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이노’기획, 이노베이션을 일구는 세 가지 키워드

[쿠키人터뷰] ‘이노’기획, 이노베이션을 일구는 세 가지 키워드

기사승인 2009-11-21 22:02: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1월에는 한국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국내 홍보사 여자 대표 4인을 인터뷰한다. ‘왕의 남자’ ‘해운대’ 등 대작을 홍보한 ‘영화인’ 신유경 대표, ‘추격자’ ‘7급 공무원’ 등을 히트작 대열에 올린 ‘퍼스트룩’(1st Look)의 이윤정 대표를 만났다. 이번 주에는 ‘실미도’ ‘한반도’ ‘애자’ 등 맡는 영화마다 마치 첫 영화처럼 열정을 다하는 ‘이노기획’ 김은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노기획의 키워드 ‘열정’

경기 한파는 여전히 충무로 일대를 덮고 있다. 제작 단계에 접어들었던 영화들이 하나 둘 취소되고, 투자 대비 수익을 올리지 못한 제작사가 속속 문을 닫고 있다는 영화인들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개봉 영화 편수도 지난해 194편보다 줄어든 163편(이상 영화진흥위원회, 2009년은 11월21일 현재)이 관객을 만났다.

덩달아 완성된 작품을 관객에게 알리는 홍보대행사도 타격을 입고 있다. 홍보대행사마다 긴축 재정에 들어갔지만 매서운 불황 바람을 온몸으로 이겨내기엔 벅차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매년 꾸준한 성적표를 기록 중인 홍보대행사가 있다. 바로 이노기획이다.

2003년 첫 문을 연 이노기획은 ‘실미도’ ‘그놈은 멋있었다’ ‘오로라 공주’ ‘한반도’ ‘공공의 적2’ ‘신기전’ ‘애자’ 등 기복 없는 활약을 보여 왔다. 김은성 대표는 이노기획의 꾸준한 행보에 대해 “창립 초기부터 신뢰를 쌓아온 제작사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우리도 이제 막 신생 회사에서 벗어난 정도다.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을 뿐”이라고 겸손을 보였다. 하지만 굵직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맡아온 비결은 분명히 있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던 ‘열정’이 김 대표의 어제 그리고 오늘에서 느껴졌다.



대한민국 영화사에 ‘천만시대’를 열다

‘불어라 봄바람’ 홍보를 처녀작으로 내놓았을 당시, 업계에서는 이노기획에 대해 ‘신생 회사이지만 열정적으로 일하는 곳’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병아리’ 이노기획에 대한 호의적 평가는, 당대의 경쟁자 없는 최고 연기파 배우 설경구 주연에 제작비 82억 원으로 화제를 모은 대작을 맡는 계기로 작용했다. 바로 ‘실미도’였다.

김 대표를 축으로 이노기획 전 식구는 ‘실미도’의 주인공들처럼 목숨을 건 전쟁처럼 홍보전을 준비했고, 결국 전국 관객 1108만(영화진흥위원회 기준)의 ‘역사’를 이뤄냈다. 연출을 맡은 강우석 감독과 함께 대한민국 영화사에 ‘1000만 시대’를 연 것이다. 김 대표는 신생 회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자 숙제였다고 회상했다.

“이제 막 테이프를 끊은 회사가 큰 작품을 맡게 된 건 지금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이에요. 홍보 노하우가 많이 쌓이지 않았던 때라 설계도를 어떻게 짜야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어요. 목숨을 건다는 심정으로 전 직원이 ‘실미도’에 매달렸습니다. 최대한 객관적 눈으로, 관객의 마음으로 작품을 분석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죠. 작품을 향한 우리의 열정이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옮기는데 미약하게나마 일조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미도’의 장단점을 파악한 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요소들을 정확하게 홍보했던 이노기획의 자세가 관객 그리고 영화 관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미도’의 연출을 맡은 강우석 감독과의 인연은 계속됐다. 강 감독의 연출작인 ‘한반도’와 ‘공공의 적2’, 내년에 개봉할 ‘이끼’가 모두 이노기획에게 맡겨졌다. 지난해 개봉해 다연발 로켓 화포로 민족적 자긍심과 재미를 한 번에 줬던 김유진 감독, 강우석 제작의 ‘신기전’도 이노기획의 손을 거쳤음은 물론이다.

