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비엔나 커피 만큼 사랑받는 ‘오스트리아 와인’

모차르트·비엔나 커피 만큼 사랑받는 ‘오스트리아 와인’

기사승인 2011-06-30 21:14:01

패션과 미술의 나라 이탈리아, 건축의 나라 스페인, 서양 문학의 진수 러시아,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의 프랑스…. 많은 유럽의 나라들이 각자의 특색과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여행자들이 유럽 여행에서 오스트리아를 빠트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음악에 있다.

오랜 역사가 축적돼 온 오스트리아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가들을 배출한 서양 음악의 집결지라고 할 만큼 화려한 문화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오스트리아하면 모차르트와 하이든, 슈베르트의 숨결이 묻어나는 음악을 떠올리게 된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선율을 떠올리며 도나우 강변을 걷거나 유럽의 여느 도시보다도 많은 공연이 열리는 빈에서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나 빈소년합창단의 무대를 만나는 것도 여행가들의 즐거움이다. 음표로 가득한 경쾌하고 정겨운 거리의 모습은 그 자체가 음악이다.

하지만 모든 여행에 있어 문화적 특성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식도락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 그 나라의 맛을 빼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오스트리아에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유명한 음식들이 있다. 대부분은 슈니첼(Schnitzel)이나 ‘비엔나 커피’로 불리는 아인슈페너(Einspanner)를 떠올리게 되는데, 여기에 와인이 빠지면 또 서운하다. 갈수록 국내외 유명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나 와인 전문 매거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오스트리아 와인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와인이 대부분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산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중들에게 오스트리아 와인은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어느새 국내 유명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오스트리아 와인은 좋은 평가를 받으며 추천되고 있고 전문가들의 평가뿐 아니라 대중들의 선호도도 급상승 중이다.

국내 오스트리아 와인 수입 업체 관계자는 “불과 5년 전만해도 오스트리아 와인을 접하는 일은 일반 소비자는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생소한 편에 속했는데, 몇 년 사이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다”며 “요즘에는 서울의 유명 레스토랑 등지에서 쉽게 오스트리아 와인을 만날 수 있고, 브랜드의 화려함보다는 맛의 만족도를 높이 사는 와인 마니아들의 평가가 특히 높아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와인 사랑은 각별하다. 마치 우리나라가 김치와 불고기, 비빔밥 등을 세계화하는 데에 큰 과제와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오스트리아 또한 자국 와인의 우수성과 특별함을 알리기 위한 애정어린 움직임이 분주하다. 내수용에 그쳤던 오스트리아의 와인은 점차 세계에 그 진가를 알리고 있는데, 지난 2002년 런던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 세계 상위 10위권에 오스트리아 와인이 7개나 이름이 오르는 등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국제 무대에서 진가가 알려지며 관심이 높아지자 오스트리아는 본격적으로 와인 알리기에 나섰다.

매년 5월 말께 열리는 ‘오스트리아 와인 마케팅 보드(Austrian Wine Marketing Board·AWMB)’는 전 세계 와인 관계자들을 초대하여 자국 와인을 홍보하는 대대적인 행사다. 도시만큼 길고 화려한 2700년의 역사를 지닌 오스트리아의 와인을 모두 만날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나 퀄리티 면에서나 그 뛰어남을 자랑하는 와인을 만나기 위해 전 세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오스트리아가 생동감 있고 맛있는 와인을 생산해내는 것은 특별한 지형 조건의 영향이 크다. 부르고뉴와 같은 위도 상에 위치하면서도 큰 기온차를 갖고 있는데, 무거운 낮과 시원한 밤의 여름 기후는 신선하고 향이 풍부한 와인을 만드는 데에 최적의 조건이다. 북에서 오는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판노니아성 기후와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가 만나는 흔치 않은 조건도 갖추고 있다. 위도 47~48도 사이에 있는 오스트리아는 프랑스의 부르고뉴와 같은 위도 지역으로, 여름은 덥고 길며 가을은 주야간 온도 차이가 크다.

