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일베, 시국선언 서울대 여학생만 골라 공격…총학 “법적 대응”

‘찌질한’ 일베, 시국선언 서울대 여학생만 골라 공격…총학 “법적 대응”

기사승인 2013-06-20 19:53:01

[쿠키 톡톡]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서울대생들을 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베가 공격했다. 서울대 총학은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발단은 일베라 불리는 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에 올라온 도발적인 글이었다. 20일 오후 자신을 미국인(자칭 미국게이)이라 소개한 네티즌이 “[혐]총학생회 여자 얼굴들 ㅍㅌㅊ?(평타침-평균 이상임)”이라는 제목으로 총학생회 여학생들의 페이스북을 뒤져 학생들 얼굴을 4장을 올렸다. “당당하게 시국선언한 서울대 총학”이라며 “신상 털어 협박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보라고 올린 것 뿐이다”, “공부 존나 잘해서 부모님 속은 안 썩일 것 같다”는 내용도 붙여 넣었다.

총학 간부들의 명단과 얼굴을 공개한 글도 있었다. ‘시국선언 선동한 서울대 총학생회 위원들 얼굴 모아봤다’라는 제목의 글은 “한국에서 제일 공부 잘한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서울대에서 제2의 광우병 선동을 하고 있다”“시국성명 철회할 때까지 랜덤으로 골라서 하루에 3개씩 얼굴 뿌린다”라는 내용이었다. 함께 보라고 올렸다면서도 뭐가 찔렸는지 잠시 뒤 일련의 글은 삭제됐다.

서울대는 앞서 이날 오전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기관이 자행한 민주주의 훼손을 시정하라’는 제목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서울대생들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물론 경찰과 검찰 수사기관의 축소수사, 법무부의 수사 간섭까지 규탄하면서 민주주의 훼손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짓밟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청장 등 관계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 권력기관을 내세워 어떠한 형태로도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베에 서울대 총학생회 회원들의 얼굴이 올라온 것은 그 직후였다. 서울대학교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태는 더 커졌다. 서울대생들은 “스크린 샷을 올리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 “선동병 걸려서 지들이 하는게 선동질 중에서도 갑인데”라며 발끈했다. 실제로 서울대 총학은 “일베와 자유총연맹이 총학을 포함한 서울대 구성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자유총연맹은 서울대생들의 시국선언을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기 위한 종북세력의 음모”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법치주의를 흔들어 검찰에 기소당한 국정원을 향해서는 자유총연맹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서울대 총학 관계자는 “총학을 ‘종북단체’로 낙인찍고 대표자들 개인을 모욕하는 일을 더는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조만간 본격적으로 소송 준비에 들어가 늦어도 7월 초까지 법원 등에 소장을 낼 계획”이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일베에는 부산대 충남대 등 다른 대학가의 움직임에 관한 글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시국선언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은 ‘정치 베스트’로 추천됐다. “기말고가 기간이니까 시험 끝나고 하자”거나 “재판 결과가 나오면 하자” 혹은 “콩고물도 안 떨어지는데 무턱대고 따라하면 뭐하냐”는 식의 반응들이다. 일베 사이트는 한 때 접속이 안되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지난달에도 현직 초등학교 교사를 자처한 인물이 자신이 직접 찍은 초등학교 여학생 사진을 올려놓고 미성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다는 용어인 롤리타와 어린이를 합친 ‘로린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 글은 논란이 될 때까지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광주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도 여과 없이 올라오는 등 표현의 자유를 넘어 사실 왜곡과 비뚤어진 성적 취향을 드러내며 약자를 공격하는 성향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일베 회원은 남자친구로 두지 말라며 일베 회원 감별법이 회자되기도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우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 트위터 @thekukmindaily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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