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성시경, 2011년의 발라드 가수가 사는 법

[Ki-Z 人터뷰] 성시경, 2011년의 발라드 가수가 사는 법

기사승인 2011-10-01 13:08:02

[쿠키 연예] 아이돌 일색의 가요계에, 발라드 가수는 단비를 만난 듯 반갑다. 한류 열풍을 주도 하고 있는 댄스 음악에 어깨가 들썩이다가도 이따금씩 아날로그 사운드의 감미롭고 애절한 발라드가 그리워지는 것은, 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수 성시경(32)의 컴백이 더 특별한 이유는 그가 지난 11년간 보여준 음악적 색깔에 대한 믿음과 발라드 음악이 희소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변해도 너무 변했다”며 오랜 만의 활동이 어색하다며 푸념을 늘어놓다가도, 발라드 가수로서의 자부심과 앨범에 대한 자신감만은 넘쳐흘렀다.

군 제대 이후 3년 만에 7집 정규 앨범 ‘처음’을 발매하고 컴백한 그는 강산이 한번 변하고, 또 다른 변화를 시작할 무렵인 긴 세월 동안 7개의 정규 앨범과 7개의 비정규 앨범으로 쉼 없이 대중들에게 인사를 했고, 늘 언제나 가요계에 있었다. 데뷔 11년차 성시경이 대한민국에서 발라드 가수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연예인은 어쩌면 환상을 주는 직업이잖아요. 늘 화려하고 아름답고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자신 없었죠. 그래서 연예인이 아닌 가수가 되고 싶었던 거예요. 입대 전 한참 방송 활동 많이 할 때 사람들이 연예인이라고 제 얼굴 보러오고 하면 그렇게 부담이 될 수가 없었어요. 나는 그냥 노래 부르는 사람인데, TV의 영향력으로 이렇게 유명인이 돼 있구나. 당시에는 그런 인기를 좀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그는 자신이 연예인의 자질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보인 것은 일종의 우연이었다. 신인으로서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노래를 알리고 싶었던 그는 그렇게 가수를 넘어 연예인으로서 ‘대박’날 줄 몰랐던 것. 그는 “트렌디한 것이 잘 안 맞는 성격”이라며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해도 다른 가수들처럼 울지 않고 덤덤했다. 당시의 인기가 나에겐 부담되고 힘들 뿐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련의 상황에 대비를 하거나 대중의 흐름을 읽지도 못하고 이미지 메이킹조차 할 줄 모르는 비전략가인 셈이다. 오랜 만에 방송 활동을 하는 소감은 어떨까.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정말 못 나가겠더라고요. 저는 완전 매니저예요. 나이 비슷한 다른 가수 매니저들하고 밖에 나와 담소 나누며 담배피우고 그래요. 제가 데뷔 초기 때 로드 매니저로 있던 분들이 벌써 실장이 되셨더라고요.(웃음) 저보다 한참 어린 가수들하고 잘 어울리진 못하는데, 모르겠어요. 그냥 요새 문득 ‘잘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말 시상식 못나가서 속상한 적 없어요. 1위 못해서 속상한 적 없어요. 그런데 관객이 별로 없으면 기분이 별로예요. 한번쯤은 전 국민이 좋아하는 노래도 내고 싶은 것이 저의 바람이죠.”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난 좋아’로,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이 빛나는 성시경 특유의 발라드 곡이다. 그 외에 박정현과 듀엣으로 부른 ‘우리 참 좋았는데’와 재미있는 가사가 눈에 띄는 ‘오 나의 여신님’ 등이 음원 사이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성시경이 직접 작곡한 ‘우리 참 좋았는데’는 박정현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출연으로 스케쥴이 갑작스럽게 바빠지면서 난항을 겪었던 곡이기도 하다.

“박정현 씨가 최근 CF도 4개나 찍고 엄청 바쁘시잖아요. 이 곡은 박정현 씨와의 듀엣을 염두 해두고 쓰긴 했지만 폐를 끼치기 싫어서 포기할까 생각했었어요. 고민 끝에 전화했는데 ‘네가 쓴 거면 난 그냥 할 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박정현 씨가 ‘나가수’에서 명예 졸업하던 참이어서 녹음할 수 있었죠.”

요즘 성시경이 자주 듣는 말은 왜 ‘나가수’에는 출연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실제로 섭외를 받았던 그는 거절한 이유에 대해 “‘나는 성대다’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내 생각이나 기준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군 제대 후 목소리가 변했다는 그는 “입대 초반에 소리를 너무 질러서 좀 변했다”며 “생활 패턴 때문인지 목소리가 한방에 훅 가더라”라며 다소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제대 후 헤어 나오는데 1년 반이 걸렸다는 성시경은 “천천히 잘 나가겠다”며 “가령 아이돌과의 경쟁 등 포기할 건 포기하고, 좋은 노래 들려드리겠다(웃음)”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뛰어난 언변과 자기 주장이 강한 성격 탓에 ‘나중에 정치할 것 같다’는 소리를 가끔 듣기도 한다. 이에 “절대로 그럴 생각 없다. 정치는 정말 대인(大人)이 해야 한다”며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닌 51을 확보하고 49를 품어야 하는데,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매듭지어진 듯 단단했다.

마지막으로 한때 ‘버터왕자’로 불리던 시절의 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었다.

“아버지가 경상도 분이신데, 그렇게 무뚝뚝하세요.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나는 더 자상하고 젠틀하게 사람들을 대해야지 싶었던 것 같아요. 은연중에 그런 모습이 많이 부각 됐는지 ‘버터왕자’라는 별명도 붙고 말이죠. 같은 말을 하더라도 딱딱한 말투보다는 부드러운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이번 앨범 이름이 ‘처음’인 것은 군대를 다녀오고 첫 번째로 발표하는 노래라는 의미에서다. 그는 “군대 다녀와서 활발히 활동한 사람은 김태우 밖에 없었다. 나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잘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며 “아직은 감(感)도 없고 방송도 모르겠고 아는 후배들도 없지만 꼭 잘되고야 말겠다. 색깔 있고 뚝심 있게”라고 웃으며 말했다.

2011년의 깊어가는 가을 밤, 대한민국의 발라드 가수 성시경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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