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미술품 도난, 왜 일어났나 했더니…

사상 최대 미술품 도난, 왜 일어났나 했더니…

기사승인 2010-05-21 15:17:00
[쿠키 지구촌] 사상 최대의 미술품 도난 사건이 벌어진 프랑스 파리 현대미술관이 고장난 보안 시스템을 2개월 가까이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경찰은 20일 파리 현대미술관의 보안시스템이 지난 3월30일부터 고장나 있었다고 밝혔다. 부품교체를 요청해 놓긴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있었다. 19일 밤 파리 도심의 미술관에 침입한 도둑은 단 1명에 불과했고, 그는 순식간에 피카소, 마티스, 조르주 브라크, 모딜리아니, 페르낭 레제 등 최고 유명 화가의 걸작 다섯 작품을 훔쳐 달아났다. 도난 당한 작품의 가치는 최대 5억 유로(약7389억원)로 추산된다. 온라인 예술매체 라트리뷴의 디디에르 라이크너 편집자는 “프랑스 미술관 역사상 최대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명한 ‘장물’은 도대체 누가 구입할까. 인터폴 예술품 담당 스테판 테포 경관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도난 작품은 즉시 인터폴의 도난 예술품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인터넷에 공개된다”며 “전세계 어디서든 예술품 딜러들이 이 목록을 확인할 수 있어 도난 미술품을 정상적으로 되파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범인이 사전에 구매자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낮다. 라이크너는 “백만장자들은 피카소와 브라크를 정상적인 미술품 시장에서 얼마든지 사들일 수 있다”며 “훔친 예술품은 집안에 숨겨 놓고 혼자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데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술 인질(Art Hostage)’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한 미술품 전문가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와의 인터뷰에서 “범죄조직이 그림을 사들이면서 마약으로 대가를 지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예술 인질’은 유명 미술관과 사법기관의 예술품 보안 자문 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마약 범죄조직이 헐값으로 그림을 사들여 다시 장물시장에 되팔면, 비록 거래 가격은 정상적인 가격에 훨씬 못 미치지만, 손쉽게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도 한번은 500만 달러짜리 미술품을 2만 달러에 사서 이틀 뒤에 10만 달러로 되판 적이 있다”며 “500만 달러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이틀반에 8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말했다.

예술품 도난 사건이 빈발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은행 강도는 성공하기도 힘들도 처벌도 강하지만, 예술품을 훔치는 것은 훨씬 쉽고 처벌도 약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노르웨이에서 뭉크의 ‘절규’를 훔친 혐의로 체포된 범인 2명은 각각 6년형과 4년형을 선고 받았을 뿐이다.

타임지는 무기 밀매에도 그림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1960년대 이후 일어난 대부분의 예술품 도난 사건은 범죄 조직과 관련돼 있으며, 때로는 예술품 자체를 인질로 삼아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월에도 개인이 소장한 피카소 그림이 도난 당하는 등 예술품 도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피카소 그림이 제1 타겟이다. 1월의 도난 사건은 피카소의 그림 30점을 포함해 150만 달러 어치가 털렸다. 지난해 6월에는 파리 피카소 미술관에서 대낮에 30개 이상의 작품이 도난 당했다.

현재로선 이같은 미술품 도난을 막을 방법은 전시를 중단하고 그림을 금고에 집어넣는 것 뿐이다. 사상 최대의 도난 사건을 당한 파리 현대미술관이 바로 그런 조치를 취했다. 미술관은 20일 ‘기술적인 이유로 휴관’이라는 푯말을 내걸고 문을 잠궜다. 비록,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긴 했지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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