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성지] 국민 건강 위한다던 의사, 얻은 것은 ‘국민 아닌 의료자율권’

[기자의 눈/ 김성지] 국민 건강 위한다던 의사, 얻은 것은 ‘국민 아닌 의료자율권’

기사승인 2012-07-03 12:23:01

[쿠키 건강] 포괄수가제 시행에 반대해 7월 1일부터 제왕절개와 맹장, 치질 수술, 백내장 등의 수술 거부를 결정했던 대한의사협회가 돌연 이 같은 결정을 철회했다. 의협은 전국의사대표자결의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오후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선을 약속했고, 의협은 정몽준 의원의 중재로 포괄수가제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노환규 집행부 출범 이후 줄곧 포괄수가제를 반대해오던 의협은 정몽준 의원의 건정심 구조 개선 약속 한 마디에 입장이 달라졌다. 의협은 ‘전격 수용’이 아닌 ‘잠정 수용’이며 정부의 태도에 따라 다시 수술거부를 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미 한 번 접은 상황이 이후에도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의료 질 하락과 붕어빵 진료를 외치며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던 의협이다. 각종 언론에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혀왔다. 의료계는 수술거부를 결의했고 환자들은 불안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거부했던 의협이 이를 철회하며 얻은 것은 여당 인사에 기댄 건정심 구조 개편 약속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의협이 주장했던 국민 건강을 위한 논의는 사라지고 없다.

환자들은 의협의 수술거부를 보면서 공포에 떨었다. 정말 응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에도 수술거부라는 암묵된 약속으로 적정 시기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정말 의료 질이 하락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공존했다.

의사들이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여러 상황이 있었고 고민도 많았겠지만 결국 환자 건강을 담보로 의사들이 원하는 조건 한 가지를 얻은 것에 불과하다. 만약 수술을 거부한다고 해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포괄수가제 찬반 설문조사결과 포괄수가제 찬성이 51.5%로 절반이 넘었고 50.7%가 계획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철회 발표 하루 전까지도 정부와의 강경 투쟁을 예고했던 의협이다.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에도 포괄수가제 반대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건정심 구조 개선이라는 어느 국회의원의 약속에 투쟁 계획을 접은 것은 결국 의사들이 의료자율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의협의 이번 결정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평가를 받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국민 건강을 위한 결정이었는지는 향후 의협의 행보에 달려있다. 정부 또한 의료계가 수술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황을 되짚어봐야 한다. 의료비 경감도 이해하지만 의료행위는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일이다. 의사들과의 사전 합의와 설득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지 복지부 또한 반성이 필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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