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크크섬’ 김선경 “마이너스통장에도 선뜻 노개런티”

[쿠키人터뷰] ‘크크섬’ 김선경 “마이너스통장에도 선뜻 노개런티”

기사승인 2009-09-30 16:55:00

"[쿠키 연예] 다양한 캐릭터의 옷을 입고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게 ‘배우’라고 한다면, 김선경(41)은 천상 ‘배우’다. 그는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하면서 빛난다.

지난 8일부터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열리고 있는 창작 뮤지컬 ‘당신도 울고 있나요’(이하 ‘당신도…’)에서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배우 김선경을 만났다. ‘당신도…’는 제목 그대로 세상살이에 지치고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치료제처럼 다가오는 작품이다. 라디오 DJ가 청취자들의 사연을 들려주고,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는 김선경이 연기했다. 실연을 당한 젊은 여자부터 남편에게 매 맞고 사는 여자, 유부남과 바람난 여자,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노모까지…. 극중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남자배우 장준휘가 등장하지만 ‘김선경의 모노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세대를 연기하지만, 어느 캐릭터 하나 어색함 없이 펼쳐진다.

그의 흡입력 있는 연기는 20년 동안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쌓은 내공 덕분이다. 출발은 드라마로 시작했다. 1989년 KBS 사극 ‘비극은 없다’ 연기 데뷔와 함께 주제곡을 부른 것이 계기가 돼 뮤지컬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2001), ‘갬블러’(2002), ‘킹 앤 아이’(2003) ‘브로드웨이 42번가’(2004), ‘김선경의 그녀만의 축복’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2005)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뮤지컬 배우로서 주가를 높였다. 그러던 중 2007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담덕(배용준)과 적대 관계에 놓인 연부인 역을 통해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어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서 김부장 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 실려 나오는 무게감 있는 연기는 김선경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좌중을 압도하는 흡입력은 뮤지컬 ‘당신도…’에서도 빛을 발한다.



‘당신도…’에서의 김선경은 마치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몸짓, 표정 하나하나 자연스럽다. 직접 쓴 대본이라서 그런지 툭툭 던지는 대사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당신도…’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평범한 캐릭터이지만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람들의 몸짓과 말투를 관찰하는 게 취미예요. 제가 약한 심성을 지녀서인지 몰라도 주변 상황이 세밀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독특한 느낌이나 상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수시로 수첩에 글을 적거나 녹음기로 내용을 정리하죠. 이러한 작업을 거치고 나니 한층 더 살아있고 사실감 넘치는 표현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인물이나 스토리를 무난하게 설정한 것은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묻어나오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 작품을 보고 ‘어머 내 이야기 같다. 나처럼 상처받은 사람이 또 있구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어요.”

그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도 역시 ‘상처 받은 자’였기 때문이다. 그도 배우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 살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는단다. 지난해에는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단다. 당시에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 일을 계기로 삶을 되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아픈 만큼 성숙하듯이 저의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죠. 고통이 지나간 뒤에는 달콤하고 멋진 인생이 펼쳐진다는 걸 믿어요. 지금 무대에서 행복한 제 모습처럼요.”



그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했던 것처럼 그 과정을 관객과 나누고 싶었다. 좋은 의도로 만든 작품인 만큼 출연료도 전액 기부했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공연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노개런티’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김선경은 다소 당황스러워했다. 순수한 목적이 행여나 다른 의도로 비춰질까봐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출연료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기 꺼려했으나 좋은 일일수록 알려야 한다는 기자의 간곡한 부탁이 계속되자 ‘노개런티’로 임하게 된 이유를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동안 배우로서 별 어려움 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많이 갖고 누린 걸 떠나서 배우로서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받은 사랑을 되돌려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연기를 드리기로 결심했어요. 부족한 연기이지만 관객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관객들이 웃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매일 행복을 느낍니다.”

관객의 ‘치유자’로 나선 김선경. 진솔한 마음을 담아 관객 앞에 나선 그에게서 연기의 진실함이 느껴졌다. 내달 15일부터 서울 대학로 뮤디스홀에서 열리는 미스터리 뮤지컬 ‘건메탈 블루스’에서 한 뼘 더 성장해 있을 그의 연기가 기대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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