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어쩌다 ‘광(狂)비어천가’로 전락했나

대종상, 어쩌다 ‘광(狂)비어천가’로 전락했나

기사승인 2012-10-31 11:10:01

[쿠키 영화] 올해로 49돌을 맞은 대종상. 나이답지 않게 매년 공정성 시비에 휩싸이며 영화인들의 지탄을 받아온 게 익숙해진 것일까. 올해도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고, 그 중심에는 15관왕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운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있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배우 신현준과 김정은의 사회로 진행된 제4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추창민 감독의 ‘광해’는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감독상, 시나리오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15관왕을 달성했다.

반면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조민수의 여우주연상과 김기덕 감독의 심사위원 특별상 등 단 2개 트로피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또, 한국영화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김해숙의 여우조연상 단 한 부문에서만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에 대해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과 동명이인인 김기덕 대종상 심사위원장은 “특정작품에 수상이 쏠리는 것에 오해가 있을 것 같다. 심사위원장인 나조차 결과가 저렇게 나올 줄 몰랐다. 한 작품의 심사가 끝날 때마다 평점을 매겨 봉합하고 은행 금고에 넣어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대종상이 뭇매를 맞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제라는 명분만 유지하고 있을 뿐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받으며 강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있다. 심지어 영화계, 학계, 언론계에서도 더 이상 대종상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적절한 심사과정을 거쳐 상을 받게 됐다는 1996년 김호선 감독의 ‘애니 깽’이나 2001년 한지승 감독의 ‘하루’ 등은 대종상의 불명예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이다.

이외에도 2009년 영화 ‘해운대’와 ‘내사랑 내곁에’의 주연 하지원은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탈락, 그러나 당시 개봉도 하지 않았던 영화 ‘하늘과 바다’의 장나라가 후보에 오르면서 영화제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당시 영화제는 하지원이 두 작품에 출연해 표가 엇갈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런 비난 속에서 대종상은 나름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나눠 먹기 수상, 로비 의혹 등을 잠재우기 위해 영화제의 진행과정을 회계법인에 넘겨 감사를 받기도 했고, 심사위원 선정과정을 변경해 투명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럼에도 ‘보여주기식’ 변화라는 평을 받았을 뿐 추락한 대종상은 날개를 달지 못했다.

올해도 여러 변화의 모색을 노렸다. 사단법인화를 통해 여타기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정인엽 전임 위원장은 부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김덕룡 전 국회의원이 집행위원장에 나섰다.

그러나 환골탈태는커녕 또한번 실망을 안겼다. 대종상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했던 영화 관계자들도 한 영화의 싹쓸이 수상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 상황.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사단법인화로 변화를 꾀했지만 오히려 사악할 사(邪)에 단체 단(團)을 쓴 ‘사단(邪團)법인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받아온 것이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한 영화에 15개의 상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한국영화인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씁쓸해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정부에서 대종상에 지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니 올해의 지원금도 전액 회수해야 할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1962년 이래 5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대종상은 우리나라 영화의 예술적 향상과 영화산업 및 영화계의 발전을 위하여 제정된 상으로, 올해에는 2011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의 개봉작을 대상으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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