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방송결산③] 케이블의 진화…종편의 반란…방송가의 ‘개벽’

[Ki-Z 방송결산③] 케이블의 진화…종편의 반란…방송가의 ‘개벽’

기사승인 2011-12-17 14:11:01

[쿠키 연예]자극적이고 마니아적 색채가 강했던 케이블 방송이 올해 한발 더 대중에게 다가서며 지상파 못지않은 인기와 시청률을 올렸다. 올해는 특히 자체 제작 드라마로 큰 성과를 보이며 새로운 영역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의 개국은 방송가 일대의 파란을 가져왔다. 채널 선택권이 다양해지며 시청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프로그램의 퀄리티와 공영성이 부재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케이블 드라마’ 가능성 활짝…해외 수출 잇따라

미드(미국 드라마) 일색이던 케이블 방송이 자체 제작 드라마에 발동을 걸었다. CJ E&M의 채널인 tvN, OCN, Mnet, 채널CGV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영화채널 OCN에서는 ‘뱀파이어 검사’와 ‘특수사건전담반 TEN’ 등 수사물 중심의 장르들이 방송되고 있으며 채널CGV에서는 3부작 ‘소녀K’를 선보인 데 이어 4부작 ‘TV방자전’을 선보였다. tvN은 ‘버디버디’와 ‘로맨스가 필요해’에 이어 ‘꽃미남 라면가게’를 방영하고 있다.

‘뱀파이어 검사’는 케이블 유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3.16%를 기록했고 최고 시청률은 4%까지 치솟았다. ‘텐’ 역시 첫 방송부터 시청률 1%를 넘기더니 지난 2일 3회에서는 최고 시청률이 3%에 육박했다. 케이블드라마의 성공 기준이 시청률 1%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내년 일본 지상파 TBS에서 방송된다. 케이블 드라마가 일본 지상파에 방영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뱀파이어 검사’와 ‘특수사건전담반 TEN’ 또한 나란히 일본에서 수출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두 작품은 일본 콘텐츠유통회사 CCC를 통해 일본 내 주요판권이 판매됐으며, 내년 상반기 브라운관에서 선보인다. CJ E&M은 2012년 드라마 사업에 대한 계획을 내놓고 “약 870억 가량을 투입해 총 26편의 드라마를 제작 방송하겠다”고 밝혀 내년에는 더 많은 콘텐츠가 전파를 탈 전망이다.

E채널은 일본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여제(女帝)’를 지난 10월 선보였다. ‘여제’는 쿠라시나 료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E채널의 자체제작 드라마로, 일본에서 1990년대 중반 큰 인기를 얻었다. 2007년에는 일본 ABC에서 10부작 드라마로 제작된 바 있다. 돈과 권력 앞에 비참하게 버려진 한 여자가 화류계의 여왕이 돼 복수를 꿈꾸는 내용이다. 장신영이 화류계 여성으로 변신한다. 긴자의 술집을 가상의 ‘노블레스 클럽’으로 바꾸는 등 원작인 일본의 배경을 한국의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앞서 E채널은 0대 골드미스들의 로맨틱 코미디 ‘여자는 다 그래’를 시작으로, 사극 드라마 ‘앙심정’, 올 4월에는 아이돌이 되려는 청춘들의 꿈과 희망을 그린 ‘빅히트’를 자체 제작해 방송한 바 있다. E채널 관계자는 “‘여제’는 일본 현지에서도 파급력이 컸던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판권 구매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특히 탄탄한 스토리와 파격적인 영상으로 케이블 정통 드라마로서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작을 결정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자체 제작 드라마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편, 종편, 종편…시작은 미비했으나 끝은 창대할까?

무려 네 개의 채널이 새로 생겼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과락 일색이었다. 12월 1일 일제히 출격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는 방술 기술 사고와 시청률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보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명예롭지 못한 첫 발을 디뎠다. 또한 염려했던 태생적 문제점이 그대로 수면으로 드러나며 화려하고 야심찬 출발은 곧 암담한 현실로 다가왔다.

종편 4개사인 JTBC, TV조선, 채널A, MBN이 1일 일제 개국했지만 시청률 성적표는 그리 만족할 만한 수치를 나태내고 있지 않다. 종편은 자사의 신문 지면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시청률은 1% 미만을 기록하기 일쑤고, 겨우 드라마가 2%를 넘기면 그나마 체면을 챙겼다. 하지만 보통 가장 낮은 시청률을 일컫는 지상파의 ‘애국가 시청률’인 3%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술적인 문제도 많아 첫 날부터 방송 사고가 속출했다. 종편 4개사에서 동시 방송한 기념식 첫 화면부터 영상이 끊기는 현상이 일어났고,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의 일부는 음성이 나가지 않았다. 프로그램 진행자들 또한 매끄러운 진행을 하지 못하고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아 한 동안 침묵을 지키는 등 자질 논란까지 일었다. TV조선은 개국 축하쇼에 앞서 ‘안녕하십니까. TV조선입니다. 출발! 세상에 없던 TV’를 방송하면서 약 10분간 화면의 절반이 위아래로 분할되는 대형 사고를 냈다. JTBC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오디오 녹음장치를 켜지 않아 재녹화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

종편사들은 개국 전 열띤 홍보전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1일자 신문에 ‘9시 뉴스 앵커 김연아입니다’라는 박스 기사를 내보내 마치 김연아가 뉴스 진행을 맡은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보도자료를 통해 “TV조선과 JTBC에서 방송될 인터뷰를 앵커라는 콘셉트로 김연아가 짧게 소개하는 정도였을 뿐이지 정식 뉴스 앵커로 기용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채널A는 잠정적 은퇴를 선언하고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방송인 강호동에게 난데없는 ‘야쿠자 연루설’을 제기했다. 뉴스에서는 1988년 강호동이 고교 씨름선수 시절 일본 야쿠자와 국내 폭력조직 칠성파의 결연식 행사에 참석했다며 가십성으로 보도한 것. 현재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활동을 중단한 강호동은 이같은 보도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악의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또한 보수 편향의 여론독과점에 대한 태생적인 우려는 결국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개국 첫날, 종편의 특별 게스트는 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이들은 박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30~1시간씩 편성, 보도하며 정치 계획은 물론 사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내보냈다. 특히 TV조선은 박 전 대표와의 인터뷰 방송 중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내, 온라인 게시판과 SNS를 통해 캡쳐 사진이 빠르게 퍼지며 빈축을 사고 있다. 화려하게 막을 올린 종편이 앞으로 방송 자질 논란을 딛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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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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