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번째 작품으로 돌아온 임권택 “신인감독으로 다시 태어난 느낌”

101번째 작품으로 돌아온 임권택 “신인감독으로 다시 태어난 느낌”

기사승인 2009-12-01 12:48:00

[쿠키 영화] 한국 영화계에 살아있는 거장 임권택 감독이 101번째 영화의 돛을 올렸다.

임권택 감독과 주연배우 박중훈·강수연이 1일 오전 서울 충무로 세종호텔에서 열린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제작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 감독의 101번째 영화인 ‘달빛 길어올리기’는 한국 고유의 기법으로 만드는 종이인 한지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전주시와 전주국제영화제 측이 한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문화 콘텐츠를 고안하던 중 임 감독에게 ‘한지’를 소재로 영화화할 것을 제안하면서 기획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송하진은 “근래 들어 전통 문화인 한지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한지를 세계에 알려 상품화 한다면 우리만의 문화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한지와 관련된 영화를 만들면 우리의 뿌리를 되돌아볼 수 있다고 판단, 임 감독에게 제의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임 감독은 송 위원장의 제안을 수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지금까지 한국인의 삶과 역사를 다룬 영화를 자주 만들어왔다”며 “한지를 통해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달빛 길어올리기’ 작업을 위해 임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원주, 문경, 안동, 함양, 의령, 전주 및 지리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한지 취재에 나섰다. 40여 년 넘게 영화 현장에 몸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거라고 털어놨다.

“한지의 세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넓더라고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심한 절망감에 빠졌을 만큼 후회스럽고 고통스러웠지만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나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저로서도 굉장한 경험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101번째 영화를 작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감독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01번째 영화이지만 첫 번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데뷔작을 찍는다는 느낌으로 촬영하면서 새로운 임권택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달빛 길어올리기’가 임 감독에게 특별히 다가오는 것은 생애 첫 디지털 작업에 도전한다는 점일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깊이가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인 만큼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하면서 나를 키우고 싶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의 101번째 프러포즈를 받은 주인공은 박중훈과 강수연이다. 박중훈은 극중에서 비루한 삶을 사는 만년 7급 공무원 종호로 나온다. 5급 사무관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청 한지과로 전과한다. 일로 시작한 한지 작업에 서서히 빠져들면서 삶이 변한다. 강수연은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인 지원 역을 맡았다. 영화를 촬영하다가 종호와 함께 한지 작업에 동참하게 된다.

임 감독은 박중훈·강수연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우선 박중훈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같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배우인데 이상하게도 잘 맞지 않았다. ‘이러다 저 연기자랑 평생 못 만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번에 만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임 감독과 강수연은 ‘씨받이’(1987)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임 감독은 강수연에 대해 “20년 전 두 차례 같이 일을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원했다”며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임 감독의 따뜻한 말에 박중훈·강수연도 화답했다. 박중훈은 “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배우로서 큰 기쁨이자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묘하게 엇갈렸다”며 “가장 안타까웠던 적은 1994년 개봉작인 ‘태백산맥’을 여러 이유 때문에 못 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임 감독을 뵈면 ‘강수연과 <씨받이> 촬영을 하는 것처럼 전 <씨돌이>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농담삼아 말씀드렸다”고 털어놨다.

강수연은 “임 감독과 촬영한 두 작품 모두 성과가 좋아서 이번 제안을 받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다가왔다”며 “이번 작품도 잘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로 조심스럽다. 데뷔작을 찍는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중훈과 강수연은 1987년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 ‘달빛 길어올리기’는 내달 8일 첫 촬영에 들어간다. (재)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하고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송하진,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작투자에 참여했다. 내년 4월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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