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 성인 살리고 떠난 생후 4개월 뇌사자

56세 성인 살리고 떠난 생후 4개월 뇌사자

기사승인 2012-05-18 10:42:00
성인 5분의 1 크기 불과한 소아신장 성인 이식 성공

[쿠키 건강] 생후 4개월 된 신생아의 양쪽 신장을 56세의 성인에게 이식하는 고난도 수술이 국내에서 성공했다. 이식 당시 기증자의 한쪽 신장 무게는 41g으로 성인 신장의 평균 무게인 200g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장기이식센터 한덕종·김영훈 교수가 뇌사상태에 빠진 생후 4개월 된 남자아이의 양쪽신장을 56세의 만성신부전 환자 김모씨(여)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18일 밝혔다.

생후 1~2년이 지나야 기증자의 신장 조직이 완만히 형성되고, 이식 후 거부반응 없이 수혜자를 관리할 수 있어 원활한 신장이식이 가능하다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술이 성공한 것이다.

신장은 기증자의 나이가 최소 1~2년이 지나야 원활한 이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기간이 넘어야 신장에서 오줌을 만들고 불순물을 거르는 여과기 역할을 하는 ‘네프론’이라는 조직이 원활하게 형성돼 거부반응 없이 수혜자를 관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12년 전부터 앓아온 고혈압으로 신장기능이 약화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투석치료에 의존해 왔다. 김씨를 위한 최상의 방법은 신장이식이지만 기증자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됐다.

그러던 중 이식 가능한 뇌사자의 신장이 생겼다는 연락이 왔지만 기증자는 생후 4개월 된 소아였다. 미세한 혈관으로 연결된 소아의 신장을 성인에게 이식하는 수술 자체만도 쉽지 않고 성인의 5분의 1에 불과한 소아 신장이 이식 후 성인에게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덕종 교수는 기증자와 수혜자의 상태를 정밀히 파악하고 연구한 끝에 생후 4개월 된 아이의 신장이 김씨에게 정상적으로 이식되고 작동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술을 집도했다.

소아 기증자의 성인 이식이 성공해 향후 국내 장기이식의 범위가 확대되고 만성 신부전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수는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수술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후 4개월 된 기증자의 신장을 성인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할 수 있었다”며 “이번 수술 성공이 국내 장기기증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고 장기이식 범위가 활성화 되는 토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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