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김명민 “배우들 기싸움? 그런 거 왜 하나요”

[쿠키 人터뷰] 김명민 “배우들 기싸움? 그런 거 왜 하나요”

기사승인 2012-10-16 16:41:00

[인터뷰] 어느 작품, 어느 역을 맡든 그 역할을 200% 소화해내는 팔색조 같은 배우 김명민. 이번에는 한결 가벼워진 생활형 간첩으로 돌아왔다. 우민호 감독의 영화 ‘간첩’에서 말이다.

‘간첩’(제작 영화사울림)은 간첩신고보다 물가상승이 더 무서운 생활형 간첩들의 이중 작전을 그린다. 기존에 간첩이 갖고 있던 어둡고 비장한 이미지를 벗어나 실제 주위에 있는 평범한 이웃, 동료, 가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김명민은 남파 22년차 간첩이지만 오르는 전셋값과 자식들 뒷바라지 걱정이 먼저인 비아그라 오파상 김 과장을 맡아 전작 ‘연가시’에 이어 뜨거운 부정을 선보인다.



김명민을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올해 유난히 스크린에서 자주 만난 그다. ‘페이스메이커’ ‘연가시’에 이어 세 번째 작품.

‘페이스메이커’ 당시 어수룩한 마라토너 주만호를 연기하기 위해 인공치아를 꼈고, 마라톤 연습을 하다 보니 7kg이나 살이 빠졌다. ‘연가시’에서는 가족을 살릴 약을 구하러 뛰어다니느라 지친, 초췌한 가장의 모습을 보였다. 외모를 포기하고 극 중 캐릭터에 더욱 몰두했던 그는 ‘간첩’에서는 ‘그래도’ 멋진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외모에 만족이야 하겠습니까마는 많은 분들이 전작보다는 낫다고들 합니다. 또 ‘연가시’ 속 아버지는 너무 힘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액션을 선보이다 보니 평범하지만 무언가 큰일을 하는 사람이 된 듯 합니다.”

‘간첩’은 가족 간의 사랑은 물론 화려한 액션과 코믹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다. 한 작품에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다는 것은 자칫하면 어느 것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을 줄 우려가 있다. 하지만 그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특히 유해진의 연기변신이 돋보인다고 상대배우를 추어 올렸다.

“유해진 형이 평소 코믹한 연기를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진지하고 멋진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때문에 기존의 모습에 대한 기대를 갖고 오신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로운 모습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실 겁니다. 해진 형의 연기 내공이 워낙 탄탄하기에 그런 역할도 어색함 없이 해낼 수 있었죠.”

주연 배우들 사이의 묘한 ‘기싸움’은 없었을까. 그는 “전혀 없었다”면서 “괜한 자존심 싸움은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 앞으로도 제가 일하는 현장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슛 들어갔을 때 서로 눈빛을 쏴주고 하는 기들은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제 기를 전해주고 상대의 기를 받아서 연기하는 ‘호흡’인 것이죠. 흔히 말하는 ‘기싸움’은 스크롤 앞에 누구 이름이 먼저 올라가는가. 콜 타임을 누가 먼저 받는가라는 것인데 다 쓸데없는 것들이에요. 저는 콜 타임이 늦더라도 늘 한 시간 정도 현장에 먼저 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런 사소한 것들로 인해 벌어지는 싸움을 저는 절대 못 봐줍니다.”

선배임에도 늘 현장에 먼저 도착해 대기하는 ‘철저한 자기관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다. 스스로를 이토록 엄격하고 완벽하게 관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본인에게 냉정하면 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냉정하고 자신에게는 너무 관대합니다. 그걸 바꿔야 합니다. 저는 제게 정말 냉정하거든요.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스스로를 자학하죠. 욕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겁니다.”



그는 연기가 자신의 인생이자 삶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의 아들에게는 죽어도 연기를 시키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 아들에게 아빠가 걸어온 길을 또 걷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은 혼자 내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도와주는 이 없이 카메라 앞에서 혼자 해내야 하니까요. 그런 고행 길을 아들에게 가게하고 싶지 않습니다.”

‘연가시’와 ‘간첩’에서 뜨거운 부성을 연기한 그. 실제 집에서는 어떤 아빠일지 궁금했다. 그는 “혼낼 때는 엄청 무섭지만 놀아줄 때는 확실히 놀아주는 중간이 없는 아빠”라고 말했다.

“잘못했을 때는 ‘아빠’라는 말만 들어도 떨 정도로 무섭게 혼냅니다. 하지만 놀 때는 아들에게 맞으며 놉니다. 칭찬할 때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칭찬합니다. 평소에는 엄마를 자주 찾고 따르지만 진짜 힘들 때는 절 찾습니다. 영양가는 제가 있는 거죠(웃음).”

김명민은 오는 11월 SBS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으로 4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방송가의 뒷이야기를 담는 이 드라마에서 그는 엔써니 킴으로 등장, 돈과 명예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인물을 연기한다.

“한동안 망가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 드라마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칩니다. 상대배우 정려원 씨와 알콩달콩한 로맨스도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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