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도둑들’ 김해숙 “중년의 로맨스 통했나봐요”

[쿠키人터뷰] ‘도둑들’ 김해숙 “중년의 로맨스 통했나봐요”

기사승인 2012-08-10 09:20:02

[인터뷰] 한없이 다정할 것 같은 외모 탓인지 수많은 작품에서 ‘엄마’ 역할을 해온 배우 김해숙. 관객 천만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김해숙에게 영화 ‘도둑들’은 흥행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해준 영화다. 바로 극중 엄마가 아닌 여자로서 중년의 절절한 로맨스를 그려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무방비 도시’에서 소매치기 역을 선보였고 ‘박쥐’에서 병약한 아들을 지나치게 보살피며 며느리를 괴롭히는 라여사를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포근한 엄마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탓인지 ‘엄마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는 늘 그를 따라다녔다.

지난 7월 25일에 개봉한 영화 ‘도둑들’에서 김해숙은 모성애가 아닌 순애보를 그렸다. 원숙적이고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뭔가 서투르고 즉흥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충분히 낭만적이었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엄마가 아닌 여자 김해숙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팀이 된 한국과 중국의 프로 도둑 10인이 펼치는 범죄 액션 드라마다. 김해숙은 연륜의 연기파 도둑 씹던껌으로 분한다. 한국 도득들 중 가장 연장자이지만 마음만은 소녀 같은 감성을 지닌 인물로 마카오에 입성해 중국 도둑의 리더 첸(임달화)과 사랑에 빠진다.

영화에는 김윤석-김혜수, 전지현-김수현 등 다양한 인물의 로맨스가 등장한다. 젊고 풋풋한 배우들의 로맨스 사이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김해숙과 임달화의 사랑이야기다. 두 베테랑 배우의 연기력 덕분인지 매우 절절한 사랑이 담겼고 중년의 사랑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배우 김해숙을 만났다. ‘도둑들’의 연이은 신기록 경신과 흥행 행진에 함박웃음이 절로 지어진다는 그는 ‘도둑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엄마’가 아닌 ‘여자’로 만들어 준 작품이자 최고의 흥행성적을 안긴 작품이기 때문.

“50대 중반인데도 씹던껌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는 처음 봤어요. 게다가 최동훈 감독님의 작품이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번 작품을 통해 여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영화가 완성되고 극장에서 보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 할 희열을 느꼈죠.”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유난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연기력이 뛰어난 전문 도둑이지만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진 인간적인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기 때문. 푸근한 엄마가 아닌 여자로 보이기 위해 9kg이나 감량하는 노력이 선행되기도 했다.

“그동안은 주로 엄마 역할을 했기 때문에 진짜 엄마 같은 모습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라는 단어에는 희생적 사랑이 포함돼있다고 생각해요. 배려하는 삶을 살기에 자신에게는 많은 걸 투자하지 않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미모와는 담을 쌓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엄마가 아닌 여자잖아요. 이 상태로 가면 안되겠다 싶어 다이어트에 돌입했죠.”

다이어트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상대배우 임달화의 사진을 보고나서였다. 동갑내기 배우인 임달화는 만 57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그와 어울리는 멜로 연기를 하기 위해 미모를 가꾸기 시작했다고.

“정말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젊은 친구들도 살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는데 50대 중반인 제가 몸매를 가꾸려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웃음). 10개월에 걸쳐 9kg을 뺐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노력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운동, 식이요법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죠.”

언어와 문화가 다른 중화권 배우 임달화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두 배우는 어떠한 장벽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촬영 내내 첸으로 임달화를 사랑하려 노력했고 임달화 역시 그랬다고.

“임달화 씨가 촬영장 밖에서도 늘 ‘사랑해’ ‘달링’이라고 속삭였어요.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연기하는데도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촬영하는 동안에는 정말 첸과 씹던껌이었어요. 임달화 씨와의 애틋한 키스를 나눌 때 정말 눈물이 날 것처럼 감정이 이입돼있었죠.”

최근 내한한 임달화는 김해숙이 끓여준 된장찌개 맛을 잊을 수 없다며 안젤리나 졸리보다 김해숙이 더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이야기를 전하자 김해숙은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은 건 대한민국 여자들이 가진 모성 같은 사랑일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의 서양식 사랑보다는 한국적인 씹던껌의 사랑이 승리를 한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실제 ‘도둑들’ 배우들은 홍콩-마카오 촬영 당시 김윤석 방에 모여 음식을 나눠 먹으며 돈독한 정을 나눴다.

“배우들 모두 음식을 가져와서 요리를 해먹었어요. 김윤석 씨가 수육을 정말 잘 만들더라고요(웃음). 혜수 씨도 요리를 거들고 저 역시 된장찌개를 끓여 나눠 먹었죠. 그런 인간적인 교감들이 영화에도 잘 묻어난 것 같아요.”

당시를 회상하자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 피었다. 그러더니 “접대발언이 아니라 배우로서 정말 많은 복을 타고난 것 같다”며 말을 이어갔다.

“‘도둑들’의 모든 배우들도 마찬가지지만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품의 배우, 감독, 스태프들이 실력은 물론이고 인간적으로도 정말 좋은 분들이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인복은 타고난 것 같네요(웃음).”

최동훈 감독에 대해서도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최 감독은 탄탄한 연출력뿐 아니라 배우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눈’을 가진 감독이다. 김해숙 역시 이 작품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또 하나의 캐릭터를 갖게 된 셈.

“최동훈 감독님은 늘 봐오던 배우들의 전혀 몰랐던 장점들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있어요. 배우가 가진 최대치를 영화에 담아내죠. 이번 작품을 결정하는 데도 최동훈 표 영화라는 게 크게 작용했습니다.”

‘도둑들’을 통해 엄마 이미지를 깨고 여자로 변신한 그는 또 한번 중년의 절절한 로맨스를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여배우 김해숙을 알릴 수 있는 그런 작품.

“살아가는 데는 순리가 있잖아요. 그것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도 한정되고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겠죠. 이번 작품을 통해 로맨스 연기를 시작했으니 다음번에도 이에 버금가는 강렬한 작품을 만나고 싶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 이은지 기자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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