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공지영 “피해학생 승자로 만들고 싶었다”

‘도가니’ 공지영 “피해학생 승자로 만들고 싶었다”

기사승인 2011-09-20 10:29:01

[쿠키 영화] 영화 ‘도가니’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공지영이 영화를 보고 난 소감과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공지영은 19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인터파크 도서 주최로 열린 ‘도가니’(감독 황동혁‧제작 삼거리픽쳐스) 시사회에 참석 후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공지영은 “오늘로써 (이 영화를) 세 번째 보는 것인데 이제야 영화로 보는 것 같다. 오늘은 절대 안 울려고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도가니’는 2005년 무진의 청각장애학교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토대로 새로 부임한 미술교사(공유)가 교장과 교사들에게 성폭행과 학대를 당한 아이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다.

이 사건을 소설로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법정 스케치를 다룬 신문기사에서 발견했고 취재를 시작했을 때 한걸음 씩 빠져들었다”면서 “법에서는 피해 학생들을 패배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통해 승자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다면 작가로서도 무한한 행복감을 느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의 폭력 수위는 소설보다 4배나 더 심하다. 아주 야만적이고 잔인하다. 오죽했으면 인권위 관계자가 치를 떨었을 정도다. 그런데 그것을 다 표현하면 내 소설이 형편없어질 것 같아 줄여 표현했다. 그런데도 영화에는 소설의 딱 절반 정도가 표현됐더라”고 밝혔다.

영화 속에는 교사들이 장애 학생들을 무차별하게 때리는 장면, 세탁기에 머리를 집어넣는 장면, 성추행 장면 등이 담겨 있다. 이 장면들이 실제 벌어진 일들의 최소한의 표현이었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더욱 분노를 참지 못했다.

공지영은 “이 영화는 폭행의 수위를 많이 줄였고 절대 불편한 영화가 아니다”면서 “신은 인간에게 혐오라는 감정을 줬다. 추하고 더럽고 끔찍한 것을 보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눈을 돌리게 돼 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이용해 가해자들이 약자를 괴롭히고 있다. 아무리 혐오스러워도 눈을 돌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지금도 일어나는 폭력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가장 많이 받는 오해가 ‘도가니’가 청각장애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고발하려고 썼다는 것인데 그것은 아니다”면서 “피해자를 위해 쓴 것은 일부분 맞지만 가장 정답은 나 자신을 위해 쓴 것이다”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만약 우리 눈앞에서 ‘도가니’ 속 일 들이 벌어지고 눈으로 목격한다면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고 해도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다. 사회의 약자를 외면하고 묵인하는 것은 우리가 형편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증거다. 또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나라가 곧 망하게 될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설과 영화는 결말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영화에는 피해 학생이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원작자로서 공지영은 바뀐 결말을 어떻게 생각할까. “소설과 영화는 장르가 다르고 장르를 뛰어넘을 때는 오류가 일어나기 마련”이라며 “소설은 치밀한 반면 영화는 간결하고 명쾌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영화 속 결말이 소설과 달라진 것은 아마도 감독님의 바람이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면서 “영화를 만드느라 많은 노력을 하셨는데 그 정도의 바람은 내가 허용해줘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웃어 보였다.

공지영의 소설은 ‘도가니’ 외에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유독 그의 소설이 영화화가 잘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제 작품이 영화화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로 탄생될 때는 감독님이 내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면서 “사회적으로 우리가 생각해볼 만 한 작품을 소설화했고 스토리텔링이 다른 작가에 비해 강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2년 전 ‘도가니’가 소설로 나왔을 때보다 올해 영화로 관객을 만나면서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사건에) 관심을 갖는다. 작가로서는 행복하지만 시민으로서는 상당히 불행하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음 작품 계획에 대해 “어떤 소설을 쓰든 그것은 사회적 작품이 될 것이다. 소설가로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저로서는 가장 난제라고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소설이 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사진제공=인터파크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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