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org)가 25만건에 이르는 미국 정부의 외교 전문(電文·cables)를 29일부터 9일간 차례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기밀로 분류된 문서이고 주로 최근 3년간 작성됐으며, 가장 최근의 것은 올 2월에 주한 미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고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기밀은 아랍 국가의 지도자들이 개인적으로 이란에 대한 공습을 요구했다는 내용과, 미국 관료들이 유엔 고위관료들을 감시하고 감청까지 했다는 내용이다. 폭로 내용은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독일 슈피겔, 프랑스 르몽드, 스페인 엘파이스를 통해 보도됐다.
가디언은 앞으로 폭로할 내용 중에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 변화에 대한 내용과 파키스탄, 알카에다
관련 내용 등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가 대부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전문들은 미 국무부가 전세계 270곳의 미 대사관(영사관)들과 주고 받은 내용이며 특히 앙카라(터키) 바그다드(이라크) 암만(요르단) 도쿄(일본)에서 보내온 것이 많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25만1287건에 이르는 외교 문서의 공개로 국제 문제와 외교관계에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표현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앞두고 관련 국가와 접촉해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으며 국무부는 위키리크스에 폭로가 미국 법을 어기는 것이며 일부 관련된 인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군 작전이나 대테러 대응, 핵확산 억제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이를 폭로한 매체들은 국무부를 사전에 취재해 이들의 반론을 함께 보도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한국의 관료들이 북한의 경제난과 권력 승계 과정의 문제로 자체 붕괴할 경우에 대비해 통일 한국의 전망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주한 미 대사관은 한국이 통일을 위해 중국에 상업적인 유도책을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보고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대사관은 올 2월 중국은 통일 한국이 미국의 ‘양순한 동맹국’이 될 것을 우려하지만 한국의 관료들은 중국에 적절한 상업적인 거래(the right business deals)를 제안해 달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의 전문을 보고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또 이란이 새로 획득한 19개의 장거리 미사일은 북한이 옛 소련의 미사일을 개량해 수출한 것으로 핵탄두를 싣고 유럽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내용도 폭로 내용에 포함돼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내용이 올 2월 미 국부무 군축 특사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정부에게서 직접 청취한 내용으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한편 위키리크스의 인터넷 사이트(wikileaks.org)는 외교문서 폭로를 불과 몇시간 앞두고 사이버 공격을 받아 접속이 차단됐다. 위키리크스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거대한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비밀 문서 폭로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 사이트 접속은 원활하지 않지만 뉴욕타임스 등 외교 문서를 제공 받아 폭로한 매체들의 인터넷 사이트는 29일 오전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