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착한 며느리와 악녀 사이…배우 이유리 ‘이중 매력’

[Ki-Z 人터뷰] 착한 며느리와 악녀 사이…배우 이유리 ‘이중 매력’

기사승인 2011-09-05 10:12:00

[쿠키 연예] 문득 궁금해졌다. 배우 이유리의 진짜 모습은 어느 쪽일까.

이러한 궁금증이 생긴 것은 반달 모양 눈웃음의 착한 며느리였던 그가 최근 드라마에서 독기가 가득 찬 서슬퍼런 눈빛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이후부터다.

지난 14일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이유리는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난 황금란 역을 연기했다. 극중 황금란은 철없는 난봉꾼 아버지 황남봉(길용우)으로 인해 맘고생하는 엄마 이권양(고두심)을 도와 집안을 이끄는 억척녀였지만 자신이 원래 부잣집 딸이었다는 사실을 접한 후 그간 잃어버린 채 살았던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다.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이유리는 기자의 우문에 “실제 성격은 착하지도 독하지도 않은 우울한 성격”이라며 “남편을 만나 밝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즐겁고 기쁘게 사는 법을 배웠다”라며 신혼부부다운 향기를 물씬 풍겼다. 혼신을 다한 실감나는 연기로 ‘이유리의 또 다른 발견’이라는 평을 얻었지만, 이유리에게는 가장 힘들었던 드라마로 꼽을 만큼 고난의 연속이었다.

“금란이가 해피앤딩으로 끝나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원래 우울한 캐릭터를 맡으면 작품이 끝나도 따라오거든요. 가족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끝나고 나서 돌아보면 터널을 뚫고 나왔는데, 터널에 있을 때는 ‘언제 태양이 보일까’ 늘 막막하고 힘들어요. 막상 터널을 지나면 환한 빛을 만나는 것처럼, 이번 작품을 통해 평생 연기해야할 연기의 폭을 많이 배웠죠.”

이유리는 2002년 드라마 ‘러빙유’ 이후 9년 만에 악녀 역할이었다. 그는 “눈만 부릅 뜨는 게 싫더라”라며 “금란이 역에 빙의 되기 위해 매일 주문을 외웠다”고 털어놨다. 주위의 모니터링에 귀를 기울인 것은 물론 시청자 홈페이지를 꼼꼼히 다 읽어볼 만큼 열성적이었다.

“이번에 너무 놀란 것이, 시청자들의 의견이 생각보다 훨씬 정확한 거예요. 반성하게 됐어요. 그동안 내가 배려하지 않고 연기를 했구나. 시청자들은 다 아시는구나. 더 긴장하면서 할 수 있었죠. 황금란은 외적으로는 강한데 마음은 한없이 여린, 외강내유에요. 그릇이 작아 현실을 담아낼 줄 몰랐어요. 방법을 몰라서 실패하는 그런 금란이 때문에 너무 많이 울었죠. 생각의 폭을 넓히면 되는데 그게 안돼서 매일 힘들어하는 금란이가 불쌍해서 울었어요.”

지난해 9월 교회 전도사와 결혼한 이유리는 주위로부터 ‘왜 하필 새신부가 그런 독한 역을 맡았느냐’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그는 “마음은 행복한데, 촬영장에서 그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안됐기 때문에 힘들었다”라며 “남편과 시어머니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유리는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를 만큼 각별한 고부 사이를 자랑한다.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시어머니와는 하루에도 여러 번 통화를 할 만큼 친구 같은 사이다. 이유리는 시어머니를 두고 ‘나의 정신적인 지주’라고 말할 정도다.

“저희 어머니가 상담 1급 자격증을 가지고 계세요. 촬영장에서 우울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의 깊은 속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분이세요. 연기하다보면 정체성이 흐려지거든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유난히 극한 연기도 많았고요. 매 시간 전화해서 기도해달라고 했어요. 시어머니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불어넣어줬어요.”

극중에서 대립 구도를 형성했던 정원(김현주)과는 본의 아니게 묘한 경쟁을 해야 했다. 시청자들은 정원을 응원하는 쪽과 금란을 지지하는 구도로 나뉘게 됐다.

“글쎄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신다는 증거 같기도 해요. 다소 경쟁을 부추긴 거 같아요. 현주 언니보면 ‘내가 저 정도로 완벽했더라면 훌륭한 연기자가 되지 않았을까’ 할 만큼 흐트러짐이 없어요. 몸매 관리나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물론, 촬영장에서 NG 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러면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존경스럽죠. 속으로 ‘멋있다. 나도 저렇게 흐트러지지 말아야지’ 다짐했었죠.”

과거 ‘러빙유’에 출연할 당시에는 식당에 가도 종업원이 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미움을 받았었다. 그는 “9년 전만해도 악역들은 실제 생활에서도 미움을 받고 서러운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라며 “이제는 시청자 분들도 다 아신다. 연기는 연기로 보신다는 거다. 그럴수록 더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착한 역할과 악역 중에 어느 연기가 더 편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어요. 사실 착한 연기가 더 어려워요. 금란이 정도의 감정 연기는 물론 어렵지만, 속으로 감정을 쥐고 있는 것보다 밖으로 표출하는 게 더 시원하지 않나 싶어요.”

이유리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연기를 경계한다. 때문에 일상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스스로 터득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 연기관은 그래요. 일반 사람들을 많이 보잖아요. 그런데,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껴요. 그럴 때 힘들어요. 동사무소를 찾아가 서류를 떼거나 혹은 세금 내러 은행가는 것 그리고 장을 보러 다니고 그런 것들이 저에겐 중요해요. 배울 게 너무 많거든요. 연기자로서 내가 겸손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극중 금란이는 정원이에게 자신의 가족들을 빼앗겼다고 느끼며 강한 질투와 원망을 쏟아냈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양보해야만 했던 경험이 있었느냐고 물으니 신혼부부다운 답변이 돌아온다.

“결혼 생활하면서 그런 것 느껴요(웃음). 서로 맞춰가고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요. 남편이 띠동갑 연상이지만, 절대 ‘오냐오냐’ 받아주지 않아요. 희생하는 것을 가르쳐주고 조율하는 걸 가르쳐요. 결혼은 방법론이 중요하구나 느끼죠.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화를 내느냐 웃느냐는 극명히 다르니까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서로 자랐기 때문에 내 주장 만을 내세울 수많은 없어요. 너무 버릇없는 독불장군 아내가 되는 것도 싫고요. 매번 깨우쳐주고 철부지였던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남편에게 고맙죠.”

이유리는 오는 6일부터 뮤지컬 ‘친정엄마’의 무대에 선다. 지난해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수미와 또다시 함께 한다. 캐릭터는 다르지만, 드라마에 이어 또다시 눈물을 흘려야 할 운명이다.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를 물었다.

“저는 개그맨들에게는 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웃음을 준다는 것은 너무 큰 값어치를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역을 해보고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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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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