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김선아 “드라마 끝난 후 나만의 ‘버킷리스트’ 만들었죠”

[Ki-Z 人터뷰] 김선아 “드라마 끝난 후 나만의 ‘버킷리스트’ 만들었죠”

기사승인 2011-09-17 13:03:00

[쿠키 연예] 배우 김선아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따라붙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삼순이’다. 시청률 50%를 넘기며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은 한때 누구나 부러워할 명예가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넘어야 할 산이기도 했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 삶의 진리. 대중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닐까 싶을 때 잔잔하던 마음의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킨 작품을 만나게 됐다. 바로 드라마 ‘여인의 향기’다.

김선아는 최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연재 역을 맡아 사표를 내던지고 행복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강지욱(이동욱)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게 되는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를 통해 물 오른 연기와 ‘로맨스 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이며 ‘로코퀸’이라는 수식어가 이끄는 배우가 됐다.

지난 15일 서울 명동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선아는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질 만큼 드라마 속 캐릭터들과 닮아 있었다. “겨우 두 시간 반 자고 일어났다”면서도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얼굴로 대화를 이끌어 갔고, 약속된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한마디라도 더 전하려 한참을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고심하던 모습은 ‘이연재’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로코퀸’이요? 한 것도 없는데 왕관을 씌워주시네요.(웃음) 이번 드라마는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의미도 크지만, 과정의 만족도가 가장 컸어요. 시한부 인생을 살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의 엔딩을 미리 알고 시작했었죠. 마지막 회에서 ‘7개월 이틀째를 살고 있다’고 나왔는데 이는 드라마 시작할 때 작가가 말해줬던 내용이에요. 마지막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해요. 무거운 캐릭터지만 희망을 줄 수 있는 자체가 제겐 큰 감동이었고 너무 예쁜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15%의 시청률로 출발해 14%이라는 다소 아쉬운 수치로 막을 내렸지만 김선아는 그 여느 대보다 체감 온도가 높았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동료 배우들이 ‘드라마 재밌게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을 많이 해서 놀랐다”며 “시청률은 솔직히 잘 나오면 좋은데, 지나치게 기대거나 좌지우지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 정도 사랑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극중 김선아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작성한 버킷리스트는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 리스트인 버킷리스트는, 과거 유언장을 미리 써보며 지난 삶을 돌아봤던 것처럼 최근 일반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기도 했다. 곧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적는 것이 요지다.


“죽는다는 생각은 사실 거의 안 해봤어요. 사람은 누구나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죠.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끝내고 ‘김선아의 버킷리스트 20’을 만들어봤어요. 대부분 평상시 해야 하는 것들, 바빠서 잊어버렸던 것들이에요. ‘엄마 웃게 해주기’ 같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하기가 힘든데 앞으로는 열심히 하려고요.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시한부잖아요. 100년도 채 되지 않아 삶은 대부분 끝나니까요. 참, 저의 버킷리스트는 20번이 끝이 아니네요. 21번이 마지막인데, 이 마지막의 버킷리스트는 이동욱 씨가 직접 써줬답니다. 어떤 내용이 있는지는 비밀이에요.(웃음)”

그러나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은 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드라마 상이지만 설움 받으면 직장생활만 하다 암 선고까지 받은 김선아의 모습에 가족들은 맘 편히 시청을 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내가 등장하기만 하면 옆에서 하도 울어서 가족들과 드라마를 같이 못 봤다. 누가 보면 초상집인 줄 알았을 것”이라며 “촬영하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어 했는데, 옆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셔서 더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렬하지만 슬픈 탱고도 드라마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였다. 한 발짝 다가가면 한 발짝 물러나야 하는 탱고처럼 ‘여인의 향기’ 속 인물들의 사랑이나 인생도 같은 이치였다. 그는 “탱고 장면을 보고 ‘연출의 힘’이 대단함을 느꼈다”며 “이동욱 씨나 엄기준 씨나 뻣뻣한 것은 똑같았는데, 신기하게 스탭이 엉켜도 호흡이 잘 맞았다. 탱고 장면 촬영하면서 서로 복화술로 ‘우리 너무 잘하는 것 같다’며 자화자찬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번 드라마는 김선아에게 여러모로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다.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여인의 향기’를 만날 수 있도록 여느 때보다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SNS 계정을 만들어 누리꾼들과 소통하며 드라마를 널리 알렸고, 심지어 동료배우인 이동욱과 엄기준에게도 동참을 종용(?)했다.

