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인터뷰] 김래원 “수애와 실제 연인될 가능성? 전혀 없어요”

[Ki-Z 인터뷰] 김래원 “수애와 실제 연인될 가능성? 전혀 없어요”

기사승인 2011-11-26 20:23:01

“‘천일의 약속’ 통해 슬프고도 위대한 사랑 경험”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 대사가 좋아서 아닐까요”


[쿠키 연예] “당신의 삶까지 삼켜버릴 수는 없다”고 말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말한다. “그래도 상관없어. 같이 있자.”

치명적인 사랑에 빠져든 한 남자. 결혼식 하루 전날 파혼을 선언해 온갖 비난과 질타를 받지만 이내 곧 알츠하이머에 걸린 다른 여자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그 남자.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화제작 SBS 드라마‘천일의 약속’에 출연 중인 김래원은 때론 냉정하고 때론 지고지순하다.

22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래원은 드라마의 작품성과 김수현 작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욕 많이 먹은 건 처음”이라며 웃었다. 극중 의지할 것이라고는 남동생 밖에 없는 불쌍한 여자를 떠나고, 해바라기처럼 오랫동안 자신 사랑해준 또 다른 여자에게 파혼이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준 그는 시청자들에게 ‘나쁜 남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천일의 약속’은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PD가 지난해 종영한 SBS ‘인생은 아름다워’이후 다시 의기투합한 드라마로,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의 사랑을 지키는 지고지순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정통 멜로드라마다. 극중 지형 역을 맡은 김래원은 약혼녀 향기(정유미)를 뒤로하고 연인이었던 서연(수애)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주는 인물.

“인터넷 게시판 등 모니터를 많이 하다보니까 자꾸 신경 쓰이고 힘들었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어, 이상하다? 내가 연기를 못해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서연이의 극한 아픔과 슬픔을 위해 내가 우유부단하고 못돼 보여야 하는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수애 씨 이야기가 중심으로 드라마가 펼쳐졌는데, 앞으로는 남자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 같아요. 진정한 한 남자의 뜨거운 사랑은 이제 시작되는 겁니다. 이제 지형이의 진짜 모습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김래원은 극중 파혼을 결정하기 전까지 우유부단하게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극중 캐릭터에 대한 생각과 고민은 여느 때보다 컸다. 그는 “지형이의 입장에서 얘기가 시작됐다면 좀 달랐을 것 같다”며 “여주인공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그런 아픈 여자로 그려져야 나중에 지켜주는 남자가 더 돋보일 수 있을 거라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배우가 연기를 잘하니까 (더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숙제다”라며 “시청자도 목말라하고 답답해하니까 어서 지형이의 사랑을 보여드리고 싶다. 대단하고 위대해보일 수 있는 그런 사랑을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지형이의 선택이 이해는 가요. 그런데, 아마 지형이에게 첫 여자는 향기였을 거예요. 곱게 자라서 모든 것이 당연했고, 그러한 집안 분위기에 맞춰졌을 거예요. 지혜롭고 현명한 어머니가 옆에 계셨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랑을 만난 거죠. 실제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예요. 20부작 전체를 한편의 영화로 봤던 것 같아요. 중간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나중을 위해 아껴뒀다고 말하고 싶어요.”

차라리 드라마에서 소리를 지르고 폭발하면 연기하기 편했을지 모른다. 지형이는 상황을 마주하기는 하지만 늘 가만히 있는다. 그는 “나는 햄릿이라고 생각한다. 대본을 철저히 지켜야하고 감정은 눌러야 하니 힘들었다”며 “또한 서연도 처음에 지형에게 호감을 갖고 서로 함께 사랑을 시작했는데 마치 지형 혼자 서연을 따라다닌 것처럼 비춰져 아쉬움이 컸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지형은 고집 있고 합리적이며 감정적이긴 하지만 많이 다스리려고 노력하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연기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했을 때 김수현 작가의 격려와 칭찬은 나침반과도 같았다. 김 작가는 김래원의 연기를 두고 ‘영악하다. 여우처럼 잘 한다’고 말하며 연기의 섬세함에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기특하게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작품이 끝나면 작가님께 얘기하려고 했던 것이 있다. 이번에 작가님의 팬이 됐다는 말이다. 선생님께 아부하는 것 같아 일부러 말씀 안 드렸다. 대사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 늘 깊은 감명을 하고 있다. 드라마 끝나면 작가님의 전작들을 다 찾아서 봐야겠다 싶을 만큼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높은 시청률과 호평을 받는 이유로는 “대사가 너무 좋기 때문”이라며 “‘지구가 깨지나요’라는 말에 ‘네 아버지 우주가 무너져’라고 주고받는 식의 대사가 특히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꼽는 장면은 극중 향기와 헤어지는 신이다. 이별을 고하면서 심지어 다른 여자가 있다고 털어놓는 이 장면에서 김래원은 적절한 감정의 라인을 지키기 위해 각별히 심혈을 기울였다. 한없이 여리고 맑은 향기에게 너무 냉정하게 대해서는 안됐고, 그렇다고 냉정함이 지나치게 무너지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열정적인 사랑을 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엷은 미소가 번졌다.

“스무 살, 스물 한 살 때죠. 지금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고, 어찌보면 좋은 추억인데 당시에는 나름 심각했던 것 같아요.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마주치는지, 그리고 만남이 사랑이 되는 거죠. 늘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드라마는 현실과는 달리 더 절대적이고 특별한 사랑인 것 같아요.”

함께 호흡을 맞추는 수애와 정유미 중 어느 쪽이 더 이상형에 가깝느냐는 말에는 “워낙 말수가 없고 조용해서 여자친구는 밝고 쾌활한 편이 좋다”며 “그렇다고 심하게 밝은 향기가 이상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둘 중에 택한다면 향기가 가깝다”고 밝혔다. 드라마 촬영 전 진짜로 수애를 사랑하라는 감독의 주문을 받았던 그지만, 수애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짓궂은 말에는 “전혀 없다”고 웃으며 답했다.

김래원은 수애에 대해 “연기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며 “완벽하게 계산해서 극대화되는 과정을 만드는 편인 반면, 나는 그때 그때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평했다.

유독 작품이 끝난 후 캐릭터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그는 과거 영화 ‘해바라기’ 촬영 후 우울증에 걸려 5개월 간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멜로를 다시 해보고 싶다. 더욱 뚜렷한 인물을 맡아서 하고 싶다”며 “작품이 끝나고 보통 쉬는 시간을 갖고 다음 작품에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목마름이 채워지지 않아서 작품을 바로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지형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그동안 감정을 꾹 눌러왔어요. 이제 이만큼 눌렀으면 됐다고 생각해요. 폭발하거나 오열을 하거나, 촬영하다 기절하는 한이 있어도 저의 모든 에너지를 꺼내 보여 드릴 예정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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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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