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이슈] 김미화와 ‘블랙리스트’…진실 공방

[Hot! 이슈] 김미화와 ‘블랙리스트’…진실 공방

기사승인 2010-07-10 13:02:00

[쿠키 연예] 지난 6일 오전 8시6분. 방송가에 ‘정치 외압설’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방송인 김미화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KBS에 블랙리스트(출연금지자 명단이 담긴 문건을 의미)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 밝혀 달라’는 글을 올리면서 칼바람이 불었고, 트위터의 급속한 전파 특성상 순식간에 번져가더니 KBS와 방송가는 물론 사회 전반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이 되어 돌아왔다.

김미화의 발언은 ‘실제로 KBS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확신이 아니라 ‘그러한 것이 정말로 존재하냐’는 반문이었다. 즉 본인도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 소문으로만 들었고, 자신도 ‘블랙리스트’ 해당자 중 한 명으로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을 본 적도 접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미화의 추측성 발언은 되레 강한 긍정과 확신의 의미로 둔갑됐다.

이는 김미화의 달라진 위상과 사회적 영향력이 주효하게 작용한 결과다. 과거 KBS ‘쇼 비디오자키’에서 일자 눈썹을 붙이고 야구 방망이를 들면서 ‘쓰리랑 부부’로 전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개그우먼에서 각종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세계청년봉사단, 참여연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녹색연합,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각종 사회단체에서 운영위원, 기획위원을 역임하는 등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로 성장했음을 만큼 영향력 있는 방송인으로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입을 통해 나온 ‘KBS’와 ‘블랙리스트’의 상관관계는 뜬구름 잡는 허구성 발언이 아니라 ‘사실’ 혹은 ‘진실’로 대중에게 인식된 것이다. ‘블랙리스트’ 발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자 문화평론가 진중권과 시사평론가 유창선도 “우리도 ‘블랙리스트’ 해당자였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진중권은 지난해 1월 KBS ‘TV 책을 말하다’ 폐지를 두고 “높으신 분께서 진중권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 버리라고 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가 영원히 못 뵙게 됐다”고 주장했고, 유창선은 지난해 1월 “고정 출연 중이던 KBS 1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고, 사유를 알 수 없는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털어놓으며 ‘김미화의 블랙리스트’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당초 ‘확신’이 아닌 ‘추측’으로 일관했던 김미화는 사태가 예상했던 것보다 커지자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곧바로 밝혔다.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속상한 마음을 글로 표현한 것일 뿐 KBS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방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에 대중은 ‘이해’보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떠나 늘 자신감 넘치는 언사를 보여줬던 김미화의 모습과 달랐기 때문이다.

김미화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 준 ‘트위터’의 위력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젊은 유권자를 투표소로 이끌고, 실종된 여대생을 찾는 일등 공신이 된 ‘트위터’. 140자의 짧은 글이지만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팔로어(Follower)의 인맥과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에 대중은 “이런 결과를 낳을 줄 모르고 글을 올렸냐” “단순한 감정에 의해 적은 글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공인으로서 신중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김미화, 진중권, 유창선의 쓰리펀치로 큰 타격을 입은 쪽은 KBS다.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대중에게 인식됐고, 신뢰도와 명성에 상당 부분 금이 갔다. ‘KBS에는 블랙리스트가 없으며, 존재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부랴부랴 ‘연설식’ 기자회견을 열기에 이르렀다. 세 명의 발언에 핏대를 세우며 일일이 근거를 들었고 법적 대응할 것임을 알렸다.

공영방송사인 KBS가 개인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정도면 ‘블랙리스트’에 대한 강한 부정과 함께 노이로제가 상당하다는 증거다. KBS는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진위’ 여부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달 전에 휩쓸고 간 ‘김제동의 정치 외압설’에 몸살을 앓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은 KBS의 하차 통보로 지난해 10월 4년 동안 진행했던 ‘스타 골든벨’을 떠나야했다. 당시 대중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이 마이크를 내려놓게 만든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며 ‘외압설’에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김제동과 같은 소속사 식구인 윤도현도 지난 2008년 7년 동안 진행했던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에서 줄줄이 하차했으며, 김C도 지난달 KBS 2TV ‘해피선데이’ 인기 코너 ‘1박2일’을 자진 하차하기에 이르렀다.

김미화의 ‘블랙리스트’ 발언 이후 포털 사이트에 ‘김미화’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김제동’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는 김제동도 ‘블랙리스트’ 해당자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대중의 추측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중은 윤도현, 김제동, 김C 그리고 김미화까지 자의든 타이든 정치적 색깔이 드러난 방송인들이 KBS와 자주 마찰이 생기는 현상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문건이 존재한다는 실질적 증거도 없다. 심증으로 엄한 사람을 잡아선 안 되는 터라 대중은 ‘블랙리스트’의 진실이 확실히 밝혀지길 바라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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