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인터뷰] 이루마 “이루마표 가요를 많이 쓰고 싶다”

[Ki-Z 인터뷰] 이루마 “이루마표 가요를 많이 쓰고 싶다”

기사승인 2011-12-03 13:04:01

전 소속사와 분쟁 승소 후 활동 재개…“데뷔하는 마음”
10주년 베스트 앨범 발매·전국 콘서트 등 ‘바쁜 행보’


[쿠키 문화] 벌써 데뷔 10년째다.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와 독특한 이름 때문에 외국인으로 오해받던 시절도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다.

지난 달 27일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13개 도시 투어 콘서트를 개최하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는 지난 10년을 정리하며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는 음악 인생과 일상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오랫동안 사랑 받은 그의 명곡들이 올해 유난히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10년이라는 횟수의 의미도 있지만 마지막 전국 콘서트가 열린 2009년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5세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 11세에 영국 유학길에 오른 이루마는 중학생 때부터 작곡가의 꿈을 키웠다. 2001년 5월 데뷔 앨범 ‘Love Scence’를 발표한 이루마는 일본 중심의 뉴에이지 음악 시장에서 신선한 충격과 가능성을 보여 왔고, 앨범 또한 아시아 5개국에서 발매되며 지금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베스트 앨범 내니, 또다시 데뷔하는 기분…해외 활동도 준비 중”

이루마는 최근 데뷔 10주년을 기념하여 본인이 직접 선곡하고 전곡을 재연주한 베스트 앨범 ‘더 베스트– 레미니슨트(Reminiscent) 10th 애니버서리(Anniversary)’를 발매했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OST ‘동화’와 재편곡한 인피니아 광고 삽입곡 ‘인피니아’, 신곡 ‘레미니슨트’ 등 3곡의 새로운 트랙도 넣었다.

기존의 베스트 음반들과 다른 점은 전곡을 재녹음했다는 것. 지난 10년 간 선보이며 무대에서 수없이 많은 연주를 해왔지만 다시 녹음실에서 연주를 하는 일은 여느 때보다도 새로웠다.

“오래 전 앨범을 들어보니 참 감회가 새로워요. 긴장감과 떨림이 그대로 느껴지죠. 특히 박자를 잘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여요.(웃음) 데뷔 초의 이루마와, 10년 후의 이루마의 연주 연주 스타일의 변화를 느껴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의 활동에 변화가 생겼는데 최근 프로듀싱으로 두각을 보인다는 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 결선에 진출한 7개 팀의 노래 9곡이 실린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연주 음악뿐 아니라 가요에도 관심이 남달랐다.

“음악적인 취향이 바뀌고 있어요. 트렌드를 알기 위해 가요도 많이 들어요. 가요 순위 프로도 거의 다 보고요. 예전에 류이치 사카모토가 그룹 스머프의 곡을 쓰고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을 본적이 있었는데 매우 신선하고 놀라웠어요. 저도 이루마표 가요를 많이 써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기존의 가요와는 조금 다르겠지요.”

그의 가슴에 남아 있는 가요는 유재하와 이문세, 김현식의 노래들이다. 위로 7, 10살 차이가 나는 누나들과 함께 자라다보니 나이보다 윗세대 가요를 듣고 컸다. 그는 “아직도 내 마음과 머릿속에 그들의 노래가 남아 있다”며 “지금도 가끔 찾아 듣는데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그때 그 시절의 상황과 기억,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재하의 노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편곡해서 4집 앨범에 실은 것도 알고 보면 이러한 인연과 닿아있다. 영화 음악은 물론 김연우와 테이, 팀 등의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한 것도 그의 오래된 추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음악 장르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KBS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의 DJ를 2년간 맡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수많은 곡을 접했고 많이 배웠다”면서 “다양한 음악을 만나면서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루마의 음악은 어쩌면 국내 가요보다도 더 일찍 한류를 일으켰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에서 그의 음악을 리메이크 한 음반이 발매됐고, 최근 한류 열풍을 조명한 TV 프로그램에서 유럽 현지의 음반매장을 찾은 결과 “한국 음반은 이루마가 전부”라고 인터뷰한 장면도 포착됐다.

