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철부지 10대의 ‘게임 중독’ 가족死…엄마 죽이고, 스스로 목매

충격! 철부지 10대의 ‘게임 중독’ 가족死…엄마 죽이고, 스스로 목매

기사승인 2010-11-16 21:07:00


[쿠키 사회] 15일 밤 11시 부산 대연동 T빌라 건넌방. 잠자리에 누운 허모(12·초등 6학년)양은 어머니(44)와 오빠(중3·15)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도대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맨날 컴퓨터 게임이나 하다가 뭐가 댈라꼬 그라노?"

에잇 진짜, 나 좀 가만 놔둬"

어머니와 오빠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니 진짜 이래 말 안들을래? 컴퓨터 확 불 싸질러뿌까"

내 방에서 나가소. 빨리"

지금 당장 컴퓨터 꺼라이. 안 그라면 내 가만 안 있을끼데이"

이 게임 아직 다 안 끝났어요. 내 컴퓨터 만지지 마소. 하지 마라, 진짜. 아 진짜, 엄마 그만 나가라"

허양은 여느 때도 항상 듣던 두 사람의 말다툼 소리를 '별 것 아니겠지'라고 여긴 채 그냥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날 아침 7시30분쯤 잠을 깬 허 양은 엄마를 찾았다. 평소라면 아침밥 준비를 하고 있었을 엄마는 보이지 않았고 불러도 대답도 없었다. 안방에 들어가자 엄마는 침대위에 반드시 누워 있었다.

허양은 김씨의 손목을 잡고 흔들었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의 손목은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깜짝 놀란 허양은 근처에 사는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급하게 달려온 외할머니는 김씨 주검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안방을 살핀 후, 집안 곳곳을 수색하다 또 다른 시신을 발견했다. 베란다에 설치된 보일러실 가스배관에 전깃줄로 목을 매 숨져 있는 허양의 오빠를 발견한 것이다.

허양 오빠의 방 책상위 컴퓨터 옆에는 "할머니, 게임 때문에 엄마한테 몹쓸 짓을 해 미안합니다. 용서를 바랍니다"라는 짤막한 내용이 적힌 유서가 한장 놓여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어머니는 목졸림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허군이 어머니와 다투던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화가 나 어머니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죄책감에 못이겨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견된 허양 어머니의 얼굴에는 타박상이 있었으며 목에 손톱을 긁힌 자국도 발견됐다.

허양 오빠는 매일 2~3시간씩 컴퓨터게임을 해왔으며 주말이면 새벽 2~3시까지 게임에 몰두해왔으며 게임 중독 현상을 보여 전문기관에서 치료 상담으로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머니를 살해하던 날 그가 하던 게임은 폭력적인 온라인 서바이벌게임. 갖가지 첨단 총기류로 잔인하게 살상을 자행하는 컴퓨터게임으로 10대 청소년층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눈물을 그치지 못하던 허양은 "오빠가 평소 게임을 하지 말라고 어머니가 꾸중하면 반항하다 가끔 때리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허양 오빠의 담임교사는 "평소 허군이 게임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런 일까지 벌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어제 점심때만 해도 진학상담까지 받았을 정도로 평소에는 얌전한 학생"이라고 전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컴퓨터 게임 중독은 마약 중독과 같이 사람의 뇌 신경전달물질 체계를 바꿔 무서울 정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게 하며 시간 개념을 망각하게 하고 인간관계와 사회성을 마비시킨다.

한 정신과 의사는 "게임 자체가 폭력적 성향을 띄고 있고 마구 살상을 해 이기는 형태로 구성됐다면 게임 중독자 당사자에게 끼치는 악영향의 정도는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상의 세계에서 거의 매일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둘러 사람을 죽이는 게임에 길든 10대 소년은 현실 세계에서 결국 어머니까지 살해했다. 게임 중독은 가상의 세계와 현실을 세계를 구분하지 못했고, 결국 한 가족을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내몬 것이다.

조사를 맡은 경찰관은 "컴퓨터에 빠진 10대들을 보면 정말 걱정 스럽다"면서 "엄마와 오빠까지 한꺼번에 잃은 허양은 이제 어떻게 살아갈 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허양의 아버지는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부산=이영재 기자 bhyoon@kmib.co.kr

이영재 기자
bh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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