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버벌진트 “서울대 꼬리표, 노래하는데 학벌이 뭐가 중요한가요”

[쿠키人터뷰] 버벌진트 “서울대 꼬리표, 노래하는데 학벌이 뭐가 중요한가요”

기사승인 2011-09-21 08:01:00

"[쿠키 연예] 힙합 하는 가수는 거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게다가 버벌진트(김진태)는 각종 디스전과 거침없는 랩으로 상당히 까칠할 것 같았다. 서울대학교 출신의 엘리트로 이름을 알렸으니 더욱 그럴 법했다.

그러나 버벌진트를 만나고 이 편견은 완벽히 깨졌다. 침착하고 얌전한 성격에 조곤조곤 깊이 생각하고 말을 내뱉었다. 수줍은 미소도 빠지지 않았다. 자만심은커녕 대단히 겸손하고 솔직했다.

“4집, 여자에게 들려주고픈 노래로 채웠다”

4집 정규앨범 ‘고 이지’(Go easy)로 돌아온 버벌진트를 지난 9일 만났다. 이번 앨범은 기존 앨범보다 더 착하고 대중적이다. 버벌진트는 “부모님과 함께 듣다가도 민망함에 넘길 필요가 없는, 모두 다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앨범 소개로 이어졌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힙합 형식이지만 20~30대는 물론 10대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2011년 한국의 언어들만으로 이뤄진 생생한 힙합앨범입니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내용이 많고요 깨알 같은 가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대중에게 한걸음 다가선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버벌진트는 “솔직하게 말해서 여자들이 더 좋아졌다. 여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로 채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된 것도 한몫했다. 버벌진트는 1980년생으로 만 30세다.

“과거에는 스트레스나 싸움같이 부정적인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도발하는 것도 좋아했고요. 그렇지만 이제는 웃으면서 살기에도 삶이 짧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20대와 30대의 차이인 것 같네요.”



“서울대 간 이유요? 그냥 점수 맞춰 간 거죠…”

포털사이트에 버벌진트를 검색하면 빠지지 않는 연관 검색어가 있다. 바로 ‘엄친아’다. 엄마 친구 아들의 줄임말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칭한다. 버벌진트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양대학교 법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어디에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 스펙으로 ‘엄친아’라고 불릴 만 하다.

“학력이 부각되면 상당히 부담스럽고 민망합니다. 저보다 더 잘난 분들이 많지만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현재 법을 공부하니까 조합이 특이해서 더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가수활동과 성우 활동을 함께하는 것 역시 이유가 되겠네요.”

버벌진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가 컸고 음악을 전공해야겠다는 본인의 의지도 없었다. “대학교에서 제가 원하는 음악을 배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없었습니다.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 전공은 크게 상관이 없죠. 그러다 보니 점수에 맞춰 학교를 택했습니다.”

버벌진트는 새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나 인기에 대한 욕심이 적었다. 그 이유가 차선책이 탄탄하기 때문은 아닐까. “심리적 안정감은 분명 존재할 거예요. 가수 하다가 안 되면 변호사 시험 준비를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1년에 1번 정도 할까 해요. 대학교나 대학원은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택한 플랜 비(plan B)이고 지금 제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아요. 애초 유명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조바심 없이 여유롭게 달려온 것 같습니다.”

“우연히 시작한 성우, 이렇게 잘 될 줄 꿈도 못 꿨죠”

버벌진트는 성우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디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을 못 하자 갑자기 ‘세상에 없던 중형 콤팩트 아반Ep’ ‘가장 진화된 박스 큐브’ ‘데미스타일 데미소다’ 등 낯익은 광고 문구를 말하기 시작했다. 버벌진트의 목소리였다.

성우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도 우연했다. “2005년에 엠넷 관계자분이 제 앨범을 듣고 음악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성우 제안을 하셨어요. 얼떨결에 시작하게 됐는데 소개로 계속 이어져 TV 광고와 다큐멘터리 등의 성우로 활동하게 됐어요. 이렇게 많이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버벌진트는 그 비결로 정형화되지 않은 본인만의 스타일을 꼽았다. “성우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어요. 랩을 하면서 발성이나 발음을 제 방식으로 만들어 갔는데 그 점을 높이 사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전문 성우분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부족합니다.”

버벌진트 “길에서 마주쳐도 모르는 척 해주길”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를 알아보는 팬들이 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대중에게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버벌진트는 예외다.

“20대 초반 여성분들이 저를 알아보는 횟수가 늘고 있어요. 상당히 불편합니다. 저를 봐도 아는 척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평소에 잘 씻지도 않고 옷도 엉망으로 입고 다니는데 사람들이 알아보면 부담스럽습니다. 제 생활이 모두 공개되는 것 같거든요.”

버벌진트의 지인은 그를 “사랑과 이별에 있어서도 정말 쿨한 스타일”이라며 “미련과 집착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사람이기에 관계에 있어 늘 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녀관계도 마찬가지죠. 작용과 반작용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니 그런 문제로 응어리를 갖지는 않아요. 워낙 상처를 안 받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버벌진트는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저는 사람관계나 일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플러스만 발산하려고 노력하죠. 그렇게 하다 보면 분명 길이 열릴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4집 타이틀 ‘좋아 보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감사히 생각하며 더 많은 분에게 제 노래를 들려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즐기고 있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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