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alk] 음악인들이여, 공짜로 주는 걸 아까워하지 말라!

[Ki-Z talk] 음악인들이여, 공짜로 주는 걸 아까워하지 말라!

기사승인 2011-06-11 14:03:00

"[강일권의 댓츠 베리 핫]

[쿠키 연예] 지난 2007년 세계적 록 그룹 라디오헤드(Radiohead)는 새 앨범 ‘인 레이보우즈’(In Rainbows)를 발표하면서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책정하고 다운로드 하도록 한 적이 있다. 가격 책정에 대한 강제력이 없었기 때문에 무료로 공개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100~150만 건의 다운로드 중 절반 정도가 평균 5유로(약 8,000원)를 내고 받아갔다고 한다.(절반은 무료로 받아갔다)

결과적으로 전체 판매액은 정식 유통 경로를 거쳤을 때보다 훨씬 줄었지만, 음반 한 장당 실질적 수익률은 높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익이 얼마나 창출되었는가가 아니라 이들이 자신의 음악을 프로모션 했던 방식이다.

오프라인 시장이 탄탄했던 미국의 팝계도 생각보다 빠르게 디지털 마켓에 주도권이 넘어갔고, 그 결과 대중이 음악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단위도 앨범이 아닌 싱글 위주로 재편됐다. 환경과 시스템의 변화로 많은 사람이 음악을 찾아 듣는 게 아니라 들려지는 것을 듣게 됐다. 라디오헤드는 구매를 요구하기 전에 음악, 정확하게는 앨범을 먼저 들려주는 길을 택한 것이다.

어느 정도 기본 판매량이 보장되는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로서 이러한 시도는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돈으로 대변되던 곡의 물질적 가치에 대한 기준을 파괴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격적 프로모션은 당장 음반 수익은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그 외 부수적으로 수익(공연)을 창출하거나 차후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곤 한다.

4년 전 라디오헤드가 보여준 이 무료 공개 방식은 현재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고릴라즈(Gorillaz)와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는 자신들의 음악을 웹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 했고,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는 새 앨범 ‘핫 소스 커미티 파트 투’(Hot Sauce Committee Part Two)를 무료로 스트리밍 할 수 있게 했다.

세계 대중음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힙합, 알앤비 씬에서는 믹스테이프(Mixtape)와 프리(Free) 앨범이라는 형태를 통해 신곡을 대량으로 무료 공개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제는 대중이 알아서 자신의 음악을 찾아 듣고 돈을 지급하길 바라기보다 적극적으로 결과물을 들려주며 미래의 구매자를 유치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외의 많은 뮤지션은 공짜로 다운로드 하는 이들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음악을 들은 이들 중 일부가 자신의 미래 활동에 지지 세력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증명되고 있다.

물론 음반·음원 판매 외에도 공연 및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사업 등 부수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활성화돼 있고, 앨범을 완성할 때 그 자체를 즐기며 많은 양의 결과물을 만드는 국외의 작업 문화에 한정된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한 곡 한 곡에 담긴 뮤지션의 열정과 그 곡이 만들어지기까지 들어갔을 노력을 생각하면, ‘공짜’라는 말은 매우 무례하고 가혹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변화된 시장과 대중의 심리 등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내 뮤지션들도 ‘공짜’라는 단어에 너무 민감하진 않았으면 한다. 유료냐 무료냐가 예술적 가치의 높고 낮음을 판단한다는 생각은 낡은 사고방식일 뿐이다. 스스로 음악적 완성도와 실력에 자신 있는 이들이라면, 부디 공짜로 주는 걸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마시라. 무료로 좋은 음악을 준다면 그 보상은 몇 배의 가치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

강일권 흑인음악 미디어 리드머 편집장(www.rhythmer.net)

*외부 필자의 기고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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