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댄스타운’ 무관심한 세상 향한 소리 없는 절규

[Ki-Z 작은 영화] ‘댄스타운’ 무관심한 세상 향한 소리 없는 절규

기사승인 2011-08-27 12:58:00

사람들은 인생에서 각기 다른 춤을 추며 살아간다…

[쿠키 영화] 우리는 이 사회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살아갈까? 그렇다면 사회는 우리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져 주는가?

아동 성범죄가 대낮에 학교 근처에서 발생하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은 독거노인은 사망 후 며칠이 지난 뒤 발견되기도 한다. 이뿐이 아니다. 치를 떨 만큼 온 국민을 분노케 한 범죄도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기억에서 잊히고 개인의 삶을 살기에 바쁘다.

전규환 감독의 영화 ‘댄스타운’(제작 트리필름)은 탈북자 여성의 시선을 따라가며 현대사회의 비정함을 꼬집는다. 이 영화는 이방인이 본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린 ‘모차르트 타운’과 아동 성범죄 전과자와 피해자 가족의 피폐한 삶을 그린 ‘애니멀 타운’에 이은 타운 3부작 중 세 번째 작품이다.

인민탁구선수 출신의 리정림(라미란)은 첫 결혼에 실패한 후 재혼해 알콩달콩한 삶을 살아간다. 남편은 아내 정림을 위해 남한의 화장품과 성인 비디오를 구해다 준다. 하지만 이웃집의 밀고로 발각돼 위험에 처하고 남편은 곧 따라가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정림을 먼저 남한으로 보낸다.

정림은 남편의 말만 믿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지만 한국에 도착한 후 그를 향한 보이지 않는 몰이해와 폭력 속에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간다. 그러던 중 정림은 북에서 공개 처형당한 남편의 사진을 보게 되고 모든 희망을 잃은 그는 결국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리정림의 곁에는 경찰관, 국정원, 이웃주민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의 편이 돼 지켜주지 못한다. 화려한 도시 속의 그리움을 나타내는 이 영화는 상당히 무겁고 어둡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본 듯한 찝찝한 기분까지도 느끼게 한다.

영화는 느리고 여백이 많아 관객에게 수시로 생각할 시간을 부여한다. 또 충분히 벌어질 수 있고, 벌어지는 이야기 들을 직설적으로 담는다. 리정림 외에도 다양한 장치들이 현대 사회의 무관심과 고독을 표현한다.

사고로 장애를 입어 정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불우이웃의 자살시도, 감정이 배제된 채 탈북자 관리를 일적으로만 수행하는 국정원 직원, 어둠의 경로로 낙태약을 구입하고 학교에서 하혈하는 고등학생의 모습을 통해 그간 암묵적으로 묵인해오던 단면적 도시의 모습을 선명하게 표현해낸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한다. 다시 등장하는 임신한 고등학생은 대낮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옆 갈대숲에서 본드를 불다가 갈대밭 속으로 조용히 파묻힌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의 길을, 자동차는 그 곁을 쌩쌩 지나가 버린다.

‘댄스타운’은 스페인 그라나다 영화제와 미국 달라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 20곳이 넘는 영화제에서 공식초청을 받았다. 오는 9월 1일 개봉하며 청소년 관람불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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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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