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칼럼-장미인애] '보고싶다', 순수한 동화 아닌 처절한 현실극

[스타 칼럼-장미인애] '보고싶다', 순수한 동화 아닌 처절한 현실극

기사승인 2012-12-06 14:12:01

<책을 내거나 전문적인 글을 써본 적은 없지만,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 친분이 있던 작가 원태연이 그의 글을 읽고 “이렇게 글을 잘 쓸 줄 몰랐다”며 놀랐다는 일화도 있다. 데뷔 10년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배우 장미인애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보고싶다'의 은주를 만난 건 운명이었다. 그래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놉시스를 보고 나서 생각했다. 지독한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구나. 그리고 정말 이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이 들었다. 작가 선생님과 감독님을 뵙고 은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캐스팅이 확정 되고 이제는 시놉시스를 통해 운명적으로 만난 은주. 그녀의
마음 깊이 쌓아온 그 아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아역들의 방송을 보고 대본 보다 더 큰 아픔을 느꼈다. 은주는 어떤 아이일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살면서 그 누구보다 씩씩했던 것 같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은주는 여자이다. 그리고 서른을 앞두고 있다(서른이 무슨 죄라고 우선 인생에서 큰 장벽 하나 만난 것처럼 쿵 하고 내려 앉는다) 은주는 15살 처음 만난 한정우를 사랑한다. 사실 첫 눈에 반했다.

나는 15살 때부터 또 다른 엄마가 생겼다. 수연이의 엄마. 항상 나를 구박한다. 내 맘도 내 속도 모르고. 하지만 다 괜찮다. 정우는 내 앞에 있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녀석은 수연이를 찾아 헤매고는 있으나 나의 주위에서 항상 같이 있다.

은주의 외형은 어떤 것이 좋을 지 스타일에 대한 고민이 있을 즈음 아빠를 그리워하는, 넘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날 듯 의지가 강한 아이. 고집은 있지만 언제나 엉뚱 발랄한 사고방식에 모두를 웃게 하는 아이. 그런 아이는 머리색은 붉고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번에 작가 선생님을 만나 뵙고 느꼈지만 작가란 직업은 글 안에 나를 던져 치열하게 살아 가는 직업이라 그런지 몸에 걸쳐진 옷은 방한용이거나 기본적인 몸을 두르는 역할을 하는 데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평소 나의 스타일도 저지 티셔츠에 청바지가 기본이고 추워지면 목도리를 툴툴 두른다거나 구겨지지 않는 아우터를 입는 정도라 그런지 어렵지 않게 스타일이 완성 됐다.

은주는 마음이 여리지만 겉으로는 쉽게 발끈하는 다혈질이기 때문에 술을 좋아하는 인물이다. 어릴적 엄마를 잃고 또 아빠를 잃은 아이인데다 십년 넘게 한 여자만 사랑하는 정우를 바라보면서 사실 제 정신으로 살긴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순수한 첫사랑에서 시작 된 우리 드라마는 동화 같기 보다는 처절한 현실극이다. 그 첫사랑 앞에 놓여진 사람들은 모두 처절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은주는 그렇게 엄마를 그리고 아버지를 지금 살고 있는 수연이의 엄마를 생각하며 괴로운 마음을 술로 달랜다.

그래서 은주는 처음에는 형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보고 배운 것이 범인 잡고 범인 잡을 궁리를 해야 하는 것이기에 드라마 2회 때도 곧잘 형사들이 하는 말투를 흉내내는 게 보였다. 하지만 형사를 하기에는 조금 엉뚱한 쪽으로 비상했던 은주는 형사물을 쓰는 웹툰 작가가 된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촉으로 글과 그림을 그리고 근근이 먹고 사는 사실상 반백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은주는 말투도 거침 없고 사내 보다 더 용기 있다.

