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PIFF] 기무라 타쿠야 “이병헌은 언제 봐도 자랑스러운 친구”

[제14회 PIFF] 기무라 타쿠야 “이병헌은 언제 봐도 자랑스러운 친구”

기사승인 2009-10-10 09:53:00

[쿠키 영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14TH PIFF) 둘째 날의 화제는 단연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the rain)였다.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분에 초청된 이 작품은 주연배우들의 조합이 화려하다. 할리우드 진출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병헌을 비롯해 할리우드 톱스타 조쉬 하트넷, 일본 인기 아이돌 SMAP 출신이자 톱배우인 기무라 타쿠야까지 한미일(韓美日)을 대표하는 거물급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들의 인기는 취재진의 열띤 경쟁에서도 드러났다. 기자회견은 9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늦은 시간에 열림에도 불구하고 당일 오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취재진들로 즐비했다. 입장 시간인 오후 8시에는 9층 일대가 마비됐으며, 국내·외 200여 명의 취재진들은 한데 엉켜 실랑이를 벌어야 했다.

한미일 스타 배우들의 독특한 연기

스타 배우들이 동시에 선택한 작품 ‘나는 비와 함께 간다’(감독 트란 안 헝, 국내 개봉 15일)는 어떤 매력을 담고 있을까. 이 작품은 외적으로는 실종된 시타오(기무라 타쿠야)를 찾으려는 전직 형사 클라인(조쉬 하트넷)과 홍콩의 마피아 보스 수동포(이병헌)의 대립과 갈등을 담았다. 내적으로는 선과 악, 종말과 인류의 구원 등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그린 파파야 향기’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감독답게 감각적 영상과 과거와 현실을 넘나드는 교차 구성이 돋보인다.

우선 기무라 타쿠야는 초인적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시타오는 죽음에서 부활했으며, 병마를 몰아내는 신비로운 능력으로 사람들을 치유한다. 시타오는 인류의 구원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사뭇 닮아 있다. 일본 드라마에서 보여준 익살스럽고 코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시타오 속으로 완전히 몰입돼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과 절규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조쉬 하트넷은 극중 인간의 상처에 집착하는 클라인으로 분했다. 수동포로부터 고통을 당한 시타오를 구해줌으로써 세상의 종말을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에 이어 또 다시 악역을 맡았다. 그가 열연한 수동포는 자신이 여자를 위해서라면 남들의 목숨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냉혈한이다. 타인을 잔인하게 폭행하는 방식으로 내면의 두려움을 떨쳐버리려 한다.

2년 만에 내한한 톱스타 기무라 타쿠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기무라 타쿠야였다. 이병헌의 초대로 부산을 찾은 기무라 타쿠야는 영화 ‘히어로’로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후 2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안녕하세요. 기무라 타쿠야입니다.” 자신을 환대해준 이들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2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에 대해 밝히던 중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병헌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털어놨다. 두 사람은 2007년 영화 ‘히어로’를 함께 촬영하면서 맺게 된 인연을 유지해오고 있다.

“제가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게 된 배경은 특별한 영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친구 이병헌이 부산에서 만나자고 제안해 오게 됐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 때마다 열기가 뜨거운 축제라고 느껴집니다. 좋은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게 기회를 준 이병헌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병헌의 첫 인상에 대해서는 “‘히어로’를 촬영하기 전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앗! 이병헌이다’ 탄식이 쏟아져나왔다”며 “주변 사람들에겐 친절하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굉장히 엄격한 사람인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해 해내는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병헌은 “TV나 드라마에서 볼 때에는 코믹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카리스마가 넘치더라”며 “둘이 대화할 때에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고 화답했다.

미흡한 진행…쏟아지는 질문에도 기자회견 급마무리

한편 ‘나는 비와 함께 간다’ 갈라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은 별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으나, 주최 측의 미흡한 진행으로 취재하는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우선 이동 경로가 문제였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각종 기자회견 및 스크리닝이 신세계 백화점 내 문화홀과 씨네드쉐프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자들은 9일 오전 11시30분에 열린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스크리닝(프레스와 게스트 대상의 상영) 참석을 위해 이른 시간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 조쉬 하트넷이라는 스타 배우들의 출연작인 탓에 기자들이 몰릴 것은 뻔했고, 선착순 입장이라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의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영관까지 도착하는데 애를 먹었다. 상영관이 백화점 내에 위치한 관계로 영업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도록 설정됐기 때문이다. 비상계단을 통해 이동하려 했지만 이 역시도 매장 영업시간에 맞춰져 있었다.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오전 10시30분쯤 시정 조치됐다.

미흡한 진행도 문제였다. 스크리닝 상영 1시간 전까지도 주최 측 요원들이 현장에 배치되지 않아 기자들이 우왕좌왕했다. 취재석도 30석 규모라 바닥에 앉아서 관람하는 관계자 및 기자가 속출했다. 작품이 작품인 만큼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진행했어야 옳다.

또 기자회견장에서는 이수현 프로그래머의 무례한 진행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 프로그래머는 기자회견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 조쉬 하트넷에게만 질문이 쏟아지자 직접 나서 트란 안 홍 감독과 여배우 트란 누 엔 케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하고도 입 한번 떼지 못 하는 민망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감독 및 여배우에게 질문하고자 했던 일부 기자들의 발언권을 막는 행위였으며, 한국 기자들의 수준을 격하시키는 다소 불쾌한 상황으로 다가왔다.

기자회견은 1시간 남짓 진행됐다. 일반적 기자회견치고는 다소 긴 시간이라 할 수 있으나 통역이 들어간 점을 감안할 땐 짧은 시간이었다. 이 때문에 끝나기 직전까지도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드는 기자들이 속출했다. 기자회견 내내 발언권을 얻지 못 한 기자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셋째 날을 맞이한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70개국 355편 상영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위업을 무사히 이루기 위해서는 남은 6일 동안 미흡한 진행력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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