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신세경 “‘뿌나’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 바로 저였죠”

[쿠키人터뷰] 신세경 “‘뿌나’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 바로 저였죠”

기사승인 2011-12-31 16:14:01

[쿠키 연예] 울먹이며 ‘똘복 오라버니’를 애타게 외치던 순백 같은 소녀. 단호히 ‘전하는 성군’이라고 말하는 굳은 신념을 지닌 궁녀.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훈민정음 창제 프로젝트의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소이는 아픔을 지녔지만 꿈이 있었고, 힘없는 궁녀였지만 누구보다도 명철함을 지닌 캐릭터였다.

소이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차분히 소화해내며 24부작의 긴 항해를 마친 배우 신세경을 만났다. 그는 “내 연기의 만족도를 떠나 훌륭한 작품에 참여하게 돼 너무 뿌듯하고 보람차다”라며 “항상 대본이 미리 나오는 편이라 다들 큰 어려움 없이 알차게 시간을 보낸 것도 특별했다”며 종영 소회를 말했다.

“처음에는 캐릭터가 가진 특성이 부담이 돼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곧 그런 특성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사극에서 쉽게 나올 수 없는 여자 캐릭터라는 점에서 가장 큰 매력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신세경을 비롯 한석규와 장혁, 조진웅 등이 출연했던 ‘뿌리깊은 나무’는 조선의 제4대 임금인 세종의 시대를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대본,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정치 사극의 묘미를 살려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신세경이 연기한 소이는 한글 반포의 해례라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 어릴 적 사고로 인해 말을 못하는 대신 뛰어난 기억력을 지닌 캐릭터였다.

“극 초반에는 실어증을 앓고 있어 대사가 없었는데, 그래서 더 긴장되고 두려웠죠. 아무래도 말을 통해 전달되는 감정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어떻게 보충해서 표현해야 할 지 쉽지 않은 연기였어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돕게 되면서 다시 말문이 트이게 되지만, 초반까지는 연기력 논란으로까지 번질 만큼 제 비중과 역할에 대한 어려움이 있던 것 같아요.”

소이는 여러모로 다양한 특성을 지닌 캐릭터였다. 신세경은 소이에 대해 “나보다 훨씬 훌륭한 인물이라 배울 점이 많았다”며 “똑똑하고 야무지고 감성적으로 예민하고 풍부한 캐릭터였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을 하면서 작가님이 원하는 의도를 점점 알아가게 됐다”며 “중반 즈음부터 캐릭터가 점점 더 입체적이고 생기 있게 그려져 나조차 대본을 보는 즐거움에 푹 빠졌었다”고 전했다.

신세경은 유독 사극과 인연이 깊다. 2004년 방영된 드라마 토지에서 김현주의 아역으로 최서희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고, 2009년 선덕여왕에서는 천명공주의 어린 시절을 맡아 박예진의 어린 시절을 그려냈다. 성인 연기자로서 사극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마의 성공과 더불어 배울 점이 많은 선배들과의 호흡은 한동안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게 됐다.

“선배님들이 다 온화하셔서 큰 소리 한번 없이 모두들 즐겁게 촬영을 해 늘 재미있었어요. 한석규 선배님은 정말 신사적인 느낌이 강해요. 절대 누구에게든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없고 그러한 훌륭하신 점이 선배님을 빛나게 하는 것 같다고 느꼈죠. 존경할 수밖에 없어요. 장혁 선배님은 늘 성실하시고 캐릭터를 향한 애착과 준비성에 놀랐었어요. 저렇게 연기를 잘하시는 선배들도 이토록 노력하고 열정적인데,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반성을 하기도 했죠.”

촬영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냐는 질문에 쑥스러운듯 “저였어요”라고 말하며 웃는 그는 “사극이라 굉장히 고될 줄 알았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즐겁고 많이 웃으며 찍을 수 있었다”라며 “내용이 가볍고 달콤하지 않아서 늘 진지할 줄 알았는데 모두들 저를 막내라고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해설서 ‘해례’의 임무를 안고 있던 소이는 세종대왕의 총애를 얻었지만 이를 저지하려는 정기준의 팽팽한 대결에 부딪히며 고난을 겪었고 결국 죽음을 맞게 됐다.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뿌리깊은 나무’는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긍지를 전해주며 상투적이지 않은 전개와 상황 설정으로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제가 연기하면서도 교과서에 나오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재밌는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한글이라는 뻔한 주제로 시청자를 동요하게 만들고 마음 깊이 느끼게 하는 일은 정말 대본의 힘이었죠. 저도 한글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촬영 내내 온몸으로 느꼈답니다.”

할머니의 응원은 가장 큰 힘이 됐다. 그는 “아빠부터 또래의 친구들까지 매주 드라마를 본 후 감동을 받고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각자 느끼는 바가 다 다르더라”라며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다양한 느낌을 갖는 것이 신기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힘이 났던 것은 바로 할머니가 드라마를 재밌게 보셨다고 할 때였다”라며 “영화는 보시기 힘든데, 드라마는 편히 보시니까 효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첫 주연작이었던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어린 나이에 가난으로 인해 가사 도우미로 살아야했던 캐릭터를 연기했고, 이번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한글 창제로 인해 목숨을 잃은 비운의 삶을 살았다. 늘 드라마에서 고되고 힘든 삶을 살아야했던 그에게 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물었더니 “행복한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예상했던 답변이 돌아온다.

내년 3월에는 SBS 월화드라마 ‘패션왕’을 통해 이러한 소망을 이룰 예정이다. 신세경은 극중 파리패션학교 출신의 가영 역으로 캐스팅돼 동대문시장에서 맨 몸뚱이 하나로 세상을 개척해가는 남자 주인공 영걸 역의 유아인과 호흡을 맞춘다. 젊은이들의 도전과 성공, 사랑과 욕망을 그린 드라마인 만큼 나이에 맞는 신세대다운 연기를 펼칠 각오다.

“늘 저에게는 운이 많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무리 피곤하고 지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늘 배우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연기 펼칠 거예요. 신세경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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