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블루칩] 기은세 “첫 주연작 ‘더 뮤지컬’로 ‘중고 신인’ 딱지 뗄래요”

[Ki-Z 블루칩] 기은세 “첫 주연작 ‘더 뮤지컬’로 ‘중고 신인’ 딱지 뗄래요”

기사승인 2011-09-05 11:12:00

[쿠키 연예] ‘중고 신인’으로 불리는 배우들은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연기를 계속 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배우가 되고자 했던 열망 하나로 버틴 인고의 시간은, 어느 시인의 말을 빗대자면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와도 같았다. 바로 눈앞에서 잡힐 것만 같았던 배우로서의 가치는 좀처럼 쉽게 쥐어지지 않은 채 5년이 넘는 시간을 ‘신예’라는 타이틀을 안고 살았다.

배우 기은세(26)는 흔히 말하는 ‘중고 신인’이다. 데뷔한지 몇 년 지났지만, 아직 사람은 그를 신인배우 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황금물고기(2010)’와 ‘투명인간 최장수(2006)’에 출연했고,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 아편굴 기생으로 출연해 송강호와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어느 덧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을 때 기은세에게 뜻밖의 기회는 찾아왔다. 3년 만에 부활한 SBS 금요드라마 ‘더 뮤지컬’에서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았게 된 것. 주인공 5명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에는 구혜선과 최다니엘, 박기웅, 옥주현 등과 함께 기은세의 얼굴도 담겨있다.


“드라마에 캐스팅 돼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다함께 엠티를 갔어요. 그때 눈물이 날만큼 기뻤었죠. 회식할 때 돌아가면서 소감을 말했었는데,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을 하는 순간 울컥했어요. 그들과 함께 한 구성원으로 지내게 된 것이 너무 설렜거든요. 가족처럼 오래 지내다보니 익숙해지고 편해졌지만, 문득 문득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게 감개무량해요.”

처음으로 뮤지컬이라는 소재를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 ‘더 뮤지컬’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좌절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노래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배우부터 작곡가, 제작자, 연출자, 투자자까지 뮤지컬 무대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열정을 조명한다. 사전 제작 드라마로, 지난해 촬영을 시작해 이제 약 3회분의 촬영이 남아 있다.

구릿빛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때문에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한 기은세는 ‘더 뮤지컬’에서 예상외로 지고지순한 ‘착한’ 캐릭터를 맡았다. 유진(박기웅)의 연인이자 유명 홍보대행사 실장 서라경 역이다. 좋은 집안에서 자라 반듯하고 예의바르게 살았지만, 유진이 고은비(구혜선)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자신의 연인을 뺏은 고은비에게 화를 내기보다 자신과는 다른 모습에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게 된다.

“저에겐 이런 역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캐스팅돼 너무 놀랐어요. 다소 제 이미지가 강해 보이나 봐요. 당돌하고 새침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실제로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인데 말이죠. 그래서 고민이에요. 어떻게 부드럽게 보여야할까. 착해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도 연구 중입니다”

첫 촬영은 강렬했다. 감독은 박기웅과 빨리 친해지라는 의미에서 첫 촬영을 키스신으로 진행했으나 서로 낯을 많이 가리는 탓에 어색함만 늘어났다고. 그는 “첫 촬영이라 너무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덕수궁 돌담길에서 다정한 연인의 모습으로 연기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라며 “기웅 씨도 나도 키스신 때문에 더 긴장하며 촬영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재미있었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잡지 모델로 데뷔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성숙한 느낌을 지녔던 덕에 10대 때에도 사람들이 20대로 오해하는 일이 많았다. 우연한 기회에 한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맺었고, 회사의 권유에 따라 3인조 여성 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1년 동안 ‘연습생’ 생활도 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는 그는 스무 살 때 잠시 활동을 접고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미술 공부를 시작해 미대에 진학하게 된다.

“당시에는 ‘혼자만의 은퇴’나 다름없었어요. 내가 연기를 못하든 잘하든, 인정을 받든 못 받든 ‘죽어도 이걸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그런데 그러한 확신이 드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옴니버스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한 달 가까이 해외에서 힘들게 촬영을 했지만, 통째로 편집돼 스크린에서 볼 수 없게 됐던 사건도 있었다. 촬영을 위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까지 따며 연기의 혼을 불사르던 그였다. 기은세는 “배우로서의 정체성에 회의감을 느꼈을 때 ‘더 뮤지컬’은 내가 연기자의 길을 계속 갈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라며 말했다.

“중간에 포기도 하려고 했었고, 내 또래들 보면 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분명 연기를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나를 모르기 때문에 어디를 가서 당당히 ‘내 직업은 배우’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일 거예요. 그런데 저, 작년부터는 당당하게 말했어요.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은 ‘배우라고요? 어디에 나오셨는데요?’라는 말이었는데요, 요즘에는 그냥 ‘여기 저기 나왔으니 나중에 찾아 보세요’라고 쿨하게 넘길 만큼 익숙해졌어요.(웃음)”

“예쁜 역 말고 다소 망가지는 연기도 재밌을 것 같다”는 그는 이제야 연기에 대한 큰 욕심을 가져본다고 말한다. 어쩌면 지금이 ‘배우’ 기은세의 진짜 시작인지도 모른다. ‘더 뮤지컬’과 함께 화려하게 막이 올릴 그의 새로운 출발이 기대되는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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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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