‘애자’, 또 다른 키워드 ‘진심’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 관객과의 공감대를 최우선으로 하는 홍보로 선 굵은 작품들을 흥행 반열에 올려놨지만, 일부에서는 과소평가했다. 강우석 감독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상징성과 볼거리가 화려한 블록버스터라는 그늘에 가려져 ‘될 작품만 맡았다’는 평가였다. 마치 영화계의 ‘큰 손’ 강우석 감독과 한 번 쌓은 신뢰가 절로 계속돼온 양 ‘가치절하’된 평가에 가슴앓이도 했다.

그러던 중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 ‘애자’가 들어왔다. 지난 9월 개봉한 ‘애자’는 모녀의 애잔한 사랑 이야기로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그동안 맡아온 대작들과 비교해 인물의 미묘한 감정을 풍부하게 살려내야 하는 색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감정의 선을 어떤 식으로 홍보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특색 없는 홍보를 했다간 평범한 모녀의 이야기로 전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진심이 통하는’ 홍보를 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과 인물들의 색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리가 잡은 홍보 포인트가 과연 맞을까 두려움과 설렘으로 관객을 맞이했는데 다행히도 ‘가슴을 울리는 영화’ ‘어머니 생각이 간절히 난다’는 호평을 해주시더라고요. 1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에서 보내주시는 격려의 박수를 받으면서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성적도 좋았다. 전국 관객 191만 명을 기록, 올들어 개봉한 영화 중 흥행 랭킹 20위에 올랐다. 이노기획에 ‘장르와 규모를 막론하고 성실한 성과를 내는 곳’이라는 평가가 더해졌다.



마케터,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

관객과 소통하고 작품에 혼을 불어넣는 홍보로 6년을 달려온 이노기획. 김 대표는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따라서 좋은 마케터는 ‘관객과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영화라도 관객과 소통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듯, 관객이 작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마케터가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 직원을 좋은 마케터로 성장시키기 위해 ‘멀티플레이어’로 활동시킨다고 설명했다.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려면 다방면으로 알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해낼 줄 알아야 해요. PR, 프로모션 등 각자의 업무를 세분화시키지 않고 직원들이 두루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를 경험케 합니다. 여러 방면의 일을 하다보면 작품을 분석하는 안목이 넓어지고, 결국 마케터가 인상적으로 본 부분이 홍보의 ‘핵심 전략’이 돼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형성되는 계기가 되거든요.”

김 대표는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회사로 만들기 위해 자주 ‘소풍’을 떠난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인근 카페로 나가 직원들과 수다를 떨고, 공허함을 느끼는 날에는 공원을 산책하면서 각오를 다진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극장으로 가서, 그냥 같은 영화를 보러온 이웃의 ‘수다스런 아줌마’처럼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 ‘커뮤니케이션’, 이노기획을 설명하는 세 번째 키워드다.

혁신을 이루는 세 가지 ‘열쇠’

관객과 호흡하는 홍보사로서 성장해 온 이노기획. 제작 편수 감소로 인해 오늘 내일의 운명을 장담하기 어려운 한국영화 판도에서 수확을 앞둔 작품이 많다는 것은 그 회사의 실력과 탄탄함을 드러낸다. 연말연초 ‘주유소 습격사건2’ ‘극장판 포켓 몬스터 DP-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 ‘식객-김치 전쟁’ ‘더로드’ ‘이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이노기획’의 ‘이노’는 ‘혁신’을 의미하는 단어 ‘이노베이션’(innovation)에서 따온 말이란다. 회사명에 담긴 의미처럼 홍보 분야에 큰 바람을 일으킬 ‘혁신’적 존재로 성장할 것을 믿는다. 열정, 진심, 커뮤니케이션의 초심 키워드를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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