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속 ‘작은영화’의 소리 없는 선전

블록버스터 속 ‘작은영화’의 소리 없는 선전

기사승인 2012-08-01 09:48:01

[쿠키 영화] 학생들의 방학과 휴가가 겹치는 7~8월은 극장가의 판이 커지는 시기다. 때문에 국내외 할 것 없이 거대 제작비가 든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대거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실제 한, 미 블록버스터 ‘도둑들’과 ‘다크나이트라이즈’는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하며 쌍끌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 작은영화들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과 우리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 윤제문 주연의 ‘나는 공무원이다’ 등 체급이 작은영화들이 선전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21일에 개봉한 ‘두개의 문’은 31일 오전에 집계된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누적관객수 6만 2097명을 기록했다.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가 1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것은 상업영화 기준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것과 비슷한 가치다. ‘두개의 문’의 6만 관객 돌파는 이례적인 성과.

영화는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연이은 단체관람과 국화 한 송이로 관람료를 대신하며 용산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뜻을 전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영진위에 따르면 31일까지 29만 657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주말 6만 2953명, 2주차 주말 6만 241명을 모으며 현재까지 큰 드롭율 없이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는 1920년도로 타임슬립해 세기의 예술가를 만나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제64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제6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의 흥행도 눈여겨볼만하다. 총 제작비가 2억 원도 채 들지 않은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인 20만 관객을 개봉 7일 만에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영진위 집계 결과 31일까지 누적관객수 21만 7774명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 배급을 담당하는 NEW관계자는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스토리와 그 재미를 더해주는 배우들의 호연이 흥행으로 이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영화는 10년 차인 7급 공무원이 인디밴드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외에도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누적관객수 4만 9155명을 동원했고, 오두리토투 주연의 ‘시작은 키스’가 3만 1569명을 모으며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여름 극장가 속 작은영화들의 흥행은 영화가 영화답기 때문”이라며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영화들이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 특히 ‘두개의 문’이나 ‘두 번의 결혼식 한번의 장례식’ 같은 영화는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오락적 재미뿐 아니라 ‘문화의 전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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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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