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예측할 수 없는 여론… ‘빵’ 터질 때마다 기업들은 ‘덜덜’

SNS에 예측할 수 없는 여론… ‘빵’ 터질 때마다 기업들은 ‘덜덜’

기사승인 2013-07-03 2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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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영남제분과 거래하지 않는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밝혔는데도 불매운동이 확산되니 갑갑합니다. SNS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방법이 없네요.”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의 범인인 영남제분 회장 전 부인 윤모씨에 대한 분노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영남제분은 물론 이 회사 물건을 납품 받는다고 거론된 업체들까지 비난을 받고 있다.

3일 기업 관계자들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예측 불가능한 기업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5월 한 방송국 다큐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사모님은 외출 중’ 편에선 2002년 여대생 청부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윤씨를 다뤘다. 방송에선 윤씨가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정지 기간을 연장 받은 뒤 올 1월까지 호화로운 특실병원 생활을 해 왔다고 보도했다.

윤씨가 영남제분 오너의 부인인 것으로 알려진 뒤 후폭풍은 예상치 못한 것으로 튀었다. SNS와 포털을 중심으로 이 기업에서 생산한 밀가루는 물론 해당 밀가루를 사용하는 기업의 제품도 구입하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소강상태를 보였던 불매운동은 지난달 29일 후속 편이 방송되면서 또 다시 확산됐다.

5월말 개설된 영남제분 안티카페는 지난 1일 4000여명이었던 가입자가 3일 현재 7600여명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카페에서 불매 운동 대상으로 거론한 기업은 농심, 롯데제과, CJ제일제당과 동서식품이다. 이들 기업들은 영남제분과 관계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여론이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CJ제일제당 측은 “직접 밀가루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고 동서식품도 “밀가루를 사용하는 제품은 과자인 오레오 하나 뿐이며 철원에 공장이 있기 때문에 굳이 부산까지 가서 밀가루를 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농심과 롯데제과의 경우 지난 5월 방송 이후 거래를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불매운동 카페에서는 “거래 중단을 발표한 뒤 잠잠해 지면 재개할 것”, “이미 영남제분으로 만든 재고 물건은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등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가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위기관리 전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세상은 21세기인데 기업 오너들은 80년대식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불매운동에 거론된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의혹을 키우고 있다”며 “영남제분도 지난 1일 홈페이지에 올린 호소문만 봐도 인터넷 여론을 일부 안티 세력으로 무시하고 주주들만 신경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대표는 “코레일이 ‘빵회장’ 사건을 일으킨 프라임베이커리와의 관계를 조기에 끊어 위기를 줄인 전략은 잘한 판단”이라며 “위기발생시 가능하다면 실무진에서 거래처를 바꿔 위기 고리를 끊어버리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사람들의 기대에 맞게 기업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과거엔 제품만 잘 만들면 됐지만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기업도 이에 따른 발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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