경찰서에서 일어나는 일거수일투족을 일을 빌미로 취재하며 짝사랑 하는 정우를 관찰하고 아버지의 죽음에 접근할 것이다. 사실 정우는 만화책에서 나온 아이처럼 은주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 잡았지만 아버지가 떠나고 정우와 살면서 정우에게서 아버지를 찾았을 것이다. 이제 그만 수연이를 잊을 만도 한데, 그냥 가족같이 친구같이 나랑 같이 살면 정우도 아프지 않고 나도 술 안마시고 정신 차리고 행복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우는 오직 수연만을 찾는다.

하긴, 정우가 은주와 사는 이유는 아버지를 잃게 한 죄책감도 있겠지만 수연의 어머니와 같이 산다는 의지가 있어서일 것이다. 은주도 수연이로 인해 얻은 엄마 덕에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은주에게 그래도 의지가 되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된 엄마와 정우다. 은주는 그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수연에게 질투를 느낀다기 보다는 사람을 잃게 될까봐 두려워 하는 맘이 더 클 것이다 생각됐다. 그 가슴속 아픔과 상처를 늘 고뇌 하고 숨기며 살아가야 하는 은주를 더더욱 깊이 숨기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더욱 안쓰러울 것 같다. 작가 선생님도 은주의 삶과 앞으로 펼쳐질 은주의 감정선을 이야기 하시면서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나 장미인애로 다시 돌아와 어릴적 부터 지금까지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나는 조금 불안정한 아이였던 걸로 회상한다. 외로움도 싫어 항상 불만이 가득했던 아이. 하지만 불완전한 20대를 지나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시간이 지나 언젠가부터 나는 무엇이든 감사함을 느끼고 그 감사함을 표현하게 되는 아이가 되었다. 나도 늘 혼자였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무척이나 외로웠다 마음속 깊숙이 쓸쓸하고 외롭고 힘들다는 말을 꾹꾹 담아 왔었다. 그래서 주절주절 혼자 떠들기도 잘 했는데 사실 그런 말들이 더 엉뚱해 보였던 것도 같다. 은주에게서 그런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안주의 대사를 읊어 보며 가슴이 아파오고 먹먹해 요즘은 더더욱 혼자 고뇌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졌다.

캐릭터를 만날 때 내 삶과 비교하거나 견주어 보지는 않는 편이고 그냥 있는 그대로 그 캐릭터를 담아 내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데뷔 10년차 은주를 운명처럼 만나고 그녀와 나를 나란히 세워 보았다. 사실 여배우는 그 모든 것에 솔직해 지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대중이 아는 어떤 것도 사실 나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일들을 적극 해명하거나 나의 이야길 굳이 늘어놓으려 하진 않는다. 그것 또한 하나의 내가 될 수 있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업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은주를 보면서 이번 기회에 정의감에 불타는 은주를 통해 맘 속 깊숙이 닫아 두었던 감정들을 꺼내어 솔직하게 뱉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시원시원하고 당당하게 거침없이 쏟아 놓는 은주는, 그래 나에게는 운명 같은 역할이다.

오늘은 가을 햇살이 쓸쓸하기 보다 사랑스럽다. 아픈 짝사랑을 준비하는 나에게 가을이란 계절은 어쩌면 선물과도 같다. 요즘은 내 스스로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하나 둘 꺼내 혼자 이런 저런 생각하고 내가 나 자신 스스로가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하며 살고 있다. 그렇게 은주를 만나면 작가님이 말씀 하신 것 처럼 시청자들에게 더 안타깝고 매력적인 그런 캐릭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우만 바라보는 내 모습,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내 모습. 힘들기 보다 설레이는 마음이 크다. 가슴 한 켠에 불어오는 시린 바람이 은주에게는 시리고 아픈 마음인 것이다. 보고싶고 그리운 마음 그리우니까 사랑이다. 은주와 함께 가슴 시린 사랑을 할 준비가 끝났다. 은주 답게 씩씩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보려 한다.

④부에서 이어집니다.

글=장미인애

정리=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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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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