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퍼포먼스 후폭풍 점입가경…비난과 포용 사이

임재범 퍼포먼스 후폭풍 점입가경…비난과 포용 사이

기사승인 2011-06-30 08:55:00

지드래곤·이준·탑·이효리 그리고 레이디 가가의 차이는?

[쿠키 연예] 최근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며 화려하게 재기한 가수 임재범이 콘서트 도중 ‘나치’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펼쳐 논란에 휩싸였다.

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것일까. 화려한 무대와 돌발적 상황 설정으로 관객에게 신선함을 안겨주려던 퍼포먼스가 되레 불쾌감을 주는 일이 연예계에 끊이질 않고 있다. 독창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가 될 줄만 알았던 스타들은 ‘불쾌한 퍼포먼스’로 마무리된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는 눈치다.

퍼포먼스는 현장성과 일회성을 지닌 표현 행위 예술이다. 때문에 비유와 역설, 풍자와 해학 등이 겸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대로, 표현의 방식과 대중의 견해 차이에 따라 의도한 방향보다는 자칫 우롱하는 듯한 느낌으로 변질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임재범은 지난 26일 콘서트에서 독일 나치군의 제복을 입고 나와 나치식 경례를 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해 관객들로부터 ‘나치에 대한 찬양이 아니냐. 불쾌하고 찝찝하다’ ‘느닷없는 나치의 등장에 감동마저 끊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임재범의 나치 논란이 화두로 떠오르자 유명인들의 설왕설래도 오갔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임재범에 대해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미학적 비평의 대상… 그냥 ‘몰취향’이라고 하면 됩니다”라고 얕잡아본 뒤 “윤리적 논란을 피해 갈 명분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겁니다. 그런 촌스런 도덕적 변명까지 내세워 가면서까지 굳이 그런 짓을 하고 싶어 하는 그 미감이 후진 것”이라고 독설을 가했다. 하지만 인기 작곡가 김형석은 진중권을 겨냥해 “음악에 맞는 퍼포먼스를 한 것을 가지고 윤리를 들먹이며 미감의 수준을 운운하기 전에 가서 공연 보시고 릴렉스 하시길”이라고 비판한 뒤 “그냥 아무 계산 없이 그 무대에 어울리는 소재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한 것뿐”이라고 임재범을 옹호했다.

임재범 측은 “카리스마 있는 록 무대를 꾸미기 위한 일종의 연출일 뿐”이라며 “록의 정신이 자유를 갈구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나치즘에 대한 반어적 퍼포먼스였다”고 해명했으나 나치 퍼포먼스에 대한 갑론을박은 옹호와 비난으로 나뉘어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은 퍼포먼스 때문에 검찰 조사까지 받은 바 있다. 그는 2009년 12월 콘서트 무대에서 과도하게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해 물의를 빚었다. ''''브리드(Breathe)''''라는 곡의 퍼포먼스에서 침대에 묶여 있는 여성 댄서가 지드래곤의 허리를 다리로 감싸 안으며 마치 성행위를 하는 듯한 모습과 효과음을 연출했고 ‘쉬즈 곤(She''''s Gone)''''을 부르는 도중에는 자신을 벗어나려는 연인을 칼로 찌르는 모습을 그림자로 선보였다. 12세 이상 관람할 수 있는 콘서트에서 이러한 외설적 퍼포먼스를 펼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받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드래곤의 퍼포먼스가 공연음란죄와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조사 결과 검찰은 무혐의로 판단했다.

그룹 ‘엠블랙’ 멤버 이준은 지난 2월 추락 퍼포먼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그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무대 아래로 떨어졌고 곧 의료진이 등장, 무대가 잠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는 모두 계획된 연출이었다. 방송사 측과 사전에 협의된 퍼포먼스였던 것.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위험한 퍼포먼스를 연출해 충격과 걱정을 안긴 것에 대해 큰 불만을 드러냈다.

소속사 측은 항의가 빗발치자 “떨어진 곳에는 매트가 놓여 있었다”며 황급히 해명했고, 이준 또한 미니홈피를 통해 “나는 다행히 안전하게 착지했다. 많이 걱정하셨을 텐데 마음이 무겁다”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민폐만 끼치는 퍼포먼스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 “방송을 보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시청자를 우롱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등의 비난을 한동안 더 들어야 했다.

그 외에도 ‘빅뱅’의 탑과 이효리는 지난 2008년 무대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연출해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으며 가수 아이비와 ‘2PM’의 닉쿤 역시 무대에서의 과도한 스킨십과 섹시한 퍼포먼스로 구설수에 올랐다. 걸 그룹 ‘소녀시대''''는 지난해 한 무대에서 수영과 태연이 가볍게 입 맞추는 모습을 선보여 팬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몇 년 전 팝가수 마돈나는 무대 위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퍼포먼스를 벌여 종교계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그는 신성 모독이라는 논란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더 큰 구설수에 올랐다.

퍼포먼스는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재미와 환기를 안겨주기보다 거부감과 불쾌감을 준다면 실패한 퍼포먼스다. 특히 문화적 정체성이 확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도했거나 보여 주고자 했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실패로 돌아간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연예인들은 파격적이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위한 욕심이 과해 이러한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검찰 조사를 받았던 지드래곤의 경우, 당시 공연 관람객 가운데 1,000여 명이 수사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며 옹호하기도 했지만 조족지혈에 불과했고, 나치를 조롱하고 독재를 반대하는 의미였다는 임재범의 퍼포먼스 의도는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했다.

반대로 퍼포먼스 논란을 매번 일으키면서도 오히려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타도 있다. 팝가수 레이디 가가는 피범벅 퍼포먼스나 생고기 드레스, 투명한 수녀복 등 갖가지 파격적 모습을 끊임없이 연출하며 온갖 구설수 올라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히려 10대 초반부터 과시해 온 작곡 실력을 바탕으로 싱어 송 라이터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다른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대표적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적 성숙도와 상황에 맞는 퍼포먼스, 의도를 드러내는 명확한 표현이 임재범과 레이디 가가 사이의 ‘온도 차’를 이해하는 열쇠가 아닐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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