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 독특+발칙+참신한 종족 번식 액션코미디

[Ki-Z 작은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 독특+발칙+참신한 종족 번식 액션코미디

기사승인 2011-09-10 13:52:00

[쿠키 영화]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는 관객들의 가슴을 조여 오게 만든다. 잔인하게 생긴 외계인 ‘에일리언’의 끔찍한 모습은 외계인의 침공이라는 가상의 상황에 대해 거부감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런 외계 생명체의 에일리언의 침공이 코믹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정자를 얻어 종족 번식의 의무를 지고 있는 비키니를 입은 에일리언 모니카(하은정)와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하는 숫총각 영건(홍영근).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감독 오영두)는 기존의 ‘에일리언’ 시리즈와는 180도 다르게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출발한다.

‘에일리언 비키니’는 지난해 초 개봉한 옴니버스영화 ‘이웃집 좀비’를 선보인 영화 제작단체 키노망고스틴의 작품으로 제목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 B급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500만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든 이 영화는 코미디, 드라마, SF, 호러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치들을 삽입해 신선함을 준다.

영화는 바른 생활과 정의사회 구현을 몸소 실천하는 ‘도시 지킴이’ 영건이 괴한에게 쫓기는 여성 모니카를 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건은 모니카에게 반하지만 모니카는 종족 번식을 위해 지구에 급파된 에일리언이다. 날이 밝기 전에 최상의 정자를 얻어야 하고 그 타깃으로 영건을 택한다. 그러나 영건은 순결서약을 한 몸. 결혼 전에는 절대 정자를 줄 수 없다며 버티지만 모니카는 이런 그를 유혹, 고문하며 육탄전을 벌인다.

두 사람의 독특한 캐릭터는 영화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모니카는 카마수트라는 물론 다양한 성감대 자극 노하우와 마사지 기술을 보유한 팜므파탈로 영건을 유혹한다. 바른 생활 청년 영건은 뛰어난 암기력을 가진 보양 음료 제조가 취미인 웰빙 애호가로 영화 속 큰 웃음을 책임진다.

하지만 그에게는 유년시절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를 목 졸라 죽인 트라우마가 있다. 이는 영화 속 중간 중간 등장해 영건을 억누른다. 또 마냥 순한 것 같던 영건이 모니카를 폭행하는 원동력이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재돼 있던 폭력성과 과거의 상처는 순간 분출돼 영건의 또 다른 면을 내보인다.

코믹하고 장난스러울 것 같았던 영화는 영건의 죄의식과 또 다른 ‘시간’의 차원에 대해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설화 ‘술이기’가 삽입되기도 하며 영화 중간에는 갑자기 ‘롤렉스’의 이미지 광고가 등장하기도 한다. 오영두 감독은 “지루할 것 같아 넣었다”고 밝혔지만, 시간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시계 영화 광고가 삽입돼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가능케 한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한없이 장난스럽고 모자라 보일 수 있지만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접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또 이 영화가 이전 ‘이웃집 좀비’와 같이 오영두 감독의 옥탑방 집에서 모두 촬영되었다는 점을 고려하고 보면 높은 완성도에 놀라기까지 할 것이다.

‘에일리언 비키니’는 올해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밴쿠버 영화제와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다. 지난달 25일 개봉했으며 청소년 관람 불가다. 상영시간은 75분.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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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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