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정태 “데뷔 11년 만에 전성기? 서른여덟에 얻은 아기가 복덩이”

[쿠키人터뷰] 김정태 “데뷔 11년 만에 전성기? 서른여덟에 얻은 아기가 복덩이”

기사승인 2010-07-29 19:16:00

"[쿠키 연예] 짧지만 강렬하다. 배우 김정태(38)의 필모그래피가 그렇다.

지난 1999년 영화 ‘이재수의 난’으로 데뷔한 김정태는 영화 ‘친구’에서 ‘준석’(유오성)의 오른팔인 ‘도루코’ 역으로 “진짜 건달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을 만큼 관객에게 진한 인상을 남겼고, ‘똥개’에서는 ‘철민’(정우성)이 아끼던 개를 잡아먹는 건달 ‘진묵’으로 ‘해바라기’에서는 ‘태식’(김래원)과 ‘덕자’(김해숙)를 괴롭히는 건달 ‘양기’로 활약했다.

대부분 건달 내지는 조폭 역할을 맡은 탓에 ‘악역 전문배우’로 불렸다. 건달 연기 9년, ‘욕설을 내뱉는 거친 남자’라는 이미지로 고착돼 내심 속상했는지 “건달 연기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고 노래했다. 그런 그가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 개의 모성애에 집중한 영화 ‘마음이2’에서 꼬질꼬질한 옷차림에 폭탄 헤어스타일을 한 강도 ‘두필’ 역을 맡아 보듬어주고 싶은 어눌한 캐릭터로 관객에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건달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박히다보니 껄렁거리는 이미지를 계속 하기가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그러던 중 밝고 따뜻한 영화인 ‘마음이2’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동물도 워낙 좋아해 단번에 하겠다고 말했죠. 부드럽고 코믹한 역할은 영화 ‘신혼여행’ 이후 10년 만인데요. 개인적으로는 건달보다는 코믹 캐릭터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았어요. 이번 영화로 소원풀이 제대로 했습니다.”

김정태의 발언대로 간절히 원했던 캐릭터가 몸에 꼭 맞았는지 ‘마음이2’에서 코믹 면모를 유연하게 과시했다. ‘두필’은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강도이지만 결정적 순간에 마음이 약해지는 ‘귀여운 악당’이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통해 명품 조연으로 거듭난 성동일(혁필 역)과 ‘필 브라더스’로 극의 활력을 더한다. 두 사람은 영화 ‘나홀로 집에’의 조 페시와 다니엘 스턴 콤비처럼 어눌하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김정태는 10년 만에 고대하던 캐릭터를 만나 힘이 들어갈 법도 하건만 욕심을 버리는 쪽을 택했다. 현란한 애드리브에 과장된 몸동작으로 관객을 웃길 수도 있었으나, 작품의 균형을 고려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필 브라더스’로 활약하는 성동일과의 호흡에 중점을 둬 넘치지 않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처음 만났을 땐 배우끼리 갖는 신경전이 있었죠. 그런데 한두 장면 손발을 맞추다보니까 4~5회부터 감이 오더라고요. 둘의 호흡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연기했어요. 성동일 선배와의 호흡에 대해 ‘지독한 사랑’이라고 표현하는데요(웃음). 서로 눈빛만 봐도 척척 알 정도로 마음이 잘 맞았어요. 워낙 베테랑 연기자라 작품의 흐름을 파악하는 눈과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힘이 대단하더라고요. 함께 연기하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마음이2’로 관객에게 인사 중인 김정태는 올해 유독 활약이 강하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영도다리’를 시작으로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에도 출연 중이다. 오는 10월에는 주연배우로 발탁된 영화 ‘방가방가방가’로 다시 한 번 극장가를 두드린다. 이 정도면 ‘전성기’라 불려도 좋을 듯하다.

“올해까지 안 됐으면 정말 굿이라고 한 판 벌이려고 했어요(웃음). 남들이 하는 똑같은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사람 냄새 나는 연기를 하자’고 마음을 먹으며 했던 것들이 하나 둘 쌓여서 오늘의 순간이 온 것 같아요. 얼마 전 아내로부터 임신 소식을 들었는데 마흔 가까이 돼 얻은 ‘사돌이’(태명) 덕분인 것 같아요. 한 가정의 예비아빠가 됐으니 연기자로서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김정태는 지난해 3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19년 동안 알고 지낸 한 살 연하의 전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건축학 박사인 전 씨는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부경대학교에서 건축공학 대학교수로 제자를 양성하고 있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얼마 전 아내로부터 임신 7주 소식을 들어 내년이면 한 가정의 아빠가 되는 김정태는 ‘배우 김정태’ ‘인간 김정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흙탕 위를 달리다가 이제 막 아스팔트를 깐 기분이에요. 인간 김정태로서 행복하고 예쁜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배우로서는 소박한 꿈을 감사히 여기면서 살려고 합니다. 10년을 더 해도 질리지 않게 연기할 자신있으니 지켜봐주십쇼.”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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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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