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들고 돌아온 파독광부 고무상씨

장학금 들고 돌아온 파독광부 고무상씨

기사승인 2010-04-28 18:12:01
[쿠키 사회]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고무상(사진·63)씨는 강원도가 마련한 해외도민 초청행사에 독일 단장 자격으로 입국, 고향의 탄광마을을 찾았다.

탄광지역인 강원도 태백 출신의 고씨는 1976년 27살 때 치열한 경쟁을 뚫고 파독 광부 체력시험에 합격해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고씨는 독일어를 배우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운데다 탄광지역인 딘슬라켄에서의 막장일은 중노동에 가까웠다. 지하 1000m 아래 탄광에서 무너진 막장을 보수하고 다이너마이트를 일을 시작했는데 막장을 보수하는 자재무게가 80∼100㎏이나 되는 쇠로 만들어져 힘에 부쳤다.

여기에 착암기는 독일인들의 체격조건에 맞게 제작돼 있어 20∼30초만 들고 있어도 팔이 저리고, 땅속의 지압 때문에 곧바로 피로가 쌓여왔다.

3년간의 노동계약기간이 끝나자 고씨는 탄광을 떠나 프랑크푸르트에서 식품업과 무역업, 식당 등을 운영하며 자수성가했다.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강원도 일대를 돌아보고 있는 고씨는 5년째 독일 내 강원도민회를 통해 고국 고교생 2명에 장학금을 지원해 오고 있다. 28일 강원랜드를 찾은 고씨는 고향인 태백에서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 2명에 각각 500유로(약74만원)의 장학금도 전달했다.

고씨는 강원도가 독일에 파견하는 젊은이들을 교육현장과 연결시켜 주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고씨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고령의 교민들이 바다가 보이는 동해에 돌아와 편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독일마을’을 조성하는 일도 모색 중이다.

고씨는 “파독 광부 가운데 탄광촌을 아직도 떠나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며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교민들과 함께 가칭 강원도민 학생장학재단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춘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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