“처음에는 바로바로 댓글이 달리고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마냥 신기했어요.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스케쥴이 빠듯해 자주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새삼 SNS의 위엄을 알게 됐죠. 이동욱 씨와 엄기준 씨는 처음에 ‘이런 거 해본 적 없다’며 무관심해 하길래 제가 2주 동안 설득하면서 아이디도 같이 고민해주고 했었거든요. 지금은 저보다 더 열심히 해요.(웃음)”



김선아의 미투데이에는 동료 배우들과 다정히 함께 한 사진들과 생생한 촬영 현장 그리고 소소한 일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는 글에서 “이렇게 내일을 바라보며 살아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연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라며 “난 아직 버킷리스트 21번 작성중 (중략) 여러분들한테 ‘그동안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 쓰기. 여전히 자다가 눈 번쩍 뜨고 17회 찍으러 가야할 것만 같다”고 종영의 아쉬움을 달랬다. 또한 촬영 도중에 올린 “다리 뻗고 단 5분이라도 누워봤으면! 최근 나의 5일간의 버킷리스트 1위”라는 재치 만점의 글과, 직접 사진을 합성해 올릴 만큼 수준급의 포토샵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때문에 하루에 1000여개가 훌쩍 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동욱과 엄기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동욱은 사랑하는 연인으로, 엄기준은 늘 곁에서 묵묵히 연재를 지켜주던 친구로 등장했다.

“이동욱 씨는 처음에 어떤 사람이지 전혀 정보가 없었어요. 탱고 연습장에서 처음 만나 촬영을 시작 했는데, 무뚝뚝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무뚝뚝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엄기준과는 달리 어색함이 느껴서 ‘서로 편하게 말을 놓자’고 했는데 ‘쿨’하게 바로 반말을 하더라고요.(웃음) 근데 먼저 편히 대해주니 너무 고마웠어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는 나이는 어리지만 리더십도 있는 것 같고, 시크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귀여운 면도 있고 애교도 많은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남은 생애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지만 실제의 김선아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시한부 인생인데, 나중에 미안해질 것 같아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못 갈 것 같다”며 “이 부분을 두고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당신이 없으면 더 불행할 수 있다’는 말을 차츰 이해하게 됐다. 그 사람이 무엇 때문에 행복하고, 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일까 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작품 속 김선아는 당차고 꿋꿋하면서도 빈틈이 많아 어쩐지 사랑스럽다. 사랑하는 사람과 티격태격하다 결국 결실을 맺지만, 비슷비슷한 ‘캔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있어 아쉬움은 없을까.

“이런 장르에 출연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감사한 거죠. 저를 보시고 ‘삼순이’를 아직 많이 떠올리시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전 행복한 게 아닐까 싶어요. 아직도 ‘삼순이’ 시즌2를 찍자는 얘기가 들려오니까요.(웃음) 그런데 너무 노처녀 이미지로만 부각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나이에 연연하지 않아서 그런지 드라마 캐릭터들이 노처녀라는 생각은 거의 안 해봤어요. 단지 삼순이는 파티쉐였고, ‘시티홀’의 신미래는 여성 시장이었을 뿐이죠.”

김선아는 촬영 현장에서 시종일관 현장 분위기를 띄우고, 스태프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독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정이 많이 들어 작품을 끝낼 때마다 눈물 바람이다.

“촬영은 끝났는데 스태프들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요. 작품 끝날 때마다 정말 한 맺힌 사람처럼 엉엉 우는데, 아 민망해 죽겠어요. 평소에는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조금 있다가 종방연 하러 가야하는데 벌써부터 눈물이 나려고 하네. 사람들이 ‘울보’라고 할 거 아니에요. 이제는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뜻대로 안되네요.”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 영화 ‘투혼’의 개봉을 곧 앞두고 있는 김선아는 “‘여인의 향기’는 유독 후폭풍이 센 것 같다. 여러 의미에서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면서도 “아픈 역 했으니, 당분간은 밝은 캐릭터를 맡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번 작품하면서 문든 내가 너무 마음을 닫고 살진 않았나 생각하게 됐어요. 쉽진 않겠지만 내가 먼저 손 내밀어 주고 내가 먼저 잡아줘야 하지 않을까 반성하게 됐죠. 일과 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작품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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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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