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식의약품 전문기관 위상 정립 ‘흔들’

식약청, 식의약품 전문기관 위상 정립 ‘흔들’

기사승인 2012-12-14 12:08:01

한국형 FDA 표방한 식약청, 이희성 청장시대 진단

[쿠키 건강]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한국형 미 FDA를 표방하며 지난 1998년 개청해 내년이면 출범 15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식품의약품 안전관리 전문기관의 위상을 정립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상급기관인 복지부 눈치 보기와 이익단체 등살로 인해 의약품재분류, 라면스프 파동 등에서 보여준 오락가락 행정으로 식약청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앞으로 있을 대선 결과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부활되면 식품분야의 업무가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직 존폐의 우려감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식약청 첫 내부 승진자인 이희성 청장시대가 열렸지만, 올해 들어 식약청은 관련단체의 등살에 하루도 편한 날을 보내지 못했다.

“식약청 과학적 분류 기존방침 뒤집어, ‘여론에 좌지우지된 피임제 재분류’”

의약품 재분류 작업의 결과는 식약청이 의약품 안전관리 전문기관이 아니라 여론의 향배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의약품 재분류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피임제 재분류였다.

식약청 재분류 결과 사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사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와 종교, 시민단체는 거세게 반발하며 저항했다. 결국 식약청은 피임제 재분류 검토결과를 백지로 돌리고 현행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물론 피임제 재분류는 과학적 판단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품목이지만 세계 각국의 의약품 관련 자료를 수집한 후 과학적 판단에 의해 재분류를 했다는 식약청의 기존 방침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된 것이다.

“라면스프 파동 오락가락 행정, ‘국민 불안감 가중-국제적 망신살’”

의약품뿐만 아니다. 식품 분야에서도 식약청의 오락가락 행정은 이어졌다.

지난 10월 식품회사인 농심이 생산하는 라면류 일부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보도이후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으나 식약청은 곧바로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은 물론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자 식약청은 입장을 번복해 국민 불안감을 가중시킨 것과 더불어 해외에 수출된 문제없는 제품까지도 회수 조치되는 사태를 만들어 식품안전 이슈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특히 식품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식약청 수장인 이희성 청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보인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의 모습은 그간 직원들의 노고를 헛되게 만들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 책임감 없는 수장으로 낙인 됐다.

결국 식약청은 벤조피렌이 함유된 라면의 회수조치를 취했으나 이후 식품 전문가들은 라면에 함유된 미량의 벤조피렌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식약청의 조치를 비판했다.

“이익단체 등살 곤혹, 갈등조정 능력 부재 지적”

최근에는 이익단체들의 집중공격을 받는 일이 생기자 식약청의 갈등조정 능력 부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식약청이 ‘독립 기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복지부의 정책을 시행하는 산하 부처라는 한계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0월 전국한의사들은 천연물신약 처방권과 레일라 정 등의 문제로 오송 식약청 앞에 결집해 식약청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천연물신약 처방권은 식약청이 추진하는 정책이 아니라 복지부가 추진해 온 정책임인데도 식약청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이는 식약청이 그동안 의약품 안전관리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다 보니 빚어진 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외에도 모 제약사 노조가 지난 9월 식약청에 해당 제약사에 대한 GMP 기습실사를 요청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는 등 식약청은 이익단체 등살에 곤혹을 치루고 있다.

이는 식약청이 인사는 물론 식품, 의약품 관련 정책 등에 대해 복지부의 눈치를 보고 독자적인 법률 입법 추진권이 없다보니 벌어진 일로 해석된다.

또 이로 인해 향후 식약청의 여론의 향배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갈등 조정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부추키는 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식품 의약품 산업 발전의 긍정적 측면에서 시어머니 같은 복지부 산하기관에서 벗어나 식약청이 독립기관으로 정립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유미 기자 yumi@kukimedia.co.kr
전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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