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블라인드’ 김하늘 “19금 많이 아쉽다”

[쿠키人터뷰] ‘블라인드’ 김하늘 “19금 많이 아쉽다”

기사승인 2011-08-25 13:56:00

"[쿠키 영화] 조성모의 ‘투헤븐’(To Heaven) 뮤직비디오에서 처음 본 김하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긴 생머리에 청순한 외모,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까지. 이후 김하늘은 청순가련한 멜로 작품의 여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보했다.

그것도 잠시, 로맨틱 코미디물로 영역을 확대해 상큼 발랄한 매력을 발산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이후에도 공포,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팔색조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마침내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블라인드’(감독 안상훈·제작 문와쳐)에서는 데뷔 13년 만에 시각장애인 역에 도전했다.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김하늘을 만났다. 긴 갈색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는 청순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대화를 해 보니 여배우답지 않은 털털함이 매력적으로 각인됐다.

김하늘은 ‘블라인드’에서 경찰대 학생 출신의 시각장애인 수아로 등장한다. 영화는 연속되는 여대생 실종 사건과 뺑소니 사고를 두고 시각장애인 수아와 목격자 기섭(유승호)의 증언이 엇갈리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다양한 장르 가운데 스릴러물에 도전한 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하늘은 “스릴러여서 택한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가 워낙 좋았고 수아라는 캐릭터를 보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돼 시사회보다 먼저 상영됐다. 1500여 명의 관객이 관람했으며 영화가 끝난 후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하늘은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정말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보통 영화를 기자시사회 때 처음 보거나 기술시사회 때 보는데 이번에는 관객들과 함께 봤어요.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고 떨렸는데 반응이 좋아 정말 기뻤죠. 시나리오를 봤을 때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끝나고 나니 해냈다는 성취감이 드네요. 그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어요.”



김하늘은 유독 이번 작품에서 스스로에게 많은 채찍질을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촬영 내내 예민했고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는 “가장 무서운 게 나 자신이 스스로를 평가할 때인 것 같다”면서 “이번 작품에서는 내가 나를 많이 괴롭혔다. 그동안에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대본 안에서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대본 밖 현실을 많이 보고 알아야 했다. 다가가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험난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엄격하게 가두고 노력한 탓인지 김하늘은 연기변신에 성공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멜로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 액션을 거쳐 스릴러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인정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비결은 잘 모르겠다”며 쑥스럽게 웃은 김하늘은 “기분 좋게도 다양한 역을 할 때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 원동력으로 다른 역에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는 내가 범인이 되는 역이나 악역을 해 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요즘 김하늘은 관객의 사랑 속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영화 ‘블라인드’ 홍보와 함께 영화 ‘너는 펫’ 촬영에 한창이다.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쁜 탓에 체력과의 싸움이 주된 숙제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최근에 많이 아팠어요. 잘 견뎌내기 위해 매니저 분들이 사준 홍삼을 먹기 시작했고요, 무엇보다 밥을 잘 챙겨 먹으려고 해요. 밥이 최고예요.”

과거에는 혼자 있는 걸 좋아했지만 요즘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졌다며 달라진 성격을 전했다. 얼핏 보면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따뜻한 사람이라고 평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랑은 성향 자체가 다른 사람인데도, 그 사람에게 힘든 일이 있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면 내가 그 사람이 되어 슬프고 즐겁고 해요. 앞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하면 제 마음이 아프고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하고요. 최대한 그 사람의 입장이 돼서 듣고 이야기하는 데 맘을 씁니다.”

그럼에도 김하늘은 친구들에게 미안한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오랜 친구들을 잘 챙기려고 해요. 아무래도 친구들이 감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내게 많이 맞춰 주는 편이라 제가 더 잘 챙기는 게 당연한 거고요. 친구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릴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있는데, 며칠 전에는 친구가 전화로 ‘하늘아’라고 딱 세 글자를 말했는데도 무슨 일이 있는지 한 번에 맞췄어요. 제 친구들도 저를 그렇게 잘 알아주고요. 친구는 존재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되네요.”



김하늘은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결혼해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예계에 데뷔하게 된 계기도 우연했고, 데뷔 후에는 운 좋게도 조연을 거치지 않고 바로 주연으로 얼굴을 알렸다. 배우로서 살아가는 오늘이 익숙하면서도 때로는 우연과 행운 속에 이어진 길이라 평범한 삶도 그리 멀리 느껴지지 않는단다.

“스톰이라는 브랜드의 모델로 데뷔했어요. 당시 듀스의 김성재 씨를 좋아했는데 그분이 모델이었죠. ‘내가 모델이 되면 그분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지원했고 뽑혔어요. 이후 제 이미지를 좋게 보신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했고 주목받게 됐죠. 운이 좋았던 거죠.”

김하늘은 작은 것 하나도 “운이 좋았다”며 감사해 했다. 영화 ‘블라인드’를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손익분기점인 14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인 ‘블라인드’, 김하늘이 예상하는 스코어는 어느 정도일까.

“반응은 정말 좋은데 청소년 관람 불가이고 장르적으로 한정돼 있어 관객 수를 정말 예상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난 것이니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한 장면을 드러낸다고 해서 바뀔 일이 아니었고 그렇게 되면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기는 하지만요.”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으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유승호는 본인이 출연한 영화를 못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승호가 ‘누나 연기 봐야 하는데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보여 주고 싶은데 할 수 없네요.”

마지막으로 김하늘은 “아직도 우리 영화를 공포영화로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데 스릴러영화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새로운 스릴러의 느낌을 줄 것이고 스릴러를 좋아하지 않는 분에게는 따뜻한 느낌을 줄 것”이라면서 “여러 가지 면을 함께 볼 수 있으니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