행 취재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소속사는 해당 뮤지션의 인간적 모습을 적당히 공개해 주가를 올리고, 열성 팬은 스타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소속사와 팬 모두를 위한 윈윈전략으로 ‘스타 24시 다큐’는 성공일로를 걷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 볼 때 스타의 리얼 일상을 보여주는 ‘스타 다큐’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스타의 데뷔 시절 영상은 공을 들여 찍을 만큼 희소가치가 있다. 인기 아이돌의 풋풋한 모습은 일정 시청률을 담보 받을 수 있는 ‘킬러 컨텐츠’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과연 ‘스타의 24시간을 보여 준다’는 취지 그대로 방송 내용도 ‘리얼 다큐’일까. ‘스타의 24시’를 보여주기 위해 형식은 ‘다큐멘터리’라는 옷을 입었지만, 스타의 스케줄이나 대상 선정 과정에서 비춰볼 때 있는 그대로의 리얼한 모습을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일단, 아이돌 스타는 스스로 동선을 짜기 어렵다. 소속사 스케줄 내지는 방송 관계자의 촬영 계획에 따라 카메라의 동선이 정해진다. 연출의 손길이 닿기 마련인 ‘방송’이건만 ‘다큐멘터리’ 형식 탓인지 ‘진실’로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또 대상 선정부터 철저한 기획 하에 이뤄졌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쉽게 말해 모든 신인의 데뷔 전 모습을 촬영했다가 인기를 얻고 나면 방송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여건을 감안할 때 꿈같은 얘기다. ‘뜰 만한’ 스타를 찾을 수밖에 없고, 뜰 만한 스타는 대형 매니지먼트사에 있을 확률이 높다. 대형 기획사에서는 중소 업체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물량 공세와 고도의 훈련으로 소속 연예인을 단련시킨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고 홍보력과 흥행 파워를 갖춘 대형 매니지먼트 소속이라면 작은 소속사의 아이돌 그룹에 비해 ‘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로 Mnet이 ‘2NE1’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YG 소속의 ‘리얼다큐 빅뱅’이 성공한 뒤였기 때문에, YG는 더욱 매력적인 카드였을 것이다.

기획사와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만난 ‘스타 24시 다큐’

기획사로서도 손해 볼 게 없다. YG가 2NE1을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스타 24시 다큐멘터리’는 이미지관리 창구로서 적당한 역할을 한다. 무대 위에서는 완벽한 가수이면서, 일상에서는 평범한 소녀가 되는 이중적 매력을 동시에 발산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잘 알기에 YG는 방송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리얼다큐 빅뱅’을 기획 제작했다. 방송사가 편집권을 갖는다 해도 이후 다른 그룹의 출연 문제 등 상호 이해관계를 위해 뮤지션에게 해를 끼칠 만한 내용은 편집 과정에서 걸러지겠지만, 소속사가 주체가 된 영상에 연예인 이미지에 타격을 줄 모습이 ‘리얼’이라는 이유만으로 삽입될 여지는 없다. 물론 YG가 ‘리얼’ 효과를 높이기 위해 멤버들 간의 다툼이나 갈등도 적당히 넣긴 했지만, 이미지에 손해를 입히는 치명적 영상이 사전에 제외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적절히 가공된 영상은 웃음과 눈물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면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방송의 인기와 함께 ‘YG에서 내놓은 거물급 신인’이라는 마케팅 전략이 어우러지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스타 다큐의 ‘기획’ 가능성은 제작진의 개입이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붕어빵’ ‘자기야’류의 예능 버라이어티에서의 ‘연출 의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스타 24시 다큐멘터리’를 온전한 진실만을 담은 ‘다큐’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소속사와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만나 제작된 ‘연출’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돈이 되는 ‘스타의 사생활’

4주에 걸쳐 SBS 토크쇼 ‘붕어빵’ ‘자기야’, MBC 예능 ‘우결’ ‘스친소’, 케이블 ‘2NE1 TV’ ‘빅뱅 더 비기닝’을 통해 스타의 사생활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타 사생활 프로그램이 점차 늘어나는 배경에 대해 각 방송사들이 수입을 올리기 용이한 ‘스타의 사생활’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예인 사생활만큼 편하고 쉽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거든요. 다양한 아이템이 균형을 이루면서 제작되어야 하는데, 일정 수입을 보장해주는 스타의 사생활에 치중하는 게 문젭니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거니와 교양 프로그램 심지어 뉴스에서도 스타의 사생활을 캐느라 여념이 없죠. 케이블TV는 점차 노골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고, 지상파TV도 한몫 거들면서 스타의 사생활에 집중하고 있고요.”

스타의 이중적 태도…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또 ‘스타의 사생활 프로그램’에서 읽혀지는 스타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는 동시에 결국 그 상처는 연예인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고 우려했다.

배 전문기자는 “연예인 스스로가 파파라치의 침입이나 사생활 노출을 꺼리면서도 역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세일즈’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작품 출연이나 가수 데뷔 등 홍보를 앞두고 본인이 스스로 사생활을 팔아 이슈를 만드는 행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 일부 연예인의 이러한 행동이 전체인 것처럼 비춰져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낳기 쉽다”고 분석했다.

스타의 사생활을 이용한 프로그램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예인의 사생활 뉴스가 상업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또 비판 없이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시청자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거고요.”

배 전문기자는 스타 사생활 프로그램의 확산 현상에 대해 방송사, 스타, 대중, 언론 각 분야의 반성을 촉구했다. 우선 방송사는 스타를 활용한 한정된 아이템에서 벗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채찍질했다. 건강하고 질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생산함으로써 균형적인 방송 풍토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제안이다.

스타는 공익을 위해서나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경우에 한해서만 사생활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번 웃고 마는 소모적 소재가 아닌, 대중에게 잔잔한 울림을 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내용일 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어느 정도까지 사생활을 노출해야 하는지 스스로 선을 긋고 방송에 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대중, 무분별한 수용 태도 시정해야

대중 또한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호해주고, 건전한 프로그램을 선호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용자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스타의 사생활을 프로그램으로 만들려는 방송사와 그것에 이용되는 스타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스타를 바라볼 때 가벼운 사생활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연기력, 가창력 등 자질을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캔들, 이혼, 아픈 과거 등 스타의 사생활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매니지먼트사 혹은 홍보사의 자세도 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언론인의 각성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사생활 공개를 부추기는 대중에게 치우쳐 무분별하게 사생활 기사를 작성해선 안 됩니다. 대중문화의 긍정적 발전을 담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되어야 합니다. 특히 연예인의 불이익 보호를 위해 사용된 이니셜 기사가 점차 개인 사생활 캐기 혹은 가십거리로 변질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도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또 검증되지 않은 측근의 말을 인용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기자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고, 스타의 사생활을 부정적으로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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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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