오스트리아는 네 개의 포도 재배 지방이 있는데 부르겐란트 (Burgenland), 니더외스터라이히 (Niederösterreich), 슈타이어마르크(Seiermark) 및 오스트리아의 수도이기도 한 빈(Wien)이 그것이다. 이 네 개의 포도 재배 지방이 세분화돼 12개 포도 재배 지역으로 나눠진다. 이 지역들을 직접 방문해보면 그 푸르고 넓은 포도밭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포도나무로 뒤덮인 광경이 보이는데, 마치 해남 땅끝마을에 끝없이 펼쳐진 그림 같은 녹차 밭을 연상케 한다.

특히 빈은 수도이면서 와인 생산에 중요한 지리적 위치를 하고 있다. 전통의 와인 문화와 현대적인 수도로서의 매력을 함께 접할 수 있어 특별한 관광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고대 로마식의 와인저장고과 바로크식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와인 등 오래된 전통이 그대로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얼마나 와인을 중요시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스트리아 와인의 대표주자는 고유 품종이자 세계적인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그뤼너 벨트리너다. 그 외에도 샤도네이나 피노누아뿐 아니라 리슬링, 소비뇽 블랑, 무스카텔러 그리고 바이스부르군더(피노블랑)까지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생산한다. 또한 츠바이겔트와 블라우프랜키쉬, 상크트 라우렌트 그리고 블라우어 빌드바허, 치어판들러, 로트기플로, 벨쉬리즐링 등 숨겨진 보석과 같은 품종들도 있다.

포도 생산 면적은 5만ha로 그리 넓지는 않지만 그중 70%가 화이트 와인 품종이며 화이트 와인의 반 이상, 즉 전체 36%가 그뤼너 펠트리너(Gruner Veltliner)를 생산한다. 평균 와인 생산량은 250만hl(헥토리터). 그러나 ‘양보다는 질’이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기업형 대량 생산과는 거리가 멀다. 9000개가 넘는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은 소규모 가족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대로 내려져 오는 풍부한 경험과 경영 철학이 중요시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유수한 많은 가문들도 와인을 생산했는데, 그중 에스테르하지(Esterhazy)가(家)의 와이너리가 유명하다. 클래식 음악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가문인 에스테르하지는 음악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집안에 악단을 가지고 있었고 베토벤이나 슈베르트 등 음악인들을 후원했다. 바로크음악의 대가인 작곡가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궁정 악장으로 약 30년간 일했는데, 그는 유명한 와인 애호가이기도 했다. 에스테르하지 가문은 음악만큼이나 와인에도 관심이 많아 18세기부터 와인을 만들어 판매했고, 하이든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그를 기리며 만든 호마지 조셉 하이든(Hommage Joseph Haydn)와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와인의 유기농업 부문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이미 농경지의 16%와 전체 포도 재배지의 10%가 유기 농법 관련 규정에 따라 경작되고 있으며 유전자 조작 식물은 기본적으로 재배가 금지돼 있다. 이러한 경영 특성은 오스트리아 와인의 고급화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웰빙을 위한 삶을 추구하고 이에 따라 유기농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높아지자 오스트리아 와인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한국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칠레, 미국산 와인에 비해 대중적인 인식이 크지는 않지만, 와인 수출국으로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수출은 80년대 1000만 유로대에서 90년대 조금씩 증가세를 보이며 4000만 유로까지 올랐고 2000년대에 이르러 급상승하며 2004년 8000만 유로를 넘어섰고, 2008년 1억1천만 유로를, 지난해에는 1억2천만 유로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새 3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그러한 성장세는 비단 수출액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출된 와인의 양은 2003년을 기점으로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100만 리터였던 수출양은 2000년 3500만 리터, 2003년 8000만 리터를 기록한 후 2005년 6000만 리터대로 줄었고, 2006년에는 5000만 리터를 급하락했다. 수출양이 줄었음에도 매출에 크게 변화가 없는 것은 갈수록 오스트리아 와인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가시적인 증거다.

세계 최고의 와인 비평가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에 ‘새로운 오스트리아 제국?(A new Austrian empire?)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오스트리아 와인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한 와인 전문가는 “같은 가격대의 와인을 놓고 평가했을 때, 프랑스 와인보다 오스트리아 와인의 품질이 더 높다”며 “이제 갓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몇 년 안에 오스트리아 와인이 한국인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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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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