그의 곡을 연주한 누리꾼들이 유투브에 올리면서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영화 ‘트와일라잇’ 관련 영상 때문에 유명세를 탔다.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에드월드의 ‘자장가’라는 곡이 이루마의 곡 ‘리버 플로우스 인 유(River flows in you)’라고 잘못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였다. 얼마나 소문이 확산됐으면 ‘트와일라잇’을 쓴 원작자가 이루마의 곡을 영화에 삽입해달라고 영화사에 요청했을 정도. 그러나 이미 영화 음악 제작이 확정된 뒤라 성사되지는 못했다. 내년에는 독일 프로모션이 잡혀 있어 향후 이루마가 본격적인 해외 활동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안 좋은 일로 홍역을 겪기도 했다. 이루마는 지난해 9월 스톰프뮤직에 전속 계약을 해지 통보하고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스톰프뮤직은 이루마를 상대로 음반 발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4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이루마는 가처분 이의 신청을 제출했고 이번에 법원은 이루마의 손을 들어 줬다.

“제가 이번에 새로 앨범을 발매한 비슷한 시기에, 전 소속사도 제 음악을 묶어 베스트 앨범을 발매했더군요. 씁쓸하지만, 모든 것이 잘 해결될거라 믿어요. 앞으로 음악에만 충실하려고 해요.”

알고 보면 ‘딸바보’…“군대 다녀온 후 남자 팬 늘어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루마가 붕어빵 딸 로운이와 함께 찍은 다정한 사진이 공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루마는 좀처럼 가족을 공개하지 않았기에 딸 로운 양의 성장한 모습이 폭풍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루마는 “로운이와는 12시간을 놀아 줘도 지치지 않는다”, “로운이가 눈만 뜨면 아빠만 찾아대는 덕분에 엄마가 딸을 질투 할 정도다”고 말했다.

“이제는 많이 커서 혼자서도 잘 놀아요. 예전 같으면 같이 놀자고 그러는데 이제는 밥 먹을 때도 잘 기다리고 그래요. 대신 못하는 말이 없어서 이제는 말대꾸와 변명이 늘었어요. 우리집도 다른 집처럼 아빠는 착한 역 엄마는 나쁜 역 분담했어요.(웃음) 애 엄마가 로운이에게 단 음식을 못먹게 하는데 ‘엄마한테는 비밀이야’하면서 사탕도 주고, 부녀간의 친밀감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죠.”

영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지난 2008년 8월 군악대와 해군홍보단으로서 병역 의무를 마친 그는 군인의 신분으로 손태영의 친언니인 손혜임 씨와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었다. 제대하기 한달 전 딸을 얻은 그는 임신해 있던 아내를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러다보니 가정적인 남편이 됐다. 최대한 일찍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다. 딸을 위해 뽀로로와 디보, 뿡뿡이의 주제곡을 하루에도 몇 번씩 피아노로 연주해줄 정도.

감미로운 따뜻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루마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군대 다녀온 후에는 남자 팬들이 부쩍 늘었다. 사인을 요청하면서 자신이 해군 몇기인지 밝히는 팬들도 있으며 여자친구에게 고백할 때 연주할 곡을 물어보는 이들도 있다. 그의 명곡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은 이미 프로포즈용 음악으로 유명하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닉쿤과 이특이 고백용으로 연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꿈은 음악예술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그간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 러브콜을 많이 받아왔지만 거절해온 이유도 이러한 큰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클래식 아니면 실용음악으로 너무 극단적으로 나뉘어있어요.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내 생에 꼭 만들고 싶어요. 학창 시절 누군가는 내게 ‘유명한 연주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또 누군가는 ‘귀가 열려 있으니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죠. 못하는 것을 다그치기보다 잘하는 것을 알려주는 학교가 진정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년 봄에는 신곡들로만 채운 새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책임감이 더 커진다. 그는 “특히 딸에게 뭔가 자랑스러운 음악을 남기고 싶다”며 “‘이루마’하면 피아노보다는 작곡가라는 이름을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곡들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피아노 음악들이 많은 분들에게 공기 같은 존재였으면 해요. 늘 일상의 배경 음악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모습도 많이 보여 드릴거고 작곡가로서 많은 활동을 할 예정인데,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을 들어주지 않으면 쓸 이유가 없으니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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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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