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상호 “명품조연 사양, ‘역시 김상호’로 불리고파”

[쿠키人터뷰] 김상호 “명품조연 사양, ‘역시 김상호’로 불리고파”

기사승인 2011-09-16 08:01:00


[쿠키 영화] 푸근한 미소와 인자한 눈웃음. 배우 김상호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보여 준 감칠맛 나는 연기로 일찌감치 ‘명품 조연’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챔프’에서도 승호(차태현)와 말 우박이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보안관 역을 맡아 감초 연기를 펼쳤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배우 김상호를 만났다.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넨 그는 ‘챔프’의 자료집을 한 장씩 넘겨보더니 “아~ 이때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이 장면이 이렇게 찍혔구나…”라며 회상했다.

자신의 역할과 인물 소개가 나온 부분에서는 한참을 뚫어져라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왜 웃는지 묻자 “다양한 수식어들로 꾸며진 소개”라며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자료집에는 ‘명품 조연’ ‘각종 흥행 영화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 주는’ 등의 평가가 적혀 있었다.

웃는가 싶더니 대뜸 “사실 저는 ‘미친 존재감’ 혹은 ‘명품 조연’이라는 말을 정말 싫어합니다”라고 말했다. 조연들에게 최고의 찬사가 될 수 있는 말이건만 그는 정중히 사양했다.

“그런 말들은 유행을 따르는 말이라 시간이 지나면 낡아 없어지고 말 겁니다. 또 ‘명품 조연’이라는 말은 제 연기 영역에 있어 조연이라는 한계를 정해 두는 것 같거든요. 연기에 명품과 명품이 아닌 게 어디 있습니까. 다 각자의 역을 열심히 할 뿐이죠.”

물론 좋은 뜻으로 ‘명품 조연’이라 불러 줘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수식어를 원할까. “‘역시 김상호!’라고 불리고 싶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역시’라는 말은 정말 기분이 좋은 말이에요. 그 말에는 저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것 말고는 ‘배우 김상호’라고 불리고 싶어요. ‘배우’라고 불릴 때 가장 벅차오르거든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시티헌터’와 MBC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영화 ‘모비딕’ ‘챔프’에 이어 한창 촬영 중인 ‘완득이’까지 김상호는 올 한 해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에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그는 “고등학생 때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아카시아라는 껌이 있었어요. 껌 종이에 보면 좋은 글귀가 쓰여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제 일기장에 한 구절 한 구절 써 놨었죠. 그 중에 ‘세상에 살다가 흔적은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이 나왔어요. 순간 머리를 한 대 꽝하고 맞은 기분이었죠. 그것이 제 연기인생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숫기 많을 것 같은 겉보기와 달리 낯을 많이 가리며 소극적이라는 그는 모임에 가도 조용히 구석에 앉아 있는 편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 구절처럼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 남들 앞에 나섰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배우’의 꿈을 이룬 김상호는 사인 하나에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정성을 다한다. 어른들에게는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학생들에게는 ‘좋은 생각이 좋은 내일을 만듭니다’라는 글을 전한다.

“사인을 받는 분들에게 늘 메시지를 적어 드려요. 어르신들에게는 복 받으시라는 말 만큼 좋은 말은 없다고 생각해요. 또 좋은 생각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그 메시지를 적습니다. 그런데 악필이라 반은 알아보고 나머지는 못 알아보시는 것 같아 걱정이죠(하하).”

요즘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친근한 인상 때문에 TV에서 그를 본 시청자들이 동네 주민으로 오해하는 에피소드도 종종 벌어진다.

“많은 분들이 제게 친근하게 다가오세요. 얼마 전에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자꾸 쳐다보더라고요. 그러더니 나중에 하는 말이 ‘배우인 줄 모르고 동네 주민으로 착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친근하고 푸근한 인상이 제 무기인 것 같습니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아이들과 등산을 즐긴다. 8세 아들과 5세 딸을 두고 있는데 아이들과 수영, 줄넘기, 자전거 타기 등을 함께 하는 것이 또 하나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자연스레 아이들 이야기로 흘러갔다. 아들과 딸을 ‘내 새끼’라고 표현하는 그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 주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사진 속 딸은 얼굴보다 큰 분홍색 선글라스를 끼고 손으로 브이(V)를 그리며 활짝 웃고 있다. 아들은 또랑또랑한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아들은 아내를 닮고 딸은 저를 닮았어요.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죠. 울다가도 제가 안아 주면 울음을 뚝 그치는데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에요. 자식 낳아 보면 이해하실 겁니다.”

김상호는 아직 ‘챔프’를 보지 않았다. 언론시사회, VIP시사회 등 볼 기회는 많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기 위해 아껴뒀단다. “‘챔프’는 가족끼리 보기에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저 역시 아이들과 함께 볼 겁니다. 이환경 감독의 순수한 감성과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도 큰 교훈이 될 것 같습니다.”

‘챔프’(감독 이환경·제작 화인웍스)는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 승호(차태현)와 절름발이 경주마 우박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경주마 루나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차태현과 아역 김수정의 연기 호흡이 돋보인다. 지난 7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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