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진단] 기적 아닌 현실을 노래한 ‘슈스케4’

[방송 진단] 기적 아닌 현실을 노래한 ‘슈스케4’

기사승인 2012-11-24 19:45:00

[쿠키 연예] 잔치는 끝났다. 올해로 네 번째 시즌을 맞은 Mnet ‘슈퍼스타K’의 주인공 자리는 로이킴에게 돌아갔다.

로이킴은 2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Mnet ‘슈퍼스타K4’의 결승 무대에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살려 리쌍의 ‘누구를 위한 삶인가’와 자작곡 ‘스쳐간다’로 무대를 꾸며 딕펑스를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화려한 외모로 ‘꽃미남 보컬리스트’ 타이틀을 지닌 로이킴과 록밴드 최초로 우승을 노리는 딕펑스의 대결은 큰 화제를 모았다. 색깔도 개성도 다른 팀이었던 만큼 여느 시즌보다 쉽게 우승을 예상할 수 없었다.

로이킴은 그동안 발라드(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와 이문세의 ‘휘파람’)와 미디엄 재즈(김건모의 ‘서울의 달’), 펑크(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 했었지’)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팔색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와 ‘먼지가 되어’를 통해 포크의 감성을 19살의 나이답지 않게 훌륭히 소화해 우승을 견인할 수 있었다.


‘슈퍼스타K’는 매년 지원자가 몰려 수치상의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9년에 처음 선보인 ‘슈퍼스타K’는 우승상금 2억 원에 3개월 내 가수 데뷔 및 유수 기획사 계약 등을 내세워 관심을 받으며 첫 해에 72만 명을 몰렸고, 이듬해인 2010년에는 2배 많아진 135만 명이 오디션에 응시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200만 명에 육박하는 196만 명의 인원이 몰려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올해에는 총 208만여 명이 응시했다. 이는 지난 2009년 첫 회보다 3배 넘는 수치다.

그동안 ‘슈퍼스타K’는 서인국과 허각, 울랄라세션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우승자뿐 아니라 시즌3의 준우승팀 버스커버스커는 각종 음원 차트를 점령하며 신예 밴드로 단숨에 떠올랐다. 시즌2의 준우승자 존박과 톱4에 이름을 올렸던 장재인 역시 앨범을 발매, 특유의 음악 색깔로 팬층을 형성했다.

그러나 ‘슈퍼스타K’ 출신들에게는 장벽이 있었다. 지상파 진출의 과제와, 이벤트적인 ‘반짝 인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장벽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허각은 음원을 발표할 때마다 음악차트 상위권을 차지했고, 울랄라세션과 역시 음원 발표와 동시에 가요계를 뒤흔들었다. 특히 1대 우승자인 서인국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러한 ‘슈퍼스타K’ 출신들의 활약은 지원자들을 몰리게 하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다.

9개월여에 걸친 '슈퍼스타K' 시즌4의 대장정은 시청자에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남겨진 과제도 많다. 갈수록 체감 인기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 가장 크게 직면한 문제다. 앞서 시즌들이 스타를 낳은 것과 비교되며 다소 실망이라는 평을 피하지 못한 것.

한 때 ‘슈퍼스타K’는 자극적인 편집으로 출연진들이 반발하는 ‘악마의 편집’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소 편파적으로 느껴지는 편집으로 시청자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다양한 출연진의 재능과 매력을 찾아줘야 하지만, 로이킴과 정준영의 ‘꽃남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실력보다는 화려함에 너무 집중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잇따랐다.



우승자인 로이킴은 잘 생긴 외모와 가창력, 부유한 집안 환경과 더불어 미국 명문인 조지타운대학교 경영학과 진학을 앞두고 있어 역대 ‘슈퍼스타K’ 출연자 중 최고의 ‘엄친아’로 손꼽힌다. 이러한 로이킴의 엘리트적 이미지는 ‘기적을 노래하라’라는 ‘슈퍼스타K’의 모토와는 어울리지 않게 간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그만큼의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화려한 외모와 부유한 배경으로 인해 ‘꿈을 이룬다’는 간절한 소망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은, 이 같은 평은 앞서 시즌에서 일궈 놓은 감동 코드 때문이다.

시즌1의 서인국은 굴곡 있는 가족사가, 시즌2의 허각은 환풍기 수리공 출신이라는 이력이 화제였고, 시즌3의 울라라세션은 암투병 중인 ‘인간 승리’가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슴 찡한 휴먼스토리가 없었다. 시종일관 유쾌했고, 음악을 사랑하는 평범한 20대 청년들의 패기만이 가득했다. 감동 코드와는 다른 개성 넘치는 매력과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지만 한편으로는 극적인 감동과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빠져 다소 허전함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적인 요소가 없어 오히려 음악을 즐기고 공감할 수 있었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미를 장식해야할 결승전이 다소 긴장과 화려함이 부족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것은 자작곡 대결에서 기인한다. 자작곡으로 두 팀의 음악적 성향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었지만, 임팩트 있는 무대를 기대하기에는 다소 생소함을 가져오는 역효과로 작용했다. 결승전이 아닌 다른 생방송 라운드에서 펼쳐졌으면 좋았을 법했다. 또한 이번 시즌의 톱12와 심사위원 이승철, 윤건이 함께한 무대는 엉성한 구성 및 연출로 아쉬움이 남겼다. 음정이나 가사 실수도 있어 아마추어리즘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줬다.

‘슈퍼스타K’는 엠넷의 음악산업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음반, 매니지먼트 사업을 겸하는 엠넷미디어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 있는 뮤지션을 키워내고자 했던 것이 당초 기획의도였다. 실제로 ‘슈퍼스타K’에 등장했던 다수의 노래들이 방영 직후 음원 사이트에서 높은 다운로드를 기록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분명하다. 국내에서 오디션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답게 슈퍼스타K에 대한 기대는 앞으로도 클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인기로 기대치와 만족도 또